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밴 헤켄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른쪽 옆구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넥센은 4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밴 헤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김시진 감독의 결정이었다. 4강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 팀 성적도 내리막이었지만 사령탑은 마음을 비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넥센은 10경기에서 단 2승 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김병현이 거듭된 부진으로 인해 2군행을 통보했다. 밴 헤켄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다면 넥센은 순식간에 선발 2자리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코치들은 선발 일정을 한 번만 거르자고 했지만 그럴 바에는 아예 휴식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상황이 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어 복귀하는 것이 팀에게도 본인에게도 좋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실 시즌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외국인 선수에게 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부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용병'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국인 선수는 철저히 성적을 위해 영입한 존재다. 그런 선수들을 중요한 시기에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은 구단으로서 막대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외국인 선수 역시 구단의 한 식구라는 생각이 강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항상 '너희는 용병이 아니라 그냥 우리 히어로즈의 선수 중 한 명이다'라고 말한다"며 "그 선수들도 야구 잘 해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뛸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닌가"라며 외국인 선수라고 혹사시킬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김 감독의 결정은 일단 첫 단추가 잘 꿰어졌다. 밴 헤켄을 대신해 선발 마운드에 오른 강윤구가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팀의 3-1 승리를 견인한 것이다. 넥센도 강윤구의 호투를 앞세워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선발진의 공백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밴 헤켄의 이야기에 앞서 김 감독은 최근 넥센의 부진을 "선발 싸움이 안된다"는 말로 설명했다. 팀의 약점을 선발로 꼽으면서도 나이트와 함께 가장 든든한 선발 투수인 밴 헤켄을 2군으로 내리는 과감한 결단을 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결정으로도 보이지만 여기에는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숨어 있다.

김 감독은 당분간 5선발을 나이트-김영민-한현희-강윤구-장효훈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이태양도 잠재적 선발 후보다. 나이트와 김영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경험을 쌓아 좋은 투수로 성장하는 것이 넥센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김 감독의 결정은 일단 부상 선수에게 휴식도 주고 승리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나타났다. 밴 헤켄이 부상을 완벽히 떨치고 복귀해 호투를 펼쳐준다면 금상첨화다. 조급함을 버리고 '급할수록 돌아가는 길'을 택한 김시진 감독이 그리고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