역대 최악의 부진에 빠진 삼성에도 위안거리는 있다. 외야수 김헌곤(29)의 발견이다.

김헌곤은 '절박함'을 갖고 뛴다. 그의 일그러진 표정은 매번 최선을 다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김헌곤은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왕(0.378)을 차지했다. 열심히 하는 선수를 좋아하는 김한수 감독은 그를 떠올리며 "구자욱과 같은 케이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A로 이적한 최형우의 빈자리를 메울 0순위로 김헌곤을 떠올렸다.

김헌곤은 올 시즌 개막 후 타율 0.341에 3홈런·18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0.636으로 전체 1위다. 지난주엔 타율 0.474(19타수 9안타)와 2홈런에 10개 구단 타자들 중 최다인 10타점을 쓸어담았다. 일간스포츠는 4월 넷째주 조아제약 주간 MVP(상금 50만원)로 김헌곤을 선정했다.

-수상 소감은.
"프로 입단 뒤 주간 MVP는 처음 받는다. 신기하다. 그런데 팀 성적이 너무 안 좋다보니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

-지난주 성적이 돋보인다. 
"야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잘 풀리는 때가 있다. 지난주가 그런 때 아닌가 싶다."

-군 전역 후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퓨처스리그에서 뛰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간절하지 않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나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이 더 강해졌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보다 더 깊고 진지해졌다." 

-최형우(KIA)가 FA(프리에이전트) 이적한 포지션인 좌익수를 맡고 있다. 부담감이 컸을텐데. 
"사실 그랬다. 정말 훌륭한 선수라 나와는 비교할 바가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불필요한 심적 부담감을 만드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 나름대로 장점이 있으니까. 더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러니 좀 낫더라."

-주전 좌익수를 굳혀가는 분위기인데, 줄곧 '경쟁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
"(배)영섭이 형처럼 잘한 적 없고, (박)한이 형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아직 보여준 게 없는 선수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직도 다른 외야수를 보며 배우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0.636다. 사실 2014년에도 득점권 타율이 0.382로 시즌 타율 0.260보다 훨씬 높았는데. 
"사실 기록에 대해 전혀 몰랐다. 지난달 29일 경기가 끝나고 수훈 인터뷰 때 알게 됐다. 지금은 시즌 초반이니까 기록을 말하기엔 이른 것 같다. 득점권이면 좀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기술적인 차이는 없다."

-벌써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3개) 타이를 이루는 등 장타력이 좋아졌다. 
"홈런 타자는 아니기 때문에 따로 연구하거나 의식하진 않는다. 보다 정확하되, 강한 타구를 날리려 하다 보니 좋아진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하루살이다."

-최근 활약에 부모님께서 상당히 좋아하시겠다.
"영남대 진학 당시 부모님께서 일부러 마산에서 대구로 이사했다. 외아들을 둔 부모님께서 항상 마음을 졸이신다. 군 입대 전에도 기가 죽을까봐 별 말씀 안하셨다. '다치지 말고' '인사 잘하고' 등 얘기만 하셨다. 그 동안 받은 사랑을 모두 보상해 드릴 순 없지만 야구를 잘 해서 좋은 음식, 좋은 물건 많이 선물해드리고 싶다."

-시즌 목표는.
"변함없이 경기에 자주 출장하면서 야구를 보고 배우고 싶다. 아직도 야구는 어렵다. 투수의 볼 배합, 상대가 나를 대처하는 방법 등을 경험하고 배우는 중이다. 지금까진 개인 성적은 크게 나쁘진 않지만 팀이 구성원의 마음과 너무 다르게 흘러가다 보니 속상하다.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