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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귀향 번외모바일에서 작성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22 19: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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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비담의 난이 끝나고 열흘 후. 저자의 한 가운데, 역적들에 대한 처형이 집행되었다.




하얀 갑주를 입고 있는 유신은 두루마리 하나를 들고 오는 춘추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한 춘추는 하얀 상복을 입은 채 기단에 올라 두루마리를 펼쳤다.


"부군이신 승만공주님의 명이시다! 국상 중에는 치죄를 금하는 것이 온당한 법이나, 역당들의 죄가 크고 깊어 처결을 미룰 수가 없노라! 하여, 내성사신 김춘추로 하여금 금일 미시에 역당들에 대한 처결을 집행토록 하라!"

"죄인들을 끌고 와라!"


유신의 명에 병부 군사들이 죄인복장을 한 미생, 하종, 염종 등을 끌고왔다. 눈물, 콧물이 얼굴에 질질 흐르는 하종은 유신의 앞에서 남은 힘을 모두 끌어내어 버텼다.


"이보게, 사위. 유신공! 나 좀 살려주게! 정녕 자네 부인을 아비없는 자식으로 만들 셈인가? 자네 자식들을 외조부 없는 녀석들로 만들 셈인가?"

"송구합니다. 허나 그 편이 제 아이들이 자라날 신국에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을 생각해 미련없이 가 주십시오."


무뚝뚝하게 말을 마친 유신은 춘추 쪽에서 일어난 소란에 고개를 돌렸다. 춘추 앞에는 한 쪽 팔이 잘린 염종이 발악을 하고 있었다.


"춘추공, 이런 법은 없습니다. 비담과 유신과 짜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춘추공, 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게는 삼한과 대륙을 잇는 어마어마한 조직이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그 세력은 이미 내 휘하에 들어와 있네."


춘추의 싸늘한 말에 염종의 얼굴이 터질듯 붉게 물들었다.


"비담, 이 개자식!! 이 개자식들아!!! 비담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걸 모를 줄 알아! 비담 어딨어! 이 개자식 어딨어!!"

"역괴 비담은 이미 오체분시되어 들개들의 밥으로 던져졌다. 너희들 역시 오체분시되어 저자에 효수될 것이다. 뭣들 하느냐! 죄인들을 꿇어 앉혀라!!"


춘추의 하명에 죄인들은 일렬로 꿇어 앉혀졌다. 염종은 여전히 안간힘을 쓰며 뛰쳐 나가려 하고 있었고, 하종은 펑펑 울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고 있었으며, 미생은 모든 것을 초탈한 얼굴로 끌끌 웃고 있었고, 보종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넋을 놓고 있었다. 유신은 다른 죄인들의 얼굴도 훑은 뒤 팔뚝을 올렸다. 죄인들 곁에 선 군사들이 허리춤에서 칼을 빼내들었다.



"시행하라!"


춘추의 한마디에 수 십의 검이 허공을 베었고, 수 십의 생명을 베었다. 그들의 붉은 피가 그들이 꿇어 앉혀졌던 멍석을 붉게 물들였다. 유신은 눈 앞에서 벌어진 수 십의 살생에 지그시 눈을 감고 속으로 염불을 외웠다.



집에 돌아온 유신은 어깨를 짓누르던 갑주를 벗어 탁자에 올렸다. 건너 방에서는 아비를 잃고 흐느껴 우는 아내의 울음소리가 창호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짧은 한숨을 내쉰 유신은 집에서 나와 말을 타고 고삐를 당겼다. 유신이 도착한 곳은 덕만이 늘 머물던 서라벌이 한 눈에 보이는 누각이었다. 유신은 저벅저벅 누각 위로 걸어 올라갔다. 서라벌이 받치는 하늘을 보며 유신이 중얼거렸다.


"폐하, 어디쯤 가 계시옵니까. 신국에서는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사옵니다."


대답없는 물음 던진 뒤, 그는 한참만에 품 안에서 봉투를 꺼냈다. 난을 평정하고 돌아온 유신에게 알천이 건넨 것이었다.


\'폐하께서 자네에게 남기신 것일세.\'


유신은 봉투를 뜯었다. 봉투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려던 유신의 두터운 손에 금빛 요패 하나가 툭 떨어졌다. 덕만이 가끔씩 차고 다니던 것이었다. 의아한 유신이 요패를 손에 쥐고 편지를 펼쳤다.


\'유신랑.


참으로 오랜만에, 유신공의 주군인 덕만이 아니라 유신랑의 낭도였던 덕만으로 글을 씁니다.


유신랑. 오래 전, 유신랑께서 그런 말을 하였지요. 군신간의 신뢰가 남녀간의 연모보다 훨씬 더 지키기 어렵다구요.


춘추를 아껴왔고, 비담을 연모했지만 제가 제일 믿는 사람은 늘 유신랑이었습니다. 유신랑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유신랑의 마음을 저버리고 패도를 택한 나를 원망하지 않고, 그런 나를 외면하는 것보다 내 곁을 지키는 것이 더 잔인하고 아픈 일일진데도 내 곁에 남아 주어 고맙습니다. 또한 그 자리를 거절하지 않고 염치없이 내어드려 미안합니다.


혹시라도 내생까지 이 잔인한 연이 이어질까 두려워 유신랑께는 만노군에서 본의아니게 유신랑의 요패를 맡아두었던 값으로 제 작은 요패만을 남깁니다. 부디 내생에서는 잔인하고 차가웠던 주군 대신 너그러운 주군과 따뜻한 여인을 만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편지의 끝을 읽은 유신은 편지를 품에 품어 울부짖었다. 유신은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금쯤 머나먼 대륙땅에서 숨을 거두고 있을 주군을 향해 말했다.


폐하.

어찌 이리 잔인하십니까.

어찌 내생에서는 그 곁마저도 허락하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폐하의 곁에 있을 수 있어 행복했던 것은 소신이었사옵니다.

연인의 자리를 불허하셨기에 신하의 자리를 붙들고라도 폐하의 곁에 있고자 했던 것은 소신이었사옵니다.

신은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제게 남기신 요패.

단지 제 요패에 대한 대가라고 말씀하신 그 요패.

늘 품고 가지고 다녀, 폐하와의 연을 이을 것입니다.

하여, 내생에서도 기필코 폐하의 곁에 설 것이옵니다.





문무왕 13년, 대장군 유신이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유신의 유해는 금산원에 묻혔는데, 생전 유신이 늘 가지고 다니던 금 요패만이 유신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밑에 거랑 같이 올리려그랬는데 양이 많은지 등록이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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