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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a closed door 8 完

^^(115.140) 2014.02.15 20:48:39
조회 10691 추천 281 댓글 59

 

 

[전편 링크]

 

1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3772

 

2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4487

 

3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4921

 

4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6344

 

5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7019

 

6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8348

 

7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21970

 

 

 

 


  "왜 그렇게 울고있지?"

 


  엘사는 고개를 들었다. 눈 앞의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칠흙같이 검은 머리칼이 발끝에서 넘실거리는 그녀는 눈보다도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꿈을 꾸게 해줬잖아? 그렇게 말하며 소리없이 다가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지독히도 부드럽고 달콤했다. 엘사는 아무런 말없이 눈물만을 흘리며 멍허니 눈 앞의 여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새 엘사의 코 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살며시 엘사가 누워있는 침대 언저리에 자리잡았다. 그녀는 어둠보다도 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문득 그녀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며 고운 호선을 그려내었다.

 


  "당신이 북쪽 마녀군요…."

 


  달싹이는 입술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엔 그 어떠한 저항도 없었다. 상대를 바라보는 푸른 눈빛 또한 이미 죽어있었다. 엘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에겐 더이상 아무런 힘도, 의욕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나긴 잠에 빠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듯 침대 위에서 반쯤 일으킨 그녀의 상체를 지탱하고 있는 팔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문득 그런 엘사를 바라보던 여인, 북쪽 마녀의 입꼬리가 위로 꺾여 올라갔다. 바로 눈 앞에 존재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세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아 기묘한 위화감을 주는 그녀의 눈에 위험한 광채가 번뜩였다.

 


  "오, 가련하고도 가련한 아렌델의 여왕. 네가 오기만을 한없이 기다리고 있었지."

 


  마녀는 말했다. 침대에 반쯤 걸터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들뜬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왠지 무척 기뻐보였다. 그리고 위험했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거기가 어디든 무조건 도망치겠다고 약속해줘. 엘사는 자신을 더없이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던 안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순간 가슴이 시려왔다. 그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마녀가 지금 바로 이곳에 있는데,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구요? 그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질문이었다. -그래. 하지만 엘사에게 꽂히는 마녀의 시선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강렬했다. -신의 이단아를 만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마녀는 아까부터 알지 못할 말만 내뱉고 있었다. 엘사의 얼굴에 의문의 빛이 감돌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마녀는 문득 샐쭉히 웃어보였다. 마치 짖궃은 고양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모든 일에는 오류가 있기 마련이야. '완벽'이란 결코 있을 수 없지. 그것이 설령 그 잘난 신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어."

 


  조곤히 속삭여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달콤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자연을 거스르는 힘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같은 종류는, 고작 그런 재수없는 오류일 뿐이지."

 


  -결코 태어나서는 안됐던, 잘난 운명의 자존심에 먹칠을 할 뿐인 오점말이야. 엘사의 두 눈이 충격과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다. 여태까지 그 누구도 그녀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너는 그냥 그렇게 태어났단다. 언제인가 자신은 왜 이런 힘이 있냐고 조심스레 여쭸을 때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다. 저주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나 두려워하고, 그렇게나 없어지길 바랬던 힘은 그냥 원래부터 그녀의 곁에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현자도 말해주지 못했던 질문의 답을 이 여자는 알고 있었다. 마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언제나 네 주변 사람들은 너로 인해 고통받았지 않았나? 네가 가지고 태어난 힘은 항상 너의 무거운 족쇄가 되어 네게 칼을 겨누지 않았나?"

 


  지난 날의 풍경이 빠르게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슬픔. 고독. 외로움. 억압. 지난 과거를 이루고 있는 조각들은 그것이 전부였다. 엘사의 가슴이 그 어느 때보다 요동쳤다. 그것이 흥분으로 인한 떨림인지 두려움으로 인한 떨림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운명이 널 지우려고 했기 때문이야. 붉은 입술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우리들은, 운명의 손에 의해 잘못 태어나 운명으로부터 미움받은 존재라고. 그녀의 목소리는 엘사의 가슴에 더없이 차갑게 박혀왔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마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싸늘히 식어내린 푸른 시선은 애처로우리만치 필사적으로 마녀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어째서 지금까지 죽지 않은거죠…?"

 


  엘사가 물었다.

 


  "오, 아주 좋은 질문이야. 거기엔 네가 원하는 모든 답이 담겨있지."

 


  문득 입가에 걸려있던 마녀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기괴한 분위기가 한층 강해졌다. -넌 원래 이 년 전 그 날에 죽었어야 했어. 하지만 예상치 못한 힘이 운명을 방해했지. 엘사의 입술이 소리 없이 달싹였다. -안나…. 순간 마녀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낮게 울렸다. -맞아, 너를 향한 네 동생의 진실된 사랑이 운명의 음모로부터 너를 보호했지. 엘사는 입술을 악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신음소리가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최근에 수도 없이 느꼈던 가슴의 통증은 다시금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운명은 애가 타기 시작했어…. 하루 빨리 너를 처리해야 하는데 네 동생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지. 먼저 동생을 처리하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또 그 동생을 향한 너의 사랑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기에 운명은 속수무책이었어."

 


  -하지만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하던가. 시간이 지나면서 운명에게도 기회가 생긴거야! 문득 더없는 불안이 엘사의 마음을 휘감았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려왔다. 이유모를 공포가 그녀를 덮쳐왔다. 본능은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고 날카롭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비라도 된 듯 엘사는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경쾌하게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동생을 보호하던 언니의 사랑이, 그만 약해지고 만거지."

 


  그 순간의 마녀는 말은 선뜩하리만치 단호하게 엘사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아니… 아니예요!!!"
    
  
  엘사는 외쳤다.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필사적인 외침이었다. 식은 땀이 그녀의 창백한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두 팔로 스스로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나, 나는… 단 한 번도 안나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

 

  "널 향한 네 동생의 사랑은 절대적이었어. 그건 그야말로 진실된 사랑(true-love)이었지만…."

 


  -너는 시간이 지나면서 네 사랑을 모두에게 나눠주지 않았나? 그 순간 엘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구멍을 누가 틀어막기라도 한 듯, 머릿속을 누가 지우기라도 한 듯,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주위를 마녀는 음미하기라도 하듯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천천히 맴돌 뿐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엘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난… 엘사는 차마 그 다음을 이어갈 수 없었다. 엉킨 실타래처럼 머리 속이 복잡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더없이 속이 메슥거렸다.

 

  엘사는 아렌델의 여왕이었다. 선왕의 뒤를 이어 수 천 명의 국민을 이끌어가야 하는 하나뿐인 군주였다. 기나긴 세월 끝에 겨우 당당히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그녀는 그 신성한 뜻을 받들고자 무던히 노력했다. 더이상 숨고싶지 않았다. 더이상 얕보이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렌델의 훌륭한 여왕이 되어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방문을 나선 그녀에게 손길을 내밀어 주는 이는 무척이나 많았고, 엘사는 더이상 그들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도 되었다. 덕분에 그녀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넓어져 갔다. 기뻤다. 그 모든 인연들을 소중히 대하고 싶었다. 문을 활짝 연 이후 하나 뿐인 동생밖에 없었던 그녀의 세상엔 어느새 많은 이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안나는 언제나 그녀의 일순위였지만 그 크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엘사는 그 사실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안나는 자신에게 변함없이 착한 동생이었으며, 굳이 그런 동생에게 관심을 쏟기엔 그녀가 짊어진 책임은 너무나 무거웠다.  
    

 

  "나는… 나는 그저…,"

 


  뒷걸음질 치는 엘사의 발걸음은 위태로울 정도로 휘청이고 있었다. 숨이 가빠왔다.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안나를 죽였어.

 


  내면의 목소리가 그녀의 마음 속에 울려퍼졌다.

 


  -바로 내가 안나를 죽였던거야.

 


  엘사의 시선이 황망히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언니를 사랑해.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도는 그 다정한 목소리는 더없이 그녀의 심장을 조여왔다. 대체 어디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인지,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던 그녀는 결국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갈 곳 마저 잃은 그녀는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져. 그렇게 말하며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다가왔던 미소는, 이 순간 엘사의 가슴을 산산히 부셔가고 있었다.

 


  "너무 슬퍼하지마렴. 난 네가 바라던데로 네 동생을 살려줄 수 있으니까."

 


  어느새 소리없이 다가온 마녀가 엘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엘사의 눈동자가 소리없이 그녀를 향해 움직였다. -그 아이는 죽었지만 죽은게 아니거든. 그저 운명의 힘에 의해 영혼을 빼앗긴 것 뿐이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마녀는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그녀의 웃음소리는 허공 속으로 스산히 흩어져갔다. 

 


  "대가는…?" 

 


  엘사는 말했다. 숨결에 실려 나온 그 목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속삭임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마녀는 그저 뜻 모를 시선으로 가만히 엘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네가 나 대신 마녀가 되는 것."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마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엔 엘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녀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그저 고요히 옅은 숨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그녀의 두 눈은 마녀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건 그저 겉모습 뿐이었다. 그녀의 의식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머무르고 있지 않았다. 죽어버린 시선을 머금은 그녀는 매우 지쳐보였다.   

 


 "마녀는 이 세상과는 격리된 존재야. 운명이 간섭할 수 없지. 내가 내 자리를 대신 맡아준다면 너도 운명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 대가로 동생의 영혼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어. 네가 없어졌으니 운명도 더이상 동생을 건드리지 않을거야."

 


  더없이 잔잔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물론 운명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린 너는 그 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인연이 끊기게 돼."

 


  -모든 사람들이 널 잊어버릴거야. 이 세상에서 네 존재는 지워지는 거지. 그렇게 말해오는 마녀는 처음으로 웃고있지 않았다. 엘사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아무런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마녀의 눈동자엔 지난 천 년간 서려온 고독과 체념의 빛이 담겨있었다.

 

    지쳤다. 모든 것이 힘겨웠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 더없이 버거운 짐이자 의무였다. 하지만 그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녀의 동생 덕분이었다. 그 하나의 끈마저 없었으면 자신은 진작에 절벽 밑으로 떨어졌으리라. 엘사의 메마른 입술에서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끝없이 밀려드는 허탈함이 그녀를 집어삼켜 그녀의 의식을 아득하게 만들고 있었다. 문득 그녀는 이곳이 춥다고 느꼈다. 지독히도 추웠다. 지금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추위에 떨고 있었다. 낯선 절박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무언가 따스한 온기가 필요했다. 눈 앞에 아련한 잔상이 스쳐지나간 건 그때였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져. 그래, 그녀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엘사는 소리없는 신음을 삼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잔상은 그녀에게 더없는 공허함과 그리움을 몰고 와 가슴을 갈갈이 찢어놓고 있었다. 아팠다. 그리고 울고 싶었다. 진작에 떠나버린, 아니, 자신이 떠나 보낸 붉은 온기가 지금 이 순간 미칠듯이 그리웠다.

 

  너는 항상 내 곁에 있어주었다. 내가 보고 있을때나, 보지 않을때나. 언제나 내 행복을 바라며, 언제나 내가 웃기를 바라며.

 


  "나와…거래해요."

 


  그건 당장이라도 꺼질 것만 같은 연약한 목소리였다.
 

 

  "내가 당신의 자리를 대신해줄테니… 내 존재따위 이 세상에서 지워져도 좋으니…,"

 


  그녀가 삼키고 있는 것은 고통의 신음일까 눈물일까. 악문 그녀의 입술에 작은 핏방울이 맺혔다. 영롱한 푸른 빛을 자랑하던 그녀의 두 눈동자는 어느새 붉게 차올라 일렁이고 있었다.

 


  "제발 내 동생을 살려줘요."

 


  마침내 엘사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을 토해내었다. 마녀는 미소지었다. 이 세상에 이별을 고하는 듯한, 더없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미소로. -모든 건 네가 바라는 대로. 마녀는 속삭였다. 꿈 속에서 보았던 환한 빛이 다시 공간을 집어 삼켰다. 엘사는 그 속에서 천천히 바스러져가는 마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볼품없이 쪼그라들고, 가루가 되어가는 몸과는 별개로 마녀는 무척이나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져.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 아련히 들려온 그 목소리는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따스했다. 하지만 이제 이걸로 됐다고, 엘사는 생각했다. 더 이상 바랄 것은 없었다.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문득 묘한 감각이 그녀의 가슴 속에 은밀히 파고 들어왔다. 그 감각을 엘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트롤이 어린 안나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의 힘에 대한 기억을 지웠을 때 느꼈던 그때 그 감각이었다. 우스웠다. 결국 자신은 끝까지 정직해지지 못 할 모양이였다. 

 

  묵직한 피로가 그녀를 사정없이 눌러왔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엘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늘어지는 의식의 틈새에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던 건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이는 어린 날의 안나였다. 엘사의 입꼬리가 미약하게 움직였다. 그 미소만 있다면 자신은 몇 백, 몇 천 년이라도 홀로 그녀를 기다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네가 있기에 행복했다. 너는 내가 있기에 행복했을까.

 

  -사랑하는 내 동생, 네가 그 누구보다 행복해지길. 이제는 더이상 닿을 수 없는 목소리는 속으로 삼켜졌다. 완전히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 위로 한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미끄러질 뿐이었다.

 

 

 

 

 

+++

 

 

 

 

드디어 완결!!!!!!

하 정말 기나긴 여정이었다.

뭐랄까 엘사가 죽은 것 같이 묘사됐는데 죽은 거 아님..

많이 부족한 글인데 그동안 재밌게 봐주고

추천과 덧글까지 남겨준 너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싶다 

 

참고로 오늘 밤, 혹은 내일 안에는 에필로그가 올라올 예정.

그게 진정한 완결정도 될 듯?

그때 정말 마지막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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