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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Whiskey Bonbon -8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0.118) 2015.01.10 22:41:50
조회 2220 추천 87 댓글 22


엘사는 집까지 오는 길에 자신의 초당 주파 거리 기록을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보금자리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우악스럽게 열어젖혔다. 빨리 아무나 내게 초콜릿을 표현할 단어를 이백 개 정도만 추려내 줘! 그녀는 모종의 일로 무신론자가 되었지만 이번만큼은 초콜릿의 신에게 빌어보기로 했다. 초콜릿 신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초콜릿교 교주는 안나가 취임했을 것이 분명했다. 어찌되었든 엘사는 정보의 바다에 몸을 맡겼다. 구글, 부탁해!

“초콜릿, 초콜릿......”

엘사가 진통제를 요구하는 중환자와 같은 정도의 절실함으로 중얼거렸다. 검색창에 초콜릿을 치고 나니, 엘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색 결과 약 570,000,000개?! 그딴 할 일 없는 정보가 담긴 문서가 거의 육억 개나 존재한다고? 엘사는 욕을 하면서도 일단 감사했다. 일 분은 60초고, 한 시간은 60분, 하루는 24시간, 일 년은 약 365일이니까... 일 년은 대략 삼천만 초군. 한 문서당 단어를 1개씩만 건져서, 1초에 단어 하나씩 써먹어도 20년은 버티겠어. 엘사가 현실감 없이 읊조렸다.

‘우선, 종류부터 조사해보자.’

자신의 빈곤한 단어 암기력을 걱정하며 엘사는 마우스를 놀렸다.

 
*

 
“일은 잘 마무리했어요?”
“.....그럭저럭이요.”

오는 길에 반절은 휘발된 것 같지만. 엘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요. 아까 나가기 전에 부탁한 거.”
“......”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오늘 나의 혈당치를 한계까지 올리는데 협조 좀 해줘요? 엘사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쟁반 위에 저 수북한 초콜릿 더미는 대체 나랑 무슨 원수를 지었단 말인가.

“어서 먹어봐요.”

안나가 친절한 미소로 권유했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돼요.”

엘사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하지만 안나는 그녀의 말을 으레 하는 사양으로 받아들였는지, 초콜릿 공세를 계속해서 시도했다.

“손에 묻을까봐 그래요? 그럼, 입 벌려 봐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엘사가 입을 벌렸다.

“하나 더 줄까요?”

엘사는 우물대느라 말이 없었다. ...몸이 먼저 나간 건 불가항력이었다고, 절대 내가 스킨십에 혹해서 그런 건 아니야. 엘사가 스스로를 변호했다. 어쨌건 그녀는 속성으로 암기한 다채로운 초콜릿 단어 표현을 써먹기로 했다.

“...캐러멜이 들어있네요.”

그 짧은 시간에 표현력이 이만큼이나 활성화되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잘 모르겠는 사람을 위해 이 말을 압축해제하자면 이렇다, 당신 때문에 내 혀는 이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갈 거예요. 엘사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다행히도 안나는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다른 것도 먹어봐요, 제가 추천하는 건......”
“안나!”

안나가 동시에 초콜릿을 세 개씩 집어 드는 모습을 보자 엘사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래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는 엘사가 하마터면 그녀의 혀를 배신하고 다시금 초콜릿을 낼름 받아먹을 뻔할 정도로 귀여웠지만,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인내를 거듭한 끝에 무궁무진한 안나의 초콜릿 퍼레이드에서 화제를 돌릴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제가 너무 많이 먹으면... 손님이 먹을 게 없을 것 같은데요.”

엘사는 그 와중에 지뢰를 건드리고야 말았다.

“......괜찮아요. 이 가게에서 혹시 손님을 봤다면, 나한테도 알려주세요. ‘손님’이란 게 진짜로 있는지 궁금하니까.”

안나가 어금니를 꽉 문 채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몹시 비위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엘사는 안나의 악에 받친 대답덕분에 이 가게의 재정상태가 어느 국면으로 접어들었는지 대략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심해요?”
“어제는 저희 엄마에게 모라토리엄을 선포했어요.”

안나의 목소리가 축 늘어졌다. 엘사는 그녀가 안타까워 사심을 1인분만 담은 채로 안나를 두 팔 벌려 안아주었다. 비록 얼마 안 지나서 안나가 깜짝 놀라 그녀를 슬그머니 밀어냈지만.

“부, 부업을 할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거요?”
“실전 프랑스어 교실이요. 제가 벨기에에서 불어권 초콜릿 학교를 다녔거든요.”

영어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불어를 가르친다고요? 라고 외칠 뻔한 걸 가까스로 참고 엘사는 적당히 호응해줬다.

“프랑스어 할 줄 알아요?”
“......Oui!”

방금 살짝 머뭇거린 게 영 못미더웠지만 이대로 장단을 맞춰주면 초콜릿은 뒷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엘사는 대세를 따르기로 했다.

“프랑스어 잘 하네요.”
“쥬 빠흐르 비앵 프헝세!”

나랑 불어 작문하면서 놀아 달라는 건가? 엘사는 얼마나 손님이 없었으면 이런 궁리를 다 했을까 따위의 일말의 동정심으로 안나의 놀이에 동참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름이 뭐죠?”
“꼬멍 부 잘레 부?”
“날씨가 좋네요.”
“깰 부 텅.”
“내일 뭐 할 거야?”
“...깨스꾸 뚜 바 뻬흐 드멍?”
“이번 일요일에 한가해?”
“......뛰 에 리브흐 쓰 디모시?”

뭔가 막다른 쪽으로 몰리는 것 같은데. 안나가 슬슬 묘한 질문의 의도를 감지할 무렵, 엘사가 다음 문제를 냈다.

“...저 금발 남자 누구예요?”
“끼 에 쓰 블렁?”
“진짜 물어보는 거예요, 안나 뒤에 저 남자 누구?”

응? 안나가 기대를 갖고 뒤를 돌아보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크리스토프였다. 하지만 지금 안나는 그마저 반가웠다, 까딱하면 잡아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었으니. 안나는 과장된 기쁨으로 그에게 달려갔다.

“크리스!”

엘사의 두 눈이 순간 질투의 불길로 휩싸였다.

“엘사, 인사해요. 얘는 내 친구예요. 덩치만 컸지 알고 보면 순해요.”
“...안녕하세요. 안나의 초콜릿 친구 엘사 라이언입니다.”

크리스토프가 풉, 웃음이 터졌다. 거 같이 좀 웃읍시다. 엘사는 전혀 웃을 수가 없었다.

“기어이 안나의 마수에 걸려든 사람이 나오고야 말았군. 전 안나의 배달부 친구 크리스토프 비요르그먼이라고 합니다.”
“그러시군요.”

마음 속 블랙리스트 최상단에 그의 이름을 적어 넣으며 엘사가 영혼없이 말했다.

“참, 안나. 줄 게 있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거야?”
“...왜 팔 걸 가정하고 말하는 건데?”

크리스토프는 투덜거리며 자루에서 물건을 꺼냈다. 순록 인형이었다.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크리스토프는 뿌듯해했으며, 안나는 노골적으로 실망한 얼굴이었고, 엘사는 이겼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이걸 대신 버려달라고?”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진짜 상처받으니까... 너 가게 주위를 봐. 홀리데이 시즌인데 장식을 안 한 곳이라곤 여기밖에 없어.”
“돈이 있어야 장식이고 나발이고 할 거 아냐.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
“......얘가 원래 이런 애는 아니에요. 요즘 좀 궁핍한 시기라 한층 까칠하네요.”
“이해해요.”

사실 엘사에겐 둘의 대화가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안나의 이미지(조신하고 부끄럼 많은 아가씨)에 심각한 금이 가진 않았다. 당분간 콩깍지는 벗겨지지 않을 예정인가 보다.

“어쨌든 이걸 빌려 줄 테니까 가게 앞에라도 세워 놔.”
“고오마워 죽겠다.”

안나가 크리스토프의 손에서 순록인지 넝마인지 모를 천 인형을 뺏어가듯 낚아챘다. 그러자 크리스토프는 딸랑이를 놓친 아기처럼 울상을 지었다.

“살살 다뤄!”
“...가지가지 한다.”

인형을 저 놈 면상에 도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던 안나가 그제서야 엘사를 보았다.

“엘사,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네?!”

머릿속에서 저 산적같은 남자의 멱살을 잡고 탈탈 터는 상상을 네 번째 하고 있던 중에 이름이 불려 뜨끔했는지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엘사. 혹시 피곤해요? 그러고 보니 바는 늦게까지 하는 것 같던데 이렇게 일찍부터 만나러 와주고... 저 신경 쓰지 말고 가고 싶을 때 가도 좋아요.”
“그, 그런 건 아닌데......”

눈에 띄게 허둥대던 엘사의 시선에 순... 록같이 보이는 인형이 포착되었다. 믿을 순 없지만 저거 분명 장식이랬지. 그 때, 엘사의 머리 위에서 전구가 반짝였다.

“잠깐, 다들 여기서 기다려 봐요.”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엘사는 먹이를 구하러 나가는 암사자의 기상으로 가게를 나섰다.

 

---------------------

흐아악ㅠㅠㅠㅠ 쥬미들... 연재한 지 일주일이 지났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정말로 쥬미들 덕분이야ㅠㅠㅠ 진짜 다들 항상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 오글거리지만 좀만 참아 지금 되게 감격스러우니까 주체가 안 됨ㅠㅠ 일화 처음 연재했을 때가 까마득하닼ㅋㅋㅋㅋㅋㅋㅋㅋ리얼 붕어 뻐끔 잼...

하지만 난 오늘 늦었죠ㅠㅠ 진짜 미안... 왜 엘사자는 점점 허당이 되고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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