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느 새내기들이 다 그랬듯이, 벚꽃 만개하던 캠퍼스를 예쁜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걷고싶었던 부푼 꿈을 안고         입학했었지
오티도 안가고 첫 강의를 들으러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이미 오티에서 만나 서로 친구랍시고,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던 아이들 틈을 비집고 뒷쪽 가장 구석자리에 앉아서 엎드려 잤어. 왠지 모를 서먹함이 밀려오더라

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고민이나 하고있었던 나에게 영화의 한장면 처럼, 예쁜 여자애가 눈에 들어오더라 비록 과는 달랐지만, 쾌할해보이는 성격과 시원스럽게 잘빠진 몸매는 고삼때 잊고있던 연애세포를 흔들어 깨우더라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말을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서로 강의 시간을 확인하며 공강이 겹칠때 같이 만나 재미있는 얘기도 한껏 나눴어,

그리고 나는 진리관 옥상에서 그 여자애에게 고백을 했어. 그런데 그 여자애가 아직은 좀 더 친해지는게 좋을것 같다더라. 순간 멍하고 입이 바짝바짝마르고 심장이 미칠듯이 뛰었지. 거절도 수락도 아닌 애매한 대답에 내 정신은 더 없었어.

결국 그이후에 꾸준히 만나면서, 그녀와 꿈꿔왔던 cc를 하게되었지. 중고등학생때 했던 풋풋하고 경직된 연애랑은 다르게 자유롭고 새로운 연애에 하루하루가 즐겁더라.

이후 자신감을 많이 얻어, 동아리도 들어가고 과활동도 활발히 했어. 모든게 영원할것만 같았지.

그렇게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던 6월, 그녀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하더라. 이제 방학이라 매일 만나서 하루종일 같이 뭐하고 놀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나에게, 그 이별 통보는 모든걸 산산조각 내버린거야

그후로 2달가까이 술만 마셨어. 아담하고 제법 예뻐보이던 캠퍼스도, 모든 곳에 그 애와의 추억이 덕지덕지 묻어있어 보는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괴롭더라.

결국 동아리도 그만두고 과생활도 그만두고 그제야 뒤늦게 반수를 결심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게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던거지.

반수를 하면서도 난 정신 못차리고 이여자 저여자 만나면서 그 애를 잊으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 그렇게 반년이 지나니 그 애의 빈자리는 어느새 다른 애가 채워주고 있더라. 서서히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는가 싶었어

그런데 한순간에 무작정 뛰쳐나온 그 곳을 다시 돌아갔을때 누가 나를 반겨줄까 생각하니 다시 학교를 갈 용기가 생기지 않더라

결국, 군대다녀와서 복학을 하자고 스스로 자위질을 하면서 다시 1년.. 아무것도 하지않은채 술만 마시고 여자만 만나면서 부질없게 보냈어.

그렇게 어느덧 2014년 8월.. 부모님이 그냥 한학기라도 복학을 하라고 하시더라.. 마땅히 할것도 없던 나는 부모님 말씀을 따르기로 했고, 그렇게 지금 여기 다시 왔어.

예전에는 보기만해도 괴로웠던 그 아이와의 추억이 묻은 캠퍼스도 이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

강의실에가도 아는 얼굴 하나없고, 반겨주는 애들도 없더라. 아 이게 아싸구나 싶은 생각이 드네.

먹먹한 마음에 담배한대 피고 도서관에 와서 폰으로 주저리 해봤다.

이따 강의끝날 시간에 맞춰서 온다는 여자친구의 카톡이 울리네.

다들 힘내고 나처럼 한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그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 아직 그 여자애가 학교 다닌다면, 그냥 친구처럼 만나서 밥이나 먹고 웃고떠들고 싶다.

PS. 나중에 시간되면 대학다닐때 그여자애와 있던 썰도 풀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