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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스토커] 블랙컨슈머 안나랑 담당직원 엘사로 보고싶은게 떠올랐다

유동인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03 20:24:21
조회 1950 추천 57 댓글 7

오늘도 뭉개진 두부는 훌쩍이며 눈물을 훔칩니다. 


동료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아쉽게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군요.


얼마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담당직원으로 엘사를 지목해 컴플레인을 걸어오는 고객 때문에 엘사는 너무나 힘이 드네요.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클레임을 걸어와선 억지를 쓰는 것도 하루이틀, 이젠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를 더 많이 해가며 엘사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았고 있어요.


마침내 엘사가 참지 못하고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뚝뚝 떨구며 흐느낀 날, 그날 이후 안나라는 고객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모든 직원들마저 다행이라고, 그러면 더 악질적으로 변해서 괴롭히는 고객들도 많은데 잘됐다고 해주었지요.


엘사도 며칠간은 갑자기 안나라는 고객이 또다시 들이닥치진 않을까 불안에 떨었지만 그런 일을 없었어요.


안심하고 있던 엘사가 퇴근하던 때, 엘사는 저 멀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를 들었지요.


엄청나게 비싸보이는 차에 삐딱하게 기대선 엘사를 부르는 목소리는 바로 안나였어요.


너무도 놀라 자리를 피하려는 엘사의 앞길을 막고선 차에 타라고 권유하고 있었죠.


그동안 못되게 굴어서 사과하고 싶다는 안나였지만, 엘사는 왠지 모를 불안에


정중하게 거절하고 쿵쾅대는 심장을 감추며 몸을 돌렸어요.


하지만 오늘 거절하면 내일부터 또다시 찾아간다는 말에


엘사는 울며겨자먹기로 억지로 안나의 차에 탔죠.



-


엄청나게 비싼 차, 입이 떡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집, 고급진 온갖 인테리어에 엘사는 지은 죄도 없이 잔뜩 기가 죽어선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죠.


못되게 굴려고 하는거 아니니까 부디 편하게 있으라는 안나의 말에도 기를 펴지 못하자 움츠린 엘사의 뒤로 다가와선 어깨의 힘을 빼주었어요.


이런 사람이 블랙컨슈머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만큼 부유하고 젠틀한 안나의 모습에 엘사는 느리지만 조금씩 경계를 풀었죠.


그동안 그렇게 굴어서 미안했다는 안나의 사과와 이젠 그럴 일은 결코 없을거라는 말에 완전히 마음이 놓였지만,


집에 돌아가기 전 보여 줄 것이 있다는 안나의 안내에 이끌려 가본 곳에서 엘사는 심장이 멎어버릴 뻔했어요. 


넓은 방 전체는 일자별로 정리되어 엘사의 그날그날 전신사진과 얼굴, 몸, 패션, 그리고 또한가지 


매일같이 안나를 상대했던 엘사의 목소리가 녹취되어 정갈하게 놓여져 있었거든요.


당황하고 눈물젖은 엘사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 이런 일을 했다는 안나의 고백은


엘사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죠. 하지만 엘사의 눈물을 직접 보게된 날 이후,


이런 짓은 그만두고 직접 엘사를 가져야겠단 결심을 했단 말을 들어왔죠.


저항하는 엘사를 힘으로 찍어누르곤, 침대위 서랍을 여니 그곳 안에


무서운 물건들이 잔뜩 들어있는걸 보곤 엘사가 발버둥쳐요.


하지만 저항은 손쉽게 제압되고 엘사의 손목은 


부드러운 천으로 결박되어 묶이고 말죠.


-


이미 회사에선 엘사가 사직한 것으로 알고있다, 엘사의 친구들은 엘사가 해외여행을 간 것으로 알고있다, 아무도 엘사의 행적을 알지 못한다.


발버둥치는 엘사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안나에겐 전혀 효과가 없나봐요. 아니, 효과가 있긴 있어요 아주 효과가 뛰어나죠.


그 효과가 엘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안나의 피를 미친 듯이 끓게 한다는 것만이 차이점이네요. 그러지 말아야하는데.


엘사가 저항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녹음은 엘사의 숨소리하나, 발버둥치는 몸짓의 소리까지, 무엇보다 


그 울음소리를 아주 또렷하고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물론 고화질의 카메라와 cctv도 있었죠.


나쁜 짓 하려고 날 데려온게 아니라면서요, 보내줘요 제발 잘못했어요, 이러지 말아줘요...


엘사는 아직도 안나라는 사람을 모르나봐요. 정말 이러니까 더 괴롭힘 당한다니까요.


음...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죠. 안나가 아까전을 회상하며 툭 말을 던지네요.


... 하지만 난 블랙컨슈머인걸요? 거짓말과 나쁜 말이 내 특기잖아요.


눈에 씌워지는 안대가 엘사의 마지막 기억이었어요.




-



툭툭, 코트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 수많은 방을 지나 가장 안쪽의 깊은 방을 향합니다. 안나는 여름을 좋아했지만 이젠 겨울이 가장 좋아요. 왜냐하면-


끙끙대는 소리가 후끈한 저 멀리 문 안쪽에서 울려퍼져요. 안나는 제일먼저 녹음기와 카메라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부터하죠.


그리고 문을 열면, 축축한 엉덩이를 높이 들고 부들부들 떨고있는 나만의 발정난 고양이가 보이네요. 벌써부터 더워지네요.


작은 로터가 연결된 고양이 꼬리가 정신없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리는 것이 보여요.


잠깐 나갔다 왔을 뿐인데 그새를 못참는 애완동물에겐 벌을 줘야겠지요.



-



ㅈ.. 죄송해요... 주인님 말 지키려고 했는데에, 흐에... 주인님이 만져준 여기가 너무 조.. 좋아ㅅ...!! 엘사 여기가 너무 기분 좋아서... 


내가 무엇으로 벌을 줄까 고민하자 스스로 서랍을 열고 맘에 드는 도구를 꺼내더니 잠시 망설이고 있네요.


전부 내려놓고 내 손가락을 잡아 핥아올리는 이 앙큼한 고양이에겐 벌대신 상을 줘야겠어요.



out scene.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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