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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a closed door 7

^^(115.140) 2014.02.14 2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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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링크]

 

1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3772

 

2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4487

 

3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4921

 

4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6344

 

5화 -

 

6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8348

 

 

 

 


  엘사는 눈을 떴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찬란한 아침햇살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멍한 정신 속에서 그녀는 생각했다. 상체를 일으켰다. 그때서야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는 것과 현재 둘러싸인 공간이 꽤나 익숙한 곳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차분한 분위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는 낯익은 물건들. 이곳은 분명 엘사, 그녀의 방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엘사는 생각했다. -아니, 난 원래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던가? 마치 바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나는 누구인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답을 알 수가 없었다. 숨 쉬기가 버거울 정도의 이유모를 불안과 걱정이 몰려왔다. 혼란으로 뒤덮인 머릿속은 그녀로 하여금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었다.

 


  “엘사! 아직 자고 있어? 엘-사-!”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린 건 그때였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한 소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엘사에게 다가왔다. 충격적이기까지 한 그 음성은 말 그대로 엘사의 숨을 앗아갔다. 순식간에 물기에 젖어버린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밀려나왔다. 다시 한 번 바깥의 목소리는 문을 두드렸다. 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얼음처럼 조금의 미동도 없이 눈물만을 뚝뚝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엘…! 어라, 일어나 있었네?”

 


  조심스레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선 붉은 빛을 보았을 때, 엘사는 비로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눈앞의 소녀를 끌어안았다. 따뜻했다. 온 몸을 포근히 감싸오는 상대의 온기에 엘사는 맘속에 쌓여있던 모든 감정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신이시여. 녹아내린 마음의 응어리들은 순식간에 서러움과 안도감이 되어 끝없이 눈물로 흘러나왔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선 여왕의 체통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이 품 안의 온기를 두 번 다신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었다.

 


  “에, 엘사, 무슨 일 있었어? 혹시 울고 있는 거야?”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안나가 살아있다는 것. 앞으로 엘사에게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없을 터였다. 

 

  -아아, 신이시여. 저는 더 이상 바랄게 없나이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외쳤다. 지난 날 끔찍하게 자신을 괴롭혔던 현실은 모두 한 순간의 꿈이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면서도 어설프게 자신을 다독여오는 동생의 손길을 느끼며, 엘사는 더욱 서럽게 눈물을 쏟아 낼 뿐이었다.   

 


            

 


  향긋한 차향이 방 안을 채웠다. 조금 전 시녀가 두고 간 과자도 구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평소보다 부드럽고 따뜻해 차와 잘 어울렸다. 평소의 안나라면 그 모든 것들을 기분 좋게 즐겼을 것이다. 따스한 정오의 햇볕 아래에서 즐기는 다과 시간은, 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하루 일과였다. 게다가 그것이 그녀의 언니와 함께 하는 거라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의 안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던 쿠키에는 손도대지 않은 채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온 몸을 배배 꼴 뿐이었다. -왜 그러니, 안나? 엘사가 상냥한 미소와 함께 부드럽게 물어왔다. 그녀의 눈가는 아직까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언니… 내가 아무리 뻔뻔해도 사람 얼굴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민망하다고….”

 

 

  안나가 말했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눈동자가 조심스레 맞은 편에 앉은 여왕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엘사의 모습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봄과 같은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더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의 동생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민망하대두…. 부끄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그녀의 시선에 안나는 자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특별히 별다른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토록 침착하고 차분하기 그지없었던 그녀의 언니가 오늘만큼은 최고로 예민한 울보로 변하지 않았던가. 

 

  그저 평소처럼 아침인사를 위해 문을 두드렸을 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 안나는 굳게 닫힌 엘사의 방문을 두드리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마침내 서로를 이해한 두 자매는 이제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상대의 방문을 열 수 있었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문고리를 잡았을 때, 안나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분명 기척은 느껴지는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조금 의문스러웠을 뿐이었다. 하늘에 맹세컨대 만약 엘사가 그토록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볼 줄 알았더라면, 혹시 신종 체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힘으로 자신을 터뜨릴 듯 껴안아 올 줄 알았더라면 안나는 그 문을 여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그만큼 아침햇살을 등에 업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눈물을 흘리던 엘사의 모습은 그녀에게 더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엘사가 눈물을 멈춘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조금 멈출 듯싶으면 다시 안나의 얼굴을 쳐다보고 울고, 이제 진짜 멈췄나 싶으면 맹인처럼 안나를 더듬다가 다시 껴안고 울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결국 안나가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을 정도로 드레스가 젖고 나서야 엘사는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안나, 오늘은 하루종일 언니와 함께 놀자. 아직까지 물기가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엘사는 말했다. 안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언니에게서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사이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엘사는 엄연한 아렌델의 여왕이었다. 궁으로 돌아온 후 그녀가 다시 짊어지게 된 금빛 왕관은, 앞으로 그녀가 여왕으로서 짊어져야 할 막중한 책임과 업무의 상징이었을 뿐이었다. 때문에 안나는 사실 엘사와 모든 오해를 풀고나서도 그녀와 특별히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했었다. 안나가 아렌델의 위대한 여왕을 알현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세 끼의 식사와 오후의 짤막한 다과 시간이 전부였을 뿐이다. 평소 그것에 대해 장난스러운 불평을 던지면 난감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어쩔 수 없잖니-라고 말하던 그녀가, 선대의 초상 아래 부끄럽지 않은 여왕이 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엄격히 하던 그녀가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신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 순간 안나는 순수하게 기뻐하는 한편, 너무나도 갑작스런 태도의 변화를 보이는 자신의 언니가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서, 무슨 꿈을 꿨다고?"

 


  결국 모든 걸 체념하기로 택한 안나가 눈 앞의 과자를 우겨넣었다. 평소처럼 '체신을 지키렴' 같은 종류의 꾸중은 날아오지 않았다. 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더없이 깊은 시선으로 자신의 동생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네가 죽었어."

 


  엘사가 말했다. 조금 당황한 듯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던 안나의 손이 멈짓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말도 이유도 없이, 네가 죽어버린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지독히도 부드럽고 잔잔했다. 하지만 안나는 그 밑에 숨어있는 수많은 상처와 깊은 어둠을 볼 수 있었다. -…슬펐어? 스스로가 물어놓고도 안나는 바보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엘사는 온 몸으로 그 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주 많이.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갑작스레 목이 메어왔다. 감동인지, 안타까움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난 너를 다시 되살리려고 했어."

 

  "말도 안 돼. 난 죽었다면서?"

 

  "맞아. 하지만 너의 죽음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고 믿었지. 그래서 난 궁전은 크리스토프에게 맡기고 울라프와 함께 바로 길을 떠났어."

 


  -그래, 그랬지. 엘사는 생각했다. 익숙치 않은 말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며 점점 멀어져가는 궁전을 바라봤을 때의 감정이 아련하게 그녀를 적셔왔다. 그건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여왕인 그녀가, 함부로 목숨을 내팽개 칠 수조차 없는 그녀가 정당한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한 여정이나 다름없었다.

 


  "트롤들이 세상의 북쪽 끝에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마녀가 있다고 했지. 난 그녀를 찾아 바로 북쪽 산으로 향했어."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단다. 맨 처음엔 얼음 성에서 늙은 요정을 만났었지. 그녀는 자신의 대녀를 도와주기 위해 썼던 마법의 힘이 그 아이를 헤쳐 후회하고 있었어. 하지만 난 그녀에게서 내가 향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들을 수 있었지."

 

  "어디였는데?"

 

  "황혼의 숲. 내가 여태까지 봐 온 어느 곳보다 잔인하고, 매혹적인 곳…."

 


  -그곳에서 난 일곱 명의 난쟁이들을 죽여야 했지. 문득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던 그 날의 풍경이 섬광처럼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쾌쾌묵은 오두막, 고막을 찢을듯이 울려퍼지던 높은 웃음소리, 그리고 일곱 명의 난쟁이들. 저도 모르게 손 끝이 잘게 떨려왔다. 알지 못 할 감정들로 가슴이 울렁거렸다. -괜찮아, 이제 다 지나간 꿈일 뿐이야. 엘사는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안나의 안색을 살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언니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얼빠진 바보처럼 우스웠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엘사. 어째서 언니가 그런 짓을 했는데? 그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엘사는 힘없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래야 그 난쟁이들이 숲을 빠져나가 마녀에게로 안내해 줄 파랑새를 내게 넘겨주겠다고 했으니까."

 

  "자, 잠깐! 그럼 언니는…,"

 

  "오, 안나. 제발. 네가 괜한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엘사의 목소리가 사뭇 낮게 가라앉았다.

 


  "내가 그 기나긴 꿈 속에서 분명히 깨달은 건, 난 나밖에 생각할 수 없는 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거야."

 


  -내가 했던 모든 행동들은 분명 나를 위한 것들이었어. 그렇게 말하는 엘사의 얼굴엔 씁쓸함이 맴돌았다. 소리없이 입가에 스며든 그녀의 미소는 죽어있었다. 안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본인의 서글픈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어둠의 시간동안 대체 얼만큼의 고통과 슬픔을 겪은 건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어 더욱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엘사는 눈을 감았다. 지금도 그때의 풍경을 떠올리면 아련히 파랑새의 구슬픈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그녀와 울라프는 그 숲 속을 정신없이 헤매고 다녔었다. 파랑새의 잔상을 쫒으며,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잡아먹힐 것만 같은 그 숲을 벗어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앞을 향해 가고 있는건지, 옆을 향해 가고 있는건지 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녀는 그저 계속해서 움직였을 뿐이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파랑색의 깃털을 가진 자그마한 새를 따라,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아려오는 파랑새의 서글픈 노랫소리를 따라 계속해서 움직였다. 얼마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숲의 끝을 발견한 그녀는 울라프와 함께 다시 한 번 찬란한 햇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 슬프도록 눈부신 빛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처음과 마찬가지로 숲은 온데간데 없이 온통 눈만 쌓여있는 휑한 백색 벌판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파랑새는 푸른 창공을 맘껏 휘저으며 계속해서 울어댔다. 엘사도 이내 순간의 기쁨을 걷어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 푹푹 꺼지는 눈 위를 밟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장시간 이어진 정신적, 육체적 피로로 인해 온 몸이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녀는 쉬지 않았다. 문득 뒤에서 자신을 불러오는 울라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사는 그의 음성이 평소와 달리 녹인 마쉬멜로처럼 길고 끈적하게 늘어났다고 느끼는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북쪽 마녀를 만나야 해. 새하얀 눈밭 위로 쓰러지는 순간까지 엘사는 생각했다. 형체를 잃은 울라프의 목소리가 귓가에 얽혔다. 시야는 점점 범위를 잃어갔다. -마녀를 만나야 해. 어렴풋이 저 멀리서 속삭이듯 다가오는 낯선 발자국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엘사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고, 꿈은 그걸로 허무한 끝을 맞았을 뿐이었다.

 


  "겨우 하룻밤의 꿈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내가 우스울지도 몰라."

 


  눈을 떴다. 아직까지도 눈 앞에 그대로 남아있는 안나의 모습을 보며 엘사는 다시금 눈물이 차오르려는 걸 애써 억눌렀다. -네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게, 네가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다는 게 이토록 큰 기적이라는 걸 그 전에는 미처 몰랐다. 꿈의 잔상은 너무나도 깊이 가슴에 박혀 그녀의 커다란 상처로 남아버렸다. 이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엘사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이제 그 어느 일이 닥쳐와도 웃어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눈 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벅찬 행복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너를 사랑해, 안나."

   


  -언제나, 언제나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결국 엘사의 뺨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희미하게 미소짓던 그녀의 입술은 볼품없이 떨고 있었다. 지난 날에 대한 서글픔과, 미래에 대한 안도감. 구분없이 뒤섞여버린 그 감정들은 순식간에 북받쳐올라 그녀의 가슴을 휘저었다.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에서 다시 한 번 애처로운 눈물이 꾸역꾸역 쏟아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안나는 잠시 당황하는 듯 싶더니 이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난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안나가 말했다. 엘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멍하니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지난 날처럼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직 한없이 올곧은 눈으로 자신을 마주하고있는 그녀는 어린 날의 모습에서 벗어나 어느새 훌쩍 자라있었음을 엘사는 깨달았다. -언니는 그동안 많은 세월을 잃어버렸잖아.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 -꽃이 피면 정원을 산책하고, 아침 햇살이 눈부신 날엔 늦잠고 자보고, 노래하는 새들 밑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언니가 항상 환하게 웃기를 원해. 잔잔하게 울려오는 안나의 목소리는 벅차 오를정도로 성숙해져 있었다. 엘사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격한 감정의 기류가 그녀를 덮쳐왔다.

 


  "그러니까 울지마, 엘사…."

  


  그렇게 말하며 안나는 자신의 손을 뻗어 엘사의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기 시작했다. 엘사는 말없이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이 온기를 걷어내고 싶지 않았다. 이 온기는, 이 감각은 그녀가 원하는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엘사, 나랑 한 가지 약속해 줄래? 문득 안나가 평소의 발랄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응, 그럴께. 엘사의 대답은 곧바로 뒤따라왔다. 그녀에게 있어 더이상의 망설임따윈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네가 원하는 게 어떤 것이든 이렇게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뭐든지 들어주리라. 그녀는 생각했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거기가 어디든 무조건 도망치겠다고 약속해줘."

 


  엘사는 방금 자신의 동생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부드럽게 맴돌던 주변의 공기가 굳었다. 엘사는 멍하니 안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언니를 사랑해. 그러니 부탁이야. 제발 도망쳐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더없이 순수하고, 더없이 씁쓸한 미소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져."

 


  그녀의 세상은 천천히 부서져 내렸다. 어둠 속에 먹혀가는 세상의 가운데에 홀로 앉아, 그녀는 황망히 세상의 종말을 지켜볼 뿐이었다. -행복한 꿈을 꿨나? 마침내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백색의 빛이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켰다. 격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끼며 간신히 눈을 떴을 때, 엘사는 그제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현실은 언제나 가장 지독한 악몽이었다는 걸. 너 없이는 내 행복도 있을 수가 없다. 아직까지 귓가에 맴도는 아련한 목소리의 잔향을 쫓으며, 그녀는 무너졌다.


 

 

+++

 

 

 

참고만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20727

 

 

곧 완결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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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358 안나에게서 낯선 냄새를 맡은 엘개 [2] ㅇㅇ(223.62) 05.11 45 0
1123357 한창 설줌정력이 넘치던 프1시절... ㅇㅇ(223.33) 05.11 24 0
1123356 비 오기 전에 몸부림 [1] ㅇㅇ(223.38) 05.11 18 0
1123355 피곤해 [2] ㅇㅇ(211.234) 05.11 22 0
1123354 엘사보면 할짝이는 안개 [2] ㅇㅇ(223.62) 05.11 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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