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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덕] 구름의 품에 해는 잠들고 #2

꼬리별(222.120) 2018.10.11 02:50:58
조회 1314 추천 29 댓글 4


원래는 2편까지 쭉 이어지는 건데

갤에 올리는 글씨가 제한이 있는지라 2편의 분량을 나눠서 올리게 됐어. 

이어서 바로 올리니까 3편까지 봐줘 ㅎㅎ

글에 대한 이야기는 3편에서 얘기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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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뙤약볕 아래 덕만은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맷단으로 닦아내며 열심히 산나물을 캐고 있었다. 여전히 비담과는 보이지 않는 서먹함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한때 여왕의 신하된 자. 덕만의 외출에 비담은 늘 그렇듯 말렸다.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뜰이나 산에 들어가 나물 좀 캐올까 해서요….」


「위험합니다. 폐하께서는―」


1년 여간 이 낡은 집에서 함께 생활을 했음에도 어색함과 서먹함은 지워낼 수 없으나 언제나 비담은 덕만을 걱정했다. 아니, 과거의 여왕이었던 덕만의 손을 이제는 붓도 종이도 아닌, 흙과 자잘한 상처만이 남을 그런 억센 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비담의 극구 말림에도 덕만은 살아가기 위해선 일을 해야 했고 전처럼 명령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자신 앞으로 대령해지는 왕 노릇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는 철저히 혼자서 입고 먹으며 살아가야하는 현실. 그리고 제 입만 풀칠하면 상관없겠지만 덕만의 곁에는 비담이 함께 있었다. 더불어 모든 것을 비담에게만 맡길 수 없는 노릇. 덕만은 제 앞을 애매히 가로막은 비담을 지나 다녀오겠다는 한 마디만 덩그러니 남긴 채, 집 밖을 떠나있었다.


「금방 다녀 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집을 떠나 들과 산을 떠돌아다니며 갖은 약초와 산나물을 뜯어 볏짚으로 만든 배낭에 한가득 담은지도 서너 시간. 덕만은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자 이제 막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였다.


“으윽!”


심장을 옥죄는 고통. 그리고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의 소리와 가슴을 압박하는 답답함. 덕만은 잘 걷고 있던 다리의 중심을 잃는 동시에 어깨에 지고 있던 배낭까지 떨구어 한가득 담아두었던 약초와 산나물을 모조리 쏟고 말았다. 하지만 깊은 수풀에 흩어진 약초와 산나물이 눈에 보임에도 덕만은 그것들을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그리고 심장을 옥죄는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덕만은 제자리에 쓰러진 채로 다리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안 돼… 아직은…… 안 돼…….”


덕만은 제 자신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 심장의 옥죔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1년 전, 대전의 어의조차 치료할 수 없는, 그리고 제 아비인 진평제가 걸려버린 병. 난이 일어나기 전의 당시만 해도 어의는 절망어린 표정으로 덕만에게 고했다. 길어도 1년, 짧으면 반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그래서 어의는 최대한 그 기간을 늘리고자 갖은 약재와 진귀한 약재는 모조리 구해 약을 달여 왕을 살리고자 했으나 덕만은 그 약을 먹는다 해도 제게 닥쳐온 이 병이 낫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조차 낫지 못한 병이거늘 어찌 자신조차 나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한번 이 병에 걸린 이상, 덕만은 치료할 방도가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기에 그래서 더 남은여생을 비담과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믿은 제 자신과 달리, 오해와 믿음이 깨져버린 비담은 끝내 미실파의 세력과 난을 일으켰고 덕만은 제 앞에서 무너져 내린 비담의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봐야 했다. 


“조금만 더… 제발 조금만 더… 함께 있고 싶은데…….”


어의는 분명 덕만의 남은 생이 길지 않음을 예상하고 감히 고개를 조아리며 조언했다. 그리고 승만에게 선위를 한 뒤, 덕만은 기적처럼 벌써 1년을 비담과 함께 보내고 있었으나 가끔씩 잠잠하던 심장의 옥죔이 다시 나타날 때면 덕만은 무섭고 불안하며 또 간절했다.


조금만 더, 이 고통이 늦춰지기를….


조금만 더,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조금만 더, 이 숨이 멎어지기 전에 그가 다시 저를 봐주기를….


그래서 더, 덕만은 비담에게 이 병을 털어낼 수 없었다. 자신으로 인한 짐을 더 이상 비담에게 짊어주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저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몸. 그런데 이 병으로 비담에게 더욱 슬픔도 상처도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


“비담…….”


욕심인걸까… 그의 옆에 있고 싶은 것이. 제게 흐르고 있는 시간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음을 덕만은 잘 알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단축되어가는 여생의 시간. 그리고 시간이 짧아질수록 더더욱 가슴을 옥죄는 고통. 언제까지 이 병을 숨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떠날 그의 빈 옆자리를 생각하면 더더욱 생기지 않던 욕심이 일어났다.


‘내가 떠나야하는 걸까… 아님 또 다시 나 때문에 그 두 눈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시간은 계속 촉박이 짧아질수록 덕만의 상념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비담과 함께하고자 승만에게 선위한 왕의 자리. 하지만 불안정한 삶이 짧아질수록 덕만은 과연 비담과 함께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확신을 갖지 못하게 했다. 벌서 1년 동안을 함께 살았지만 비담은 여전히 그때의 일을 낙인처럼 생각하고 있어, 예전과 같은 살가움을 볼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벽이 그에게 새워진 듯 덕만은 비담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아니, 다가가려해도 늘 뒷걸음을 치고 외면하는 것은 비담. 그 모습을 볼 때면 덕만은 가슴이 아리고 병과는 다른 또 다른 옥죄는 아픔이 고통스럽게 했다. 마치, 저를 더 이상 연모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제는 여인으로 봐주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인내하고… 언제까지 숨길지 모를 이 병을 덕만은 비담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하아… 하아… 비… 담…….”


점점 심장을 옥죄던 고통은 돌이 얹힌 듯 더 심장을 강하게 억누르며 덕만의 고통을 짓눌렀다. 평소보다 견딜 수 없는 심장의 옥죔. 덕만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완전히 수풀에 쓰러지듯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가슴의 옷깃을 쥐어 잡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서… 내가… 가야 하는데…… 돌아가야 하는데…….”


뚜렷해지지 않는 흐릿한 시야. 그리고 점차 가빠지는 호흡. 더 이상 덕만은 온전한 정신으로 눈을 뜰 새도 없이 수풀 속에 몸을 맡긴 채,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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