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엘사,너는 날 처음 봤을 때 무슨 생각했어?거기가...지하철 역이었던가.

엘사:맞아. 널 처음 봤을 때...?지하철 맞은 편에서 처음으로 널 보았을 때는 사실 별로 생각이 없었어.
그래,그 말이 맞겠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거. 너도 그렇듯이 지나쳐가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는 건 아니잖아.

안나:나도 그랬거든!

엘사:삐치기는.

안나:...아무튼,너가 고백한 거잖아. 그럼 좋아하게 된 계기라도 있을 거 아니야?

엘사: 계기? 음...이렇게 말하면 되려나? 너가 나한테 기댔을 때.

안나: 그게 한두 번이야?

엘사:물론 아니지. 넌 거의 매일 퇴근시간이면 모르는 사람인 내 어깨에 기대서 잤잖아...어?그러고 보니까,지하철이 반대방향이었는데 어떻게 퇴근할 때는 같은 방향이었지?

안나: 내 업무 장소가 아침이랑 저녁이랑 달랐으니까.

엘사:아,맞아. 그랬지. 아무튼...너가 그때 술 엄청 취해서 내 어깨에 침 흘리고 잤잖아. 퇴근하는 내내 진짜 부끄러웠다고. 모르는 여자가 내 어깨에 기대서 침이나 질질 흘리고 자고 말이야. 그걸 또 사람들은 친구인가,하고 쳐다보고 있지.나 진짜 그 때 바로 지하철에서 내리고 싶었어.

안나:워워...알겠어.그건 거기까지만. 그게 대체 나한테 반한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엘사:관계가 있지. 아니,사실상 고백도 너가 먼저 한 거니까.

안나:뭐?

엘사:너가 그때 침만 흘렸으면 몰라. 넌 나한테 키스까지 했어.

안나:자..잠깐만,내가?너가 아니고,내가?

엘사:그래,너가. \'에헤헤,그 쪽 딱 내 스타일인데...우리 안 만나볼래요?내가 진짜 잘 해줄 수 있는데...으히히\' 이러면서.

안나:그 웃음소리,나 따라한 거야?

엘사:그럼 또 누가 있겠어?

안나:내 웃음소리 안 그렇거든!

엘사:네,네.

안나:그 때 왜 경찰에 신고 안 했어?

엘사:나 참,이제는 경찰에 신고 안 한 것도 문제야?

안나:아니...그게 아니고...누가 봐도 변태 치한이잖아...

엘사:글쎄...그래도 술 취해서 하는 고백이라면 조금 더 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안나:...보통은 그 반대로 생각할텐데...사리 분별 못하는 알코올 섭취자라고.

엘사:뭐...그것도 그렇지만,어쩔 땐 술 먹고 하는 말이 진짜일 때도 있거든. 계산도 없고,뒷속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 말이야.

안나: 우와...듣고 보니까 진짜 대단한 보살이었구나,엘사.

엘사: 응.

안나:그럼,너는 날 좋아한 계기가...

엘사:뭐,널 믿어보기로 한 거라고 하면 되나?

안나: 계속 믿어,엘사. 우주 종교급으로 믿어.

엘사:그럼 독실한 신자에게 치킨 좀 사주지 그래?

안나:...몇 마리 드시겠습니까,신자님?

엘사: 한 마리면 될 것 같구나.






....심심해서 써봄...이 무슨 뻘소리인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