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걱정됩니다(웃음)."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이 고심 끝에 고른 카드는 지난 시즌 한국전력에서 뛰었던 아르파드 바로티(25·헝가리)였다.

최 감독은 15일 인천하버파크에서 열린 2017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바로티를 선택했다. 일찌감치 삼성화재(타이스), 우리카드(파다르), 대한항공(가스파리니)이 재계약을 하면서 최태웅 감독이 누구를 뽑을지 관심을 모았지만 V리그 경험이 있는 장신(206㎝)의 바로티를 데려왔다.

예상외의 결과였다. 2015-16시즌을 앞두고 처음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최태웅 감독은 그 동안 문성민을 라이트로 활용하고 레프트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기용했다.

문성민의 리시브 부담을 줄이고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국내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는 \'스피드 배구\'로 V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에 라이트 바로티를 영입하면서 전술 변화가 불가피 해졌다.

최태웅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문성민을 레프트로 돌리려고 구상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기존의 색깔 속에 외국인 선수 퍼즐을 맞추다 보니 경기를 풀어나가기 너무 어렵더라. 기왕 변화를 주는 김에 과감하게 변화를 주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유럽 리그 경기마저 빠짐없이 볼 정도로 배구에 관심이 많은 최태웅 감독이다. 지난달에도 이탈리아 로마로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직접 관람하고 왔다. 그는 과감하지만 때론 엉뚱하게 상상했던 것을 현실로 만들며 데뷔 2시즌 만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번에도 \'배구 괴짜\'인 최태웅 감독의 모습은 그대로 드러났다. 최 감독은 지난 13일부터 사흘 간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외국인선수들의 면모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상위 픽이 어려울 것을 예상하고 후순위로 뽑을 만한 선수들을 찾기 위해 꼼꼼히 살펴봤다.

트라이아웃 첫 날인 13일 최 감독은 르완다 출신의 넬슨 무랑와(24·208㎝)를 보며 "저 선수를 데려와서 키워 보면 어떨 것 같은가"란 이야기도 했다. 무랑와는 이번 트라이아웃 가장 후순위 선수였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코칭스태프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감독님 제발 그러지 마시라. 우리도 좋은 선수를 뽑아보자"고 팔을 내저었다.

최태웅 감독의 레이더에는 왕년에 유럽에서 명성을 날렸던 지비그뉴 바트만(폴란드)도 포착됐다. 하지만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신장이 198㎝로 적혀 있었지만 실측이 그보다 작았다.

최 감독은 "그래도 기존에 한가닥했던 선수기 때문에 재활 치료와 보강 훈련만 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도 "폼이 많이 떨어져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고심 끝에 최태웅 감독은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가 아닌 구면인 바로티를 뽑았다.

바로티는 지난 시즌 한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중요한 플레이오프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선 극도로 부진했다. 시즌 뒤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떨어진 모습도 있었고, 성격이 다소 소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스트시즌 당시 최 감독은 "바로티의 약점을 찾았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최태웅 감독은 바로티를 향한 주변의 우려에 대해 "2~3년 전부터 영상을 계속 봤는데 빠른 볼에도 잘 때리는 것을 확인했고, 공격 각도로 좋더라"며 "한국에서 2년을 뛰어 봤으니 3번째 시즌에도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도록 잘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바로티가 합류하더라도 기존의 \'토털 배구\'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재욱이와 호흡이 어느 정도 맞을지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웃은 뒤 "계속 연구한 결과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과감한 모험을 통해 다음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잘 준비 하겠다"고 밝혔다.

바로티도 "뽑힐 것이라 전혀 기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현대캐피탈에서 날 지목해줘서 기쁘다"라며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