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이라서 마마무 아직 직접 보진 못했고 뉴스포털에서 상문고 얘기 다뤘다길래 좀 읽어보다가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들어왔다. 근데 정태식 선생님이 올해 교장쌤까지 되셨을줄이야... 교장되는 과정이 어떤지 몰라서 은근 놀랬고 정말 축하드릴일인것 같다 ㅎㅎ
본인은 2000년 시위때 1학년이었고, 글고 정태식쌤이 담임이셨다. 1학년 16반인가 18반인가..젤 마지막 반이었던걸로 기억. 암튼 입학하고 몇달 안돼서 굵직한 일들이 터졌고 나도 저때 젊은피에 정의감에 불타올라 엄청 열심히 시위하고 그랬었다. 웃기게도 그때도 키워라 비대위에서 내 역할이 pc통신 여기저기에 학교사태에 대해 올리고 대학교 언론 동아리나 해적방송(?) 이런곳에서 나한테 연락이 와서 학교 방문하면 신문부나 방송부로 안내해드리고 그랬던것 같다. 현실적으로 별로 도움은 안됐겠지.. 글고 그때 친척중에 전(?) 감사원장에 유명로펌 변호사인분이 계셔서 쌤한테 법정자료들 받아서 부모님이 그쪽에 전달했는데 검토결과 법적으로는 이기기 힘들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던것 같다 ㅠ 그때 어린맘에 현실이 이런건가 하고 좌절했었는데 나중에 결국 정부가 개입하고 하면서 친구들이 다른 학교로도 찢어지긴 했지만 나름 정의구현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나는 어쩌다보니 부모님따라 외국으로 오게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상문고 1학년때의 기억이 23년이 지난 지금도 졸업한 동기들에 비해 또렷하게 남아있는것 같다.
아무튼 쌤 얘기로 돌아오면...뭐 경험자들은 동의하겠지만 입학때 소문에 비해서 무서운분은 아니었다. 뭐 vs임승상 썰, 교육청 점거시위후 경찰포위 돌파한후 직접 출두 썰, 특전사? 였다는 썰 등등... 진위여부는 확인 불가능한 얘기들이 많았지. 체벌? 생각나는건 성적 하락에 따라서 나무 밥주걱?? 같은걸로 손바닥인지 때리셨던것 같은데 중학교때 빠따로 맞았거나 싸대귀 맞았던것 생각하면 아프지도 않았던것 같고...한번 진짜 화나셔서 반 전체가 운동장에서 굴렀던것 같은데, 운동장에서 오후 집회?후 울반 포함 학생들이 토끼거나 걍 집에 갔는데 아무도 운동장으로 옮겼던 의자들을 정리 안하고 가서.. 후배들 도와주러온 졸업생분들이 의자들 치우고 갔고 그거땜에 쌤이 화나셔서 운동장에서 굴렀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철이 없었던것 같음.
암튼 선생님을 진짜 존경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1학년때 설악산인가로 수학여행 갔던걸로 기억. ㅈㅎ라는 친구가 아버지한테 비싼 카메라를 빌려와서 사진담당이었는데 산 오르는중에 어쩌다가 카메라가 계곡 끄트머리에 빠짐. 이부분은 기억이 흐릿한데, 보통 생각하는 그런 얉고 물이 한쪽으로 흐르는 그런 계곡이 아니라, 가운데 ㄹㅇ 무슨 소용돌이가 있어서 가운데로 빨려들어가는 그런 웅덩이고 발은 안닿을 깊이였던것 같고 그랬다. 울반 반장(ㅈㅇ)이 수영좀 하는애로 유명한애였는데 걔가 자기가 건질수 있다고 가더니 젖은 바위에 미끄러졌는지 완전 빠져버림. 그리고는 훅 웅덩이 중간쪽으로 빨려가더니 도저히 헤엄쳐도 못돌아오더라. 다들 패닉해서 뇌정지 왔는데 갑자기 풍덩 하더니 정태식쌤이 뛰어듬. 힘 빠진 반장한테까지 수영해가서 붙잡았는데 자연의 힘은 선생님도 어쩔수 없었는지 이쪽으로 못오고 헤엄쳐도 계속 제자리 ㅠ 다행히 이런일이 종종 있었는지 익사전에 그 계곡 근처에서 무슨 식당인지 간이 가게하는 사람이 잠자리채같은거 3-4개는 이어 붙인것 같은 엄청 긴 봉을 가져오고 그걸 내밀어서 쌤이 그거 잡고 사람들이 당겨서 탈출함 ㄷㄷ 선생님 아니었으면 반장은 봉 오기전에 익사했을수도 있고 선생님도 그당시에 같이 익사할수 있는 위험 인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제자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드셨던것같다. 쌤에 대한 소문만 듣다가 진짜 슈퍼히어로처럼 보였음. 우리에겐 대사건이었는데 인터넷도 거의 안하던때고 산 오를때 소규모(?)로 올랐어서 그런지 울반애들 포함 직접 본 사람도 별로 없었어서 이 사건은 크게 안알려진것 같음. 나처럼 눈앞에서 본 사람들은 쉽게 못잊을듯.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운이 나빴을수도 있겠지만 초,중학교 담임들은 대부분 반에 문제 터지면 쉬쉬하고 폭력쓰는 학생들 감싸고, 사태 축소하고 우리 부모님에게 "성의"도 바랬던것도 나중에 알게되고 선생님들에 대해 나쁜 이미지만 안겨줬는데 (더글로리 보면서도 중학교 담임들 생각나서 혈압) 그랬는데 정태식 선생님은 반대셨던것 같다. 물론 사람이 완벽하지 않을수 있겠지만...적어도 뭔가 "은사" 하면 떠올려지는 이미지에 제일 가까우신분 같음. 우리반에 정신지체같은거 가진 아이도 하나 있었는데 다른학교나 반이었으면 어쩌면 왕따나 괴롭힘 당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케어해주시고 또 애들한테 챙겨주게 했었어서 그랬는지 괴랄한 행동 하고 그래도 애들이 이해해주거나 챙겨주고 그랬던것 같다 ㅎㅎ
(중간엔 정태식 교장선생님 리즈(?) 시절에 같이 찍은 사진이다 ㅋㅋㅋ 정동진인거보니 설악산 수학여행때 찍은것 같음.)
이랬던 선생님이 올해 교장직위까지 가신거 보니 기분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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