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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덕] 구름의 품에 해는 잠들고 #3

꼬리별(222.120) 2018.10.11 02:56:08
조회 1527 추천 30 댓글 6


안뇽 횽들 잘지내고 있지? 아직 텍본 배포글이 아니라서 미안해 ㅠㅠ

바람꽃은 마무리 단계에 있고 구품해는 아직 쓰고 있는 단계라 완성까지는 멀었어.

근데 단편으로 생각하고 쓰고 있는 글이라 아마 5편정도에 끝날거라 생각해. 아마 짧으면 4편정도?

그리고 바람꽃이랑 구품해가 완성되고 텍본으로 배포하기 전에 팬픽글을 올리는건 혹시라도 텍폰 배포를 했을때 못받았을 횽들을 위해서

갤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올리게 됐어. 바람꽃 나머지 편도 올릴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ㅎㅎ

그럼 재밌게 봐주고 다시 시간되는 대로 찾아올게!


---------------------------------------------


해가 저물기 전까지 돌아오겠다던 덕만은 날이 저물도록 비담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로 그녀가 산나물을 캐러간다 했을 때도 내색하지 않았건만, 덕만의 빈자리가 길어질수록 비담은 두려웠다. 혹시라도 그녀가 저에 대한 마음이 지쳐 홀로 떠나버린 것 같아서. 또, 이제 더 이상 저에 대한 미련도 연민도 다 내려놓은 채 이대로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그래서 더, 비담은 덕만이 없는 빈자리가 두렵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섭고 불안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어느새 주변의 부엉이 소리까지 우는 늦은 시간. 더 이상 덕만이 오길 기다릴 수 없던 비담은 마당을 뛰쳐나와 그녀가 갈만한 곳은 모두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아, 아니 이게 누구야! 새댁의 서방 아니여?!”


“혹시, 덕만… 아니 그녀를 보지 못했소?”


“새댁? 아니. 오늘은 얼굴 한번 못 봤소. 왜? 아직 새댁이 집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이여?”


몇 번 인식이 있는 아낙네를 붙잡아 비담이 다급히 덕만의 행방을 묻자, 아낙네는 오늘 단 한 번도 덕만을 보지 못했는지 고개를 저어 비담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만 지체할 수 없던 비담은 다시 실망할 틈도 없이 서둘러 다른 곳을 찾고자 아낙네에게 인사를 한 뒤 급히 몸을 돌렸다.


“알겠소. 그럼 실례하지.”


쥐 잡듯이 그 작은 마을을 전부 돌며 덕만의 행방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 비담은 덕만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덕만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수록 더욱이 오늘따라 덕만의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할 때마다 비담은 입안이 타고 피가 바짝 말라갔다. 정말로 그녀가 저를 버리고 간 것 같아서… 이젠 제 자신 따윈 필요조차 없는 그런 존재로 여기며 완전히 떠나버린 것 같아, 아무리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비담의 마음과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폐하, 대체… 어디계신 겁니까. 정말로… 저를 버리고 떠나신 겁니까? 정녕… 저를…….”


그 순간 비담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고 말았다. 자신의 오해로 비롯된 그날의 기억. 점점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장악할 수 없는 세력으로 커져버린, 한 때는 어머니인 미실의 세력이었던 자들. 결국 비담의 통제를 벗어난 그들의 도를 넘은 행동에 지켜볼 수 없던 당시의 덕만은 비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명을 내렸었다.


「너를 추화군의 산성을 쌓는 자로 명할 것이다. 당장 떠나거라. 허면 내가 서라벌의 일들을 처리할 것이다.」


「폐하….」


「네가 서라벌에 있다면 어떡해든 얽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네가 그곳에 가 있는 동안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할 것이야. 잠시 여론은 들끓겠지만 무마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너를 부를 것이야.」


온전히 저를 믿고 있던 그녀. 하지만 온전히 그녀를 믿지 못한 자신. 평생을 그녀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저를 떠나보내는 그녀의 명령에 비담은 불안했었다. 그래서 더, 듣고 싶지 않던 김춘추의 그 한 마디가 자신의 불안을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욕망으로 뒤바뀌었는지도 몰랐다.


「폐하께서 정말로… 너와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해?」


왜 그때의 자신은 당당히 대답하지 못했을까. 그렇다고. 폐하와 제 자신은 온전히 마음을 나누고 있음을 왜 대답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말에 흔들려 끝내, 그녀의 가슴에 평생 사라지지 않을 상흔을 남긴 것일까….


「날… 믿느냐?」


흔들렸으나 그럼에도 비담은 그녀를, 여왕을 믿었다. 그녀를 믿어야만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었을 테니까.


「폐하, 이를 말입니까. 믿사옵니다.」 


「어서 채비하고 떠나거라. 황명은 따로 위하부에 명할 것이다.」


언제나 놓고 싶지 않던 따뜻하면서도 유일하게 제게 손을 내민 단 한 사람의 손. 스승조차 저가 무서워 뿌리치던 그 손을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안아주며 감싸주던 그녀의 손을 비담은 그 순간만큼, 떠나야할지라도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저 자신이 서둘러 주길 바라는 그녀의 작은 서늘한 손짓이 끝내 비담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서…… 가거라.」


그리고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지금도 다시 생각하면 그녀의 모든 말도 행동도 온전히 저를 위한 것 뿐 이었다. 저 하나를 살리고자 스스로를 희생하려던 그녀. 하지만 그때 당시의 비담은 더 이상 앞도, 귀도 모든 것이 멀어 보이지도 듣기를 거부했다. 결국 그 결과가 지금의 이 꼴. 비담은 더 이상, 덕만을 잃고 싶지도 이젠 그녀가 제 손을 거부할지라도 어떡해서든 붙잡고 싶었다.


“폐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폐하―!”


목청이 터지도록, 핏대가 터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비담은 몇 번이고, 몇 십 번이고 덕만을 찾고 또 찾으며 늦은 새벽까지 덕만의 행방을 찾길 멈추지 않았다.


“폐하! 폐하!!”


작은 마을에서 나와 근처의 들이며 산속을 뒤져가며 덕만을 얼마나 찾았을까. 억센 풀로 인해 손이며 얼굴이며 자잘한 상처가 생겼음에도 비담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 없이 오직 덕만을 생각하며 마을의 숲이란 숲은 전부 뒤져 행방을 찾던 도중이었다.


“폐―!”


덕만을 부르며 억샌 수풀을 헤쳐 지나가던 도중 발 치에 걸린 익숙한 물건이 보이자, 비담은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수풀을 헤쳐 눈앞에 기절한 듯 쓰러진 덕만을 드디어 발견할 수 있었다.


“폐하… 폐하!!”


언제부터 그녀가 이곳에 기절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절해 있는 것은 물론, 밤의 찬 기운으로 인해 얼음장마냥 차가워진 그녀의 뺨의 온기에 비담은 서둘러 그녀를 안아 올려 마을로 내려가야 했다.


“이보시오! 문 좀 열어보시오! 이보시오!! 급한 일이니 제발 문 좀 열어주시오!!”


이 마을에 있던 것이 운이 좋았던 탓일까. 비록 작은 시골마을이긴 하나 아주 작은 약방이 있던 덕분에 비담은 금방 찾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깊이 잠이든 새벽인지 문을 두드렸음에도 도통 열리지 않는 굳게 닫힌 문에 비담은 점점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서 문을 열라고!! 여기 사람이 기절했―!”


“비… 담…….”


“폐, 폐하!!”


기절해 있던 덕만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렸는지, 기력이 쇠해 아직 완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 비담을 간신히 부르며 고개를 느릿하게 저어냈다.


“그만… 그만…… 집으로 돌아가요.”


“몸이 얼음장마냥 차갑습니다. 오랫동안 기절한 탓에 혹시 병이라도 크게 걸리시면―!”


결국 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만 걸까. 덕만은 차마 떨어지지 않던 무겁게 가라앉은 입술을 열어야만 했다. 어쩌면… 할 수만 있다면 줄곧 감추고 싶었던 비밀. 그러나 이젠 비담이 알아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까지…….


“이건… 황실 어의에게 맡겨도 완치할 수 없는 그런 병입니다. 내가 다 설명할 테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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