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영고(×10)가 끝났어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1.03 04:49:34
조회 1335 추천 33 댓글 7

여왕이 눈물을 보이고 허겁지겁 돌아가 버려서 남겨져버린 티아라를 두손으로 쥔 공주는 서서히 날이 저물어가려 붉은 빛을 쏘아대는 하늘을 슬쩍 보겠지. 커튼을 살짝 걷으니 우연찮게 바깥바람을 쐬러 나온 여왕을 보게됐어.

여왕은 두 눈을 비비고 있었어. 눈도 많이 부어버린건지 눈밑을 꾹꾹 누르기까지 했지. 저러다 누구라도 만나면 여왕은 커녕 애취급이나 받지 않을까. 공주는 그 점이 걱정되긴 했지만 커튼을 놓아버리겠지. 저랑은 상관없어.

하지만 마음먹은 것과는 달리 공주는 여왕의 티아라를 계속 만지작거려. 손가락으로 금장식을 쓸고 박힌 보석을 손톱으로 찌르기까지 했지. 공주는 속이 불편했어. 꼭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아. 단지 여왕을 위했을 뿐이었는데.

공주는 여왕을 닮은 인형의 목을 한손으로 쥐고 목을 조르는 것처럼 손에 힘을 주고는 다시 내려놓아. 이것저것 생각하니 벌써 날이 저물어버렸어. 공주는 허기를 느끼기 시작해. 정확히는 며칠 굶은 괴물이 공주를 자극했어.

공주는 티아라를 들고 잠옷바람으로 복도를 나와. 새어들어오는 빛에 반사될 때마다 티아라는 빛났지. 공주의 눈 또한 어둠에 적응될 수 있도록 기분 나쁜 색으로 빛났어. 한손에 쥔 왕관이 일곱번 빛날 즈음 공주는 매일 서서 여왕을 기다렸던 문 앞에 서.

끼익. 안으로 들어서니 여왕은 역시나 침대에 앉아있었어. 이불속에 숨어있어 공주를 반기지는 못했지만 여왕은 문이 닫히는 소리에 이불을 빼꼼 들춰. 티아라를 들고있는 공주의 표정이 평소보다 어두웠어.

탁. 티아라를 꺼진 초와 향유 사이에 올려둔 공주는 침대에 올라와 빈자리에 누워서 천장을 봐. 이대로 눈 감을 감아 아침에 일어나면 좋을텐데, 공주의 괴물은 극한 허기에 허덕이고 있었어. 그것을 어떻게든 달래야 한다고, 공주는 알고 있었지.

빨리 끝내버려야지. 공주는 이불을 들췄어. 여왕이 어떤 자세를 하고있든 팔을 잡아 당겨서 베개도 치우고 평평한 침대 위에 눕혀버렸지. 두 손으로 여왕의 양팔을 쓸어내리며 옷을 들춰낸 공주는 눈을 감은 채로 여왕의 온몸 곳곳에 입을 맞췄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억지로 떼어져 나온 탓인지 괴물은 여왕의 몸에 대한 욕심이 가득했어. 공주가 피를 취하기 전에 온몸에 자국을 남기는 것도 그 때문이었지. 잔존하는 괴물의 잔해가 여왕의 몸 속에서 휘몰아치는 듯해. 여왕은 거대한 무언가가 제 몸 구석까지 훑으며 공주의 괴물에게 반응하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졌어.

여왕의 숨은 거칠어져. 나신이 된 여왕의 허벅지 안쪽까지 입을 맞추고 나서야 공주는 몸을 타고 올라왔지. 이마, 눈, 코, 입까지 빼놓지 않고 체향을 남겨둔 공주는 스윽. 시트를 쓰는 소리에 눈을 떠. 여왕의 고개가 반대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어. 그리고 물기어린 눈이, 공주에게 보여버렸어.

공주는 손바닥을 꽉 쥐었어. 더러운 괴물이, 피를 원한다고 외쳐도 외면하며 부동해. 한번 터졌었던 울음을 참기 힘든지 여왕은 온몸을 덜덜 떨며 눈물을 한두 방울씩 흘리며 시트를 적셔. 두려움 때문이 아니야. 여왕은 제 무능력함에 자책하고 있는거겠지.

...미안하긴 한가봐?

참지못한 공주가 여왕의 얼굴을 잡아 돌려 똑바로 보면서 말했어. "하긴, 지금까지 떳떳하게 여왕자리에 오른것도 전부 너한테 있어야 할 괴물을 내게 옮긴 덕이잖아." 공주는 울기만 하는 여왕에게 화가났어.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그런데 어떤 말을 들어야 지금의 화를 누그러트릴 수 있을까. 공주는 제게 의문해.

아직도 여왕이 더 싫어?
맞아.
...네가, 싫지는 않았니?
......
차라리, 나를 더 미워해. 안나. 괴물을 사랑할 바엔 나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영원히...
왜 한번도 용서해달라는 소리는 안 해?

공주는 여왕에게 물었어. 여왕은 제 잘못을 들춰서 용서를 빌지 않아. 하찮은 여왕의 자존심 때문이야? 공주가 재차 물어도 여왕은 울기만 하겠지. 공주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도 제 자신까지 용서 못하는 한 이 순간은 반복되겠지.

엘사는..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
나는 계속 엘사만 생각하고, 엘사만 원해왔는데. 엘사가 언젠가는 내게 와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거란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이젠...

너무 늦어버렸어. 깊은 한숨을 쉬는 공주는 젖은 눈가를 손등으로 비벼댔어. 여왕이 원하는대로 해줄거야. 충실하게. 공주는 더이상의 사고를 포기했어. 공주의 두 손이 여왕의 목을 압박해. 미간 사이가 구겨지기 시작하는 여왕의 몸 위에서 공주는 울었어.

이제 공주는 마지막 가족을 잃었어. 목을 잡아 여왕을 끌어당긴 공주는 먹이를 무는 것처럼 허기를 달랬지. 어쩌면 서로 먹고 먹힐 수 있게 된 이 결말이 괴물이 원한 결말일지도 모르지, 명확히 할 수 있는건 이 안에서의 더 이상의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괴물의 비명과 환희는 끝나지 않겠지. 다른 의미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밤을 보내고, 절망과 슬픔은 지속될테지. 가엾은 여왕과 공주의 아픔도 계속되고.

추천 비추천

33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4 ai힘을 빌리면 개쩌는 픽썰 쪄지냐 [1] ㅇㅇ(223.38) 11:41 12 0
1123713 이 음란한 갤 [1] ㅇㅇ(223.38) 11:39 8 0
1123712 안녕 털복숭이들 [1] ㅇㅇ(112.157) 11:26 7 0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12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66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2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5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31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24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6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3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5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2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8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6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4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7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7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0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1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6 5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2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20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1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6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3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2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6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6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6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2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1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7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3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7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3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3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5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9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6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8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