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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Argos Ch.6 - 2

치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2.15 07: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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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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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os Ch.1 (텍본)

Argos Ch.3 - 1 (텍본)

Argos Ch.3 - 2

Argos Ch.4 - 1

Argos Ch.4 - 2

Argos Ch.5

Argos Ch.6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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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흘렀다. 엘사와 안나는 여전히 떨어진 상태였다. 미아는 두 공주가 자라면서 나이를 먹고, 똑똑해지고, 또…우울해져가는 걸 지켜보았다.



미아는 안나의 꽃피는 성장을 보아왔다. 팔다리가 길어지고, 키가 커지고, 젖살이 들어가는 동안 안나는 항상 미아의 삶 속에 들어가있었다. 안나가 치러오던 관행이 사라져가긴 했어도(안나는 더 이상 아침에 옷을 입는데 도움받지 않았고, 전설로 내려오는 영웅 플린 라이더와 알라딘에 대한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읽어달라고 하지도 않았으며, 폭풍과 미스릴을 다루고 파괴가 불가능한 신화 속 호박색 금속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물어보러 신나게 달려오지도 않았다), 미아는 걸음마 아기에서 사춘기 직전 소녀로 순조롭게 자라나는 안나라는 꽃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미아는 안나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고, 안나의 성장을 지켜보아왔다.



반면에, 엘사 공주는 소식으로만 들려왔고, 성장한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띌 뿐이었다. 국왕이 게르다에게 엘사의 요구를 개인적으로 들어주는 일을 맡기게 되면서 미아는 그 후계자를 볼 기회가 점점 적아져만 갔고, 그와 함께 미아는 자신이 사랑했지만 수년 간 잃어버린 소녀의 이미지를 조각조각 형성하게 되었으며 그 이미지는 엘사 공주를 더 이상 이름으로 부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확고해졌다. 엘사는 아름답게 성숙해졌으며 매일매일 어머니를 닮아만 갔다. 슬픔, 공포, 근심으로 가득찬 그 눈마저 왕비와 너무나 닮았으나, 그건 미아가 전혀 기뻐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이들 누구도 그런 불행해보이는 눈을 가져서는 안 되었다.



이 조각들, 엘사를 이루는 조각들… 이것들은 여전히 안나가 가진 것보다 많았다. 안나는 언니와 이어져야 한다는 사명을 꿋꿋이 지켜내고 있었지만 미아에게는 그 도전의 시간들이 끝나가는 게 보였다. 매일마다의 방문은 매 주로 바뀌었고, '나와서 놀지 않을래?'는 '왜 문을 안 열어 주는 거야?'가 되었다. 소녀가 문 앞에서 간청하던 몇 시간은 삼십 분 간 문과 대화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고가 터졌다.



그 날은 안나 공주가 12번째 생일을 맞은 후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축하식은 좋게 치러졌지만 미아는 어린 안나의 나이에서 점차 멀어져가는 것에 마음 한 켠이 불편했었다. 핵심 직원들만 남기고 시종들이 툭툭 줄어가던 때부터 왕궁에서의 직원 고용은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며, 자신의 가족들을 충실하게 부양하던 세대들은 아이를 데리고 성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 마굿간 소년도, 시녀도, 배달부도, 떼쓰는 어린 기사의 갑옷에 끈을 매 주며 계속 당부하던 아가씨들도 성에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에 안나 공주는 아직까지 성에 남아 있는 늙은 시종들과 같이 생활하게 되었으며 모두 안나에게 잘 대해 주었지만, 그 누구도 곁에 또래 친구가 없는 공허함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특히나 들어오는 선물들이 그랬다. 브로치, 장갑, 팔찌, 할든 대장이 보내온 예쁜 드레스…(할든 대장은 이만한 선물을 보낼 능력이 되는 몇몇 부자 중 하나였다) 모든 선물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충분히 마음에 들긴 했지만, 선물들은 어린 십대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성에 맞는 선물이었다. 엘사의 선물에 대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후계자는 축하식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자신의 선물을 동생에게 보내놓았다.



안나는 계단 아래에 자전거가 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안나 공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건 아마 이런 것만이 엘사 공주님께서 여동생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라고 서로 말을 던지겠지만(안나가 새 자전거에 올라탔을 때는 잇따를 피해를 예상하고 속으로 몰래 신음했다), 미아는 안나가 이 선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엘사가 자신을 생각해 줬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뭘 원하고 뭘 좋아하는지까지 알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나는 이후 몇 주동안 복도 이 쪽 저 쪽으로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올라왔다가 다시 쿠당탕 타고 내려가기도 했다. 시종들은 끙 신음했고, 국왕과 왕비는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사랑스러워했으며, 미아는 안나의 주근깨 피부에서 투덜대는 멍을 보며 상처를 닦아주었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안나의 평소 행실이었다. 아무도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공주의 과도한 행동이나 자전거를 타고 계속 굴러떨어지는 취미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모두가 공주의 광대짓에 익숙했기에 그 익살극에 의도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은 의도가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 의도가 두 번째 사건을 몰고 왔다.



안나 공주가 정원을 쏘다닌 탓에 진흙투성이가 된 드레스를 미아가 세탁실로 가져가던 그 때, 욕실에서 붉은머리 소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유모는 공주에게로 달려가 문을 쾅 열었고, 무슨 일이냐고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안나가 허벅지와 손가락에 피를 묻힌 채 완전 행복한 얼굴로 욕조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나 공주님… 괜찮으세요?" 미아는 자신 앞에 펼쳐진 엽기적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미아를 올려다보는 안나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아, 유모! 드디어 나왔어요!"



미아는 침착해 보이려고 했지만, 안나에게서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보니 얼굴에 당황한 게 보인 모양이었다.



"유모, 생리혈이에요! 드디어 나왔다구요! 드디어 여성이 된 거에요!"



미아는 그 순간 이해가 되었지만, 안나가 숙녀로 가는 길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데 왜 자신은 기분이 팍 상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공주님을 자신의 딸처럼 생각해 온 탓에, 공주님이 결혼하실 수 있게 되자 화가 난 걸까? 미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아는 자신을 방해하는 생각을 떨쳐내야 했다. 자신은 능숙해야 했으니까. 안나가 가랑이에서 피를 흘리는 걸 왜 좋은 일로 여기는 건지 솔직히 알 수 없더라도 말이다.



"이야, 축하드려요, 안나 공주님! 이런 일이, 음, 곧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셨던 건가요?"



"당연하죠! 제가 왜 그동안 열심히 자전거 타고, 굴러떨어지고 했겠어요? 부엌에서 세탁부가 이러면 생리혈이 빨리 나온다고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다른 것도 다 넘어뜨렸냐고 벌컥 나오려는 말을 꾹꾹 눌러둔 미아는 게르다를 시켜서 부엌에 있는 세탁부들을 좀 때려줘야겠다고 머릿속에 기록해두었다.



"뭐, 공주님이 성숙해지신 건 확실히 좋은 일이네요. 이제 어린애 티는 전부 벗으셨어요. 기분이 어떠-"



"기분이 어떻냐고요? 날아갈 것 같아요!"



미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반성이나 후회같은 건 정말 안 드시나요? 어린 시절과 작별하는건데 좀 그립다던지…"



"전혀요! 이게 제가 바라던 바에요!"



"안나 공주님, 제가 예전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서 지금 되게 혼란스럽네요."



"아아, 유모!" 신나서 미아를 와락 붙잡으려 손을 뻗는 안나는 성을 한 바퀴 돌며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로 긴장이 없어 보였다. 미아는 핏빛 손가락 끝을 피해 뒤로 급히 물러났다. "이건 제가 여성이란 증거에요! 결혼도 할 수 있고, 아기도 낳을 수 있고, 왕위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증거라구요! 제가 이제 가치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구요! 여분보다는 나아진 거죠!"



예상치 못했던, 너무 이질적이고 안나답지 않은 말에 미아는 순간 자신을 잊고 어린 안나에게 했던 것처럼 말을 툭 던져버렸다.



"잠깐, 뭐라고요?"



안나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어야 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제 말은 그냥, 음, 엘사는 항상 왕위 후계자여서 태어날 때부터 항상 중요했는데, 저는 그냥 항상 뭐랄까… 좀 그랬던 거죠.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거에요."



"아아, 공주님." 미아는 한숨지으며 손을 얼굴에 얹었다. "대체 누가 공주님께 그런 소릴 해요?"



"그게,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에요. 그 사람들은 그냥… 잊어버려요. 사실 중요하지도 않잖아요."



"안나 공주님, 공주님께 누가 그런 소릴 했는지 말하세요."



"말해야 할 필요가 없잖아요."



"안나 공주님-"



"유모, 공주로서 명령하건대, 그만 좀 캐물으세요."



"그거 괜찮네요." 미아가 인정했다. "하지만 안 통해요. 제겐 국왕님께서 공주님의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라고 직접 명령하신게 있구요, 공주님께서 들으신 말은 공주님께 해로운 것 같네요. 이제 털어놓으세요. 누가 말했고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아으, 그 구실 써먹는 거 정말 싫은데." 안나는 신음하며 뒤로 몸을 기울이다 욕조 뒤쪽에 머리를 박았다. 안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아픈 곳을 문지르려는 순간 손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



"으아." 안나는 머리에 피갑칠을 할 뻔 했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알았어요. 그럼 거래해요. 유모, 제게 누가 뭐라고 했는지 말씀드릴 테니까, 제 부탁을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세요." 안나는 미아의 얼굴을 보고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딱 하나만요! 어려운 부탁도 아니에요! 이상한 것도 아니구요! 유모라면 평소에 동의 안 하실 뭔가에 도움이 필요한 것 뿐이에요."



의심스러웠지만 미아는 안나의 제안을 곰곰히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꽤나 위험한 제안이었다. 미아는 저번에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고 안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가(초콜릿 케이크를 통째로 가져다 주었다) 중앙 홀에 있는 모든 갑옷을 직접 재조립해야하는 대가를 치렀었다. 당분 공급을 받은 안나가 계단 앞에 갑옷을 진열해놓고 부엌에서 훔쳐 온 쟁반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서 모든 갑옷에 하나하나 마상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아는 누구든 그 따위 말로 안나의 자신감을 깎아내리도록 놔둘 순 없었다. 여분이라니?!



결심이 서자, 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요, 안나 공주님. 공주님 말대로 해요."



안나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아요! 보통이라면 악수하자고 했을 텐데, 제 손이 좀…"



"악수할 필요는 전혀 없겠네요." 미아는 곧장 대답했다. "약속했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알았어요, 그럼," 안나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는데, 이 습관은 엘사와 함께 자랄 때 생긴 것으로 말하기 곤란한 이야기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유모, 유모는 새로 들어온 경비병 두 명을 아시죠?"



미아는 고개를 저었다.



"안나 공주님, 저라고 해서 성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알진 못해요."



"뭐, 전 그 사람들 이름은 몰라요. 근데 그 경비병들이 몇 주 전에 마굿간 옆에 배치됐었거든요. 한 사람은 좀 키가 컸고, 구렛나룻에다 목 뒤에 뾰루지가 더럽게 나 있었어요. 다른 한 사람은 키가 많이 작았고, 수염이 있었고 콧수염이 컸어요."



"기억해둘게요." 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나중에 할든 대장에게 두 경비병에 대해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미아는 안나에게 시선을 똑바로 집중시켰다. "뭐라고 했는데요?"



안나는 불편한 듯 미아의 시선을 피했다.



"뭐, 그 사람들이 저한테 말한 건 아니었고, 그냥 제가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걸 엿들었-"



"안나 공주님, 뭐라고 했냐니까요?"



안나는 기가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제가… 제가 왕위에 있어 여분이라고 했어요. 그러고는 웃음을 터뜨렸어요. 또, 언젠가 엘사를 본 적이 있다고 했어요. 엄마랑 아빠가 언니를 데리고 프랑스의 고위 관리를 만날 때요. 두 사람이 말하길 아렌델은 참 운이 좋은게, 똑똑하고 아름다운 엘사가 계승자라고, 그…"



안나는 말 끝을 흐렸고, 미아는 안나의 어깨가 축 처지는 걸 보면서 분노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할든 대장이 이 경비병들을 찾기만 하면, 미아는 직접 이들에게 최소한 삼 년간 막사의 요강 청소를 시킬 작정이었다.



"그?" 미아는 이를 바드득 갈며 재촉했다.



"그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안나가 중얼거렸다. "그 골칫덩어리는 어느 날 시집가는 것 빼고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결혼 상대도 제 구실을 못하는 사람일거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안나가 눈을 들어 미아를 쳐다보았을 때, 유모는 슬픔 가득한 공주의 눈망울에 가슴이 다시금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 "엘사가 나랑 함께하지 않는 게 당연하대요. '성에 사는 멍청이가 사실은 자기 동생이라는 걸 대체 누가 알리고 싶겠어?' 라면서요."



미아는 눈을 감은 후 호흡을 애써 가다듬었고, 속에 차오르는 마땅한 분노를 달래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안 돼, 지금은 아냐. 바로 지금, 미아는 안나를 편안하게 하고, 돌보고, 무너진 자신감을 고쳐 줄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아아, 나중에 엄청난 댓가가 따르더라도.



"그래도 이젠 괜찮아요!" 미아의 얼굴이 붉은색 위험신호로 물들어가는 걸 본 안나가 재빨리 말했다. "괜찮아요. 이젠 생리혈이 나오니까! 제가 아렌델의 짐이 되지 않을 거란 증거에요! 이제 제가 여성이라는 증거에요, 엘사처럼! 유모, 이제 제가 엘사랑 똑같다는 얘기에요! 언니는 더 이상 절 내치치 않을거에요! 이젠 귀찮게 구는 어린 여동생이 아니니까!"



오랫동안 수도 없이 그래왔지만, 미아는 안나의 말에 당혹감을 크게 느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공주님?"



안나는 일어서서 최대한 당당히 몸을 폈다.



"유모, 이제 협상에서 유모 차례를 논할 때에요. 제가 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기로 한 거 기억하시죠? 약속하셨잖아요."



미아는 이 일이 나쁜 곳으로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그게, 기억해요, 하지만-"



"유모, 제가 엘사와 동등하게 마주보고 말할 수 있도록, 엘사의 방에 들어가는 걸 도와주세요. 이제 우리 둘 다 여성이니. 엘사와 우린 어린애처럼 서로에게서 문 뒤로 숨을 필요가 없어요. 이제 어른처럼 논의해볼 수 있겠지만, 그건 엘사가 문을 연 이후의 이야기에요. 그게 유모가 들어가실 곳이구요!"



"안 돼," 미아가 생각했다. "안 돼, 안돼안돼안돼-"



"유모가 엘사의 빨랫감를 가지러 온 것처럼 연기해주세요." 미아의 머릿속에 난리가 난 걸 모르는 안나는 말을 이어갔다. "엘사가 문을 열어서 유모를 안으로 들이면, 문 틈에 발을 끼워서 문이 닫히는 걸 막아주세요. 그럼, 제가 유모 뒤에 숨어있다가 뛰쳐나와서 안으로 달려들게요! 분명 성공할거에요! 오래 전 어느 동화처럼!"



"안나 공주님, 저는 그다지-"



"유모." 안나가 끼어들었다. "제발요. 절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알아요, 공주님. 하지만 이건-"



"유모, 부탁이에요." 안나는 미아를, 미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미아는 안나의 시선에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안나가 세상에 보여주는 기쁨과 활기찬 모습 아래에는 상처받은 채 외로워하고 우울해하는 소녀가 있었다. 언니와 다시 이어지길 절박하게 바라는 소녀가. "지난 7년 간 문을 사이에 두고 엘사 반대편에서 자랐어요. 엘사가 밖에 나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엘사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저를 피해다녔어요. 언제 한 번은 저를 피하려 저녁까지도 거른 적이 있다는 건 아세요? 제 언니는 절 끔찍하게 싫어하는데, 난 이유조차 몰라요. 우린 어릴 때 정말 친한 친구였고, 제가 뭘 했길래 언니와 저 사이에 거리가 생긴 건지 알아야겠어요. 전 알아야 해요, 유모. 그래서 유모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거에요. 명령이 아니라 부탁하고 있다고요. 제가 유모를 믿고, 유모는 유모가 생각하기에 가장 나은 선택을 하실 거란 걸 아니까요."



"안나 공주님은," 미아는 궁금해졌다.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는 방법을 언제 배우신 거지?"



미아는 뭐가 옳은 대답인지, 뭐가 이어질 대답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죄송해요, 안나 공주님. 공주님을 도와드릴 순 없어요. 공주님의 아버지와 언니분께는 공주님을 혼자 두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아뇨, 그게 뭔지는 대답해 드릴 수 없지만요, 그분들께 정말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제가 말씀드리면 공주님은 저를 믿어주셔야 해요."



하지만 솔직히, 미아는 이렇게 이어지는 대답에 신물이 났다. 계속되는 강제 단절과 감정적 고통에 신물이 난 것이다. 통제에서 벗어난 상황에 의해 자신이 사랑하는 소녀들이 고통스럽게 찢겨져 나간 걸 오랜 시간동안 그저 앉아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미아는 12년 전 엘사의 방에 들어가서 엘사가 마법으로 여동생을 매료시키도록 해 준 그 때가 떠올랐다. 세 살에 그걸 해낸 엘사라면 분명 열다섯 살인 지금에도 할 수 있을 터였다. 마법이 악화되고 있는 건 엘사가 통제를 잃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여동생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린시절에 들은, 형제자매의 결속이 거대한 위업을 이뤄냈다는 이야기를 미아는 기억하고 있었고, 어른이 된 지금에는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있었다. 미아는 한 사내가 형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 마차를 통째로 들어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엘사의 마법, 엘사의 의지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미아는 안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름다운 두 소녀가 마침내 재결합할 수 있고, 이 끔찍한 시간이 끝날 거라는 안도감이었다.



"좋아요, 안나 공주님. 할게요."



안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이에요, 유모? 정말 도와주실 거에요?"



미아가 끄덕였다.



안나가 기쁨에 찬 소리를 질렀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유모! 아, 유모를 설득할 수 있을 줄 전 알고 있었어요!" 욕조에서 훌쩍 뛰쳐나온 안나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언니를 만날 거란 생각에 힘이 났다. "얼른 하러 가요!"



"그전에, 공주님…"



"네?"



미아는 피묻은 허벅지와 손가락을 눈으로 가리켰다. 안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붉혔다.



"우선 씻고 옷을 입고 싶으실텐데요, 공주님."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에서 귀까지 새빨개진 탓에 주근깨를 못 찾을 지경이었다.



"그, 그야 물론이죠. 그래도 그 다음엔 같이 하러 갈 거죠, 그쵸?"



미아는 자신이 딸처럼 여겼던, 사랑스럽고 훌륭한 공주에게 미소를 보냈다.



"네, 하러 갈 거에요, 공주님." 사랑스러운 소녀들이 끊어지지 않는 결속으로 다시 자매가 되는 걸 볼 생각에, 미아의 두 눈에 꿈꾸는 듯한 모습이 드러나버렸다. "그래요, 하러 갈 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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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공주님?"



미아가 문을 두드렸다. 미아는 세탁물로 가득한 바구니를 안아들고 치마는 넓게 벌려 뒤에 숨은 안나가 보이지 않게 했다.



"무슨 일이에요?"



부드러운 대답이 문을 뚫고 나왔으나, 자신의 어린 소녀가 이렇게나 울적해졌다는 것에 미아의 눈에서 배어나오는 눈물을 막아주진 못했다.



"세탁물 가지러 왔어요."



"세탁물이요?"



곧이어 문이 소리를 내며 살짝 열리자 미아는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안나는 소리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새하얀 얼굴에 백금발 머리카락이 보였고, 놀랄 만큼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조그만 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네, 공주님. 오늘이 세탁하는 날이에요."



그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자, 미아는 그 차가운 푸른색이 발하는 의심에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네, 맞아요, 하지만 미아, 게르다가 이제부터 자신과 제 시녀만 제 방을 관리할 거라고 했어요. 그 규칙에 변화라도 생긴 건가요?"



"그, 공주님 말씀이 맞지만, 공주님의 시녀는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오늘만 대신 봐 달라고 게르다가 절 보냈어요."



"뭐라고 하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뭐라도 말해야 하는데," 미아는 생각했다. 문 틈에 발을 끼워 안나가 뛰어들어갈 공간을 주기 위해서는 엘사가 문을 더 열어야만 했다. 나이란 게 있어서, 공간을 조금 더 벌리지 않고서는 문간을 막을 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네? 몸 상태가 어떤데요?" 엘사가 문을 조금 더 열며 말했다. 미아에게는 이제 완벽한 코의 한 면과, 붉고 웃음기 없는 입술의 한쪽 끝이 보였다.



"아냐, 조금 더, 안나가 들어갈 수 있게 조금만 더-"



"단순 감기에요, 공주님. 찬 바람이 부는 방에서 요즘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제 말을 이해하실거에요."



그 말에 엘사가 얼굴을 찡그리자 미아는 곧바로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하지만 필요악이었다. 미아는 자신의 딸들을 다시 합쳐주기 위해서라면 어떤 정신적 고통도 기꺼이 감내할-



"미안하게 됐네요." 엘사는 인정했다. "솔직히 제 방이 좀 춥긴 해요." 마침내, 엘사는 한숨과 함께 문을 조금씩,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해요, 미아. 정말로요. 모두를 내치는 데 요즘 너무 익숙해졌나 봐요. 들어오세요. 가져가실 건 전부 준비되어 있으니-"



"됐어, 됐어, 됐다구!" 문이 점점 더 넓게 열리는 것에 미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금만 더 열리면, 문을 괴어놓기에 충분한 공간이 생기고, 안나가 들어갈-



"공주님?"



차갑고 또렷한 목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미아는 고개를 돌렸고, 안나는 엘사에게서 숨은 채 새로 온 누군가에게서도 몸을 숨기려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움직였다. 엘사는 누구 목소리인지 미아 너머로 보려고 하면서 이마를 찌푸렸다.



"이 사람은 누굽니까?"



미아는 깨끗하고 간단한 의복을 입은 그 여성의 허리에 세탁 바구니가 얹힌 걸 보자 속이 바짝 얼어붙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여성(엘사의 시녀)은 검고 풍성한 머리와 예쁘고 갸름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미아는 자신이 늙었다는 걸 느꼈으나, 다만…



저 눈. 저 검은 눈동자는 꼭 차갑고 삭막한 굴이 내려다보는 듯했다. 입을 쩍 벌린 채 뭐든 삼키려고 달려드는 저 구멍으로 떨어진다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시녀는 자신 앞의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공주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런 젠장!" 미아는 뒤에서 안나가 작게 내뱉는 소리를 들었다.



엘사는 누가 자신을 부르는지 확인하려고 미아를 밀어냈다.



"카야? 당신인가요?"



"공주님, 이 사람은 누굽니까?"



엘사의 복잡한 표정이 빠르게 굳어가고 있었다.



"미아에요. 미아는 당신이 몸이 안 좋아서 오늘만 당신 일을 대신 한다고 말했어요."



"아뇨, 미아 씨가 아니라, 지금 미아 씨 치마 뒤에 있는 사람 말입니다."



"자, 잘못 보신 것 같네요!" 미아는 간신히 웃으며 대답했다. 저 매서운 시녀(카야라고 했던가?)가 미아의 넓어진 몸집 뒤에 누가 웅크려 있는지 보려고 고개를 기웃거리는 탓에 목 뒤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그냥 단순한 오해에요! 카야 씨, 공주님께 사과하-"



"아니 잠깐만요-" 엘사가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진 카야가 소리쳤다.



"이제 어떡해요?!" 겁에 질려 눈을 크게 뜬 안나가 안절부절하며 속삭였다.



미아에게는 시간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미아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두려워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아의 시야 한 쪽에는 열린 문 너머로 자신을 노려보는 후계자가 보였다. 한 쪽으로는 충격에 눈을 휘둥그레 뜬 시녀가 엘사에게 경고하려 입을 열면서 세탁물 바구니를 다른 한 손으로 뒤지는 모습이 보였다. 미아의 뒤에는 자신을 올려다 보는 안나가 있었다. 치마 속에 웅크린 채, 겁에 질린 눈, 간청하는 눈으로 유모를 올려다보는 안나가. 미아는 자신의 다음 행동에 따라 이 비극의 결과가 결정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미아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결과로서 자신과 안나에게 꾸중과 작은 처벌이 내려질 터였다. 만약 사실대로 털어놓는다면 질책이 뒤따를 뿐, 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항한다면, 엘사의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한다면… 당연히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미아는 안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너무나 어려보이고, 너무나 연약한, 자신의 뒤에 웅크린 안나를.



"내 딸들은 행복해질 자격이 없는 건가?" 미아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A와 E는 같이 붙어 있을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거냐고?"





있다.



"가세요!" 미아는 고함쳤고, 홱 돌면서 엘사의 방 문을 단단히 붙잡았다. 커다란 기합소리와 함께 미아가 문을 삐걱삐걱 열자 엘사는 놀라서 눈과 입을 떡 벌리며 얼어붙은 방 안으로 넘어졌다. 기회를 붙잡은 안나는 언니에게 닿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미아의 곁에서 튀어나와 유모와 문 틀 사이 작은 틈으로 뛰어들었다. 미아는 뒤에서 카야가 엘사의 이름을 부르짖는 소리와 뭔가가 공기를 가르며 내는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뭔가가 미아의 목을 찔렀으며, 미아는 그 순간 근육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고, 머릿속에는 강렬한 통증이 터져나왔다. 졸음이 미아를 아래로 끌어당겼고, 미아는 몸이 휘청거리는 걸 느꼈다.



"안 돼!" 미아는 속으로 절규했다. "안 돼, 이렇게 끝나선 안 돼. A와 E는 이어져야만 해!"



절박함은 미아에게 힘을 빌려주었고, 간신히 균형을 잡은 미아는 문을 밀어내려 노력했다. 휘청거리던 미아는 실수로 안나를 밀쳤고, 그 소녀는 문틀에 강하게 들이박고 말았다. 미아는 엘사가 재빨리 일어서며 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는 걸 보았다. 안나를 내치기 위해. 안나와 미아를 내치기 위해.



미아가 크게 기합을 넣자 미아는 문이 항의하는 느낌을 받았다. 부서지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얼음이야." 미아의 머릿 속 그나마 똑똑한 부분이 말했다. "문이 벌어지는 걸 막으려고 엘사가 문을 얼린거야."



미아는 약이 퍼진 근육에게 도와달라고 다그치며 문을 더 세게 밀었다. 미아의 옆에서 안나는 아픈 곳을 문지르고 있었으나, 여전히 애쓰는 중이었다. 방에 들어가기 위해, 엘사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 언니에게 닿기 위해, 엘사에게 닿기 위해.



또다시 무언가가 미아의 목을 찔렀다. 이번에는 침이 더 길었고,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왔다. 침에서 뿜어져나온 약이 혈관을 타고 뇌로 곧장 침투하면서 미아는 머리가 어찔했다. 미아는 옆으로 고꾸라졌고, 시야가 어둑해졌다.



"안 돼," 미아는 속으로 말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나는… 꼭… 문을… 엘사… 소녀들은…"



나무로 된 문이 쾅 닫히고 자물쇠가 철커덕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분노, 좌절, 그리고 가슴을 저미는 절망으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경비병을 부르는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어리석은 짓이라고 욕하면서…



미아는 안나를 보기 위해 남아있는 힘을 끌어모았다. 두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기쁘게 끌어안는 모습을 문간으로 보려고…



새카만 졸음이 미아를 덮치기 직전, 미아가 볼 수 있었던 건 오직 무늬와 장식을 지닌 단단한 문 뿐이었다.







-----------







미아가 마침내 깨어났을 때, 미아는 자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는 무척이나 어질거렸고, 입에서는 담즙과 구토로 역겨운 맛이 났다. 그럼에도, 미아는 살아있었다. 카야라는 그 시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쏘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취시킨 게 다였다. 약이 강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냥 마취제였다.



물론, 그 망할 시녀가 마취침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건지는 의문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러한 생각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은 미아가 두려움에 휩싸이자 금방 잊혀져버렸다. 미아는 실패했다. 더욱이 보는 사람이 있는 앞에서 엘사 공주의 방에 침입하려고 했었다. 그 후계자의 방에.



"무엇 때문에?" 미아는 씁쓸하게 속으로 말했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미아는 마취가 온 몸에 퍼지기 직전의 순간을 떠올렸다. 안나의 울음소리, 철커덕 닫힌 문, 그리고 마취 때문에 어두운 구멍과 같은 잠에 빠지던 순간 문에 정교하게 그려진 눈송이가 자신에게 내뱉은 저주까지…



"A와 E는 절대 함께하지 못 해." 미아는 한탄했다. 확 올라오는 어지럼증을 이겨내며 미아는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내 소중한 딸들은 영원히 떨어져서 살게 될 거야."



그 생각이 떠오르자, 눈물이, 미아가 7년 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눈물이 터져나왔다. 미아는 오열하며 얼굴을 손에 묻었고, 작은 희망조차 없는 현실에 울부짖는 미아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미아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왔지만, 늙고 어리석은 유모가 아렌델의 국왕과 왕비의 권력에, 딸들을 찢어놓은 채로 두려는 부모에게 대든 게 최선이었다. 쪽지에는 이건 안나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엘사의 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적혀 있었지만, 정서적 건강이 무너지면 안전한 게 다 무슨 소용이야? 누구 마음과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서 회복도 못하게 해 놓고서는?



마침내 울음이 그쳤다. 실컷 울고 난 후 기분이 나아졌다기 보다는, 미아는 이해할 수 없이 나빠진 기분만을 느낄 뿐이었다.



"이젠 입에서 역겹고 짠 맛이 나."



너무나도 난데없고 이상한 생각에 미아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구슬프고 씁쓸한 웃음이 미아의 조그만 방에 울려퍼졌다.



광기어린 웃음은 미아가 침대 옆 탁자에 뭐가 놓였는지 본 순간 가늘어졌다. 미아가 7년 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미아는 오싹한 추위를 느꼈다. 여태껏 살아오며 느껴본 가장 오싹한 추위였다.



미아는 손을 떨면서, 자신의 앞치마와 까맣고 끔찍한 깃털 사이에 얌전히 놓여진 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아무런 쪽지도 없었다. 그 대신, 떠오르는 태양에 비쳐 스산한 아름다움을 반짝이는 칼날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을 뿐.



"떠나라" 글자가 반짝이는 칼날은 미아에게 명령했다.



칼을 떨어뜨릴까 겁날 정도로 손가락이 심하게 떨려왔다. 미아는 차가운 금속에 새겨진 나머지 단어를 보려고 칼날을 뒤집었다.



"떠나지 않으면"



그게 다였다. 세 글자. 하기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독수리는 시간과 물자를 낭비하기로 유명하지는 않았다. 세 글자로 충분하다면, 세 글자만 주어질 뿐이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세 글자.



그게 다였다. 단 세 글자로 미아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오른 대장이 경고를 보낸 것이다. 오늘 밤까지 떠나지 않는다면, 미아는 내일 아침에 떠나게 될 터였다. 아주 영원히.



자신의 딸도 아닌 두 공주에게 감히 모성애를 느꼈다는 이유로, 두 공주가 이어질 기회를 다시는 얻지 못할 걸 알면서도 현실은 자신에게 공주들에게서 멀어지라는 벌을 내렸다. 미아는 잔인하고 모순적인 운명이라 여겼다. 멍청하고, 늙고, 어리석은 유모의 흙묻은 발자국을 따라 이어져오던 자매애의 끈이 끊어진 소녀들은 항상 그랬던 대로 살게 될 터였다.



조소가 미아의 입술 사이로 터져나왔다. 미아가 깨닫기도 전, 또다른 조소가 이어졌다. 그리고 또다시, 또다시. 유모는 킬킬거리기 시작했고, 웃음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그렇게 미아는 침대에 앉은 채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 세상의 순전한 부당함과, 순전한 악의와, 너무나도 사랑한 잔인한 모순을 향해.



그 모든 것에 미아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게 나았으니까.



Fin














* 엘사 공주를 더 이상 이름으로 부르지 못 하게 되었을 때
(원문 : when ‘Princess Elsa’ had one day become ‘Your Highness’)


이 시점부터 주변 인물이 엘사를 부르는 호칭이 'Princess Elsa'에서 'Your Highness'로 바뀐다. Your Highness가 Princess를 높여 부르는 말인데, 한국어로는 황태녀라든가 공주 마마? 공주 전하?(잘 모름) 같은 게 떠올랐지만 호칭을 이렇게 바꾸긴 좀 어색했음.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이래놓고 대뜸 첫마디부터 엘사 공주님?(Princess Elsa?) 하던데, 친해서 그런가?


* 미아는 독수리가 교체된 걸 모름


* 5챕부터 보모, 유모로 갈리던 표현을 유모로 통일시켰음


--------


아오 어제 올리기로 한 거 약속 지켰다고 좋아했는데 그걸 지워버리네 알바가
일단 유모편은 7챕까지 이어질거고, 이 번역러는 현퀘가 늘어나는 바람에 번역 속도는 예전같지 않을듯함

암튼 읽어줘서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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