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친들이 만년필 보고 신기해서 입문하려고 하면 추천해주는 루트

주관적임 나는 그렇게 추천한다는 것(중국이랑 몽쪽은 하나도 안써봐서 모른다)

1. 라미 사파리는 첫 만년필로 ㄹㅇ 비추

만년이를 첨 잡아보고 이게 컨...??버터??? 이거는 뭐? 카트??리지??? 하는 친구들이 제일 먼저 만년필에 대해 느끼는 점은 뭘까?

내 경험상 그들은 본인이 만년필을 써본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필감이나 펜의 밸런스, 무게, 그립감, 길이, 적절한 파지법과 필압, 필각 따위는 전혀 생각치 않는다. 그들 눈에 제일 처음 들어오는 건 글씨 두께임.
야 뭐야 EF가 젤 얇은 거라며? 이거 젯스 0.7보다 두꺼운 거 같은데?? 만년필은 다 이래?
라는 대답이 돌아올거임

첫 만년필은 대한민국에서 십수년 혹은 이십 년정도 사람이라면 일제 ef가 알맞다. 잘 봐줘야 f
프레라 프레이져 카쿠노 코쿤 프레피 뭐 다 좋음
\'만년필은 꾹꾹이로 쓰는 게 아니고 요런요런 주기로 잉크를 채워주거나 카트리지를 갈아주고 요렇게 세척하는 거구나\' 정도를 알게 되면 슬슬 호기심이 더 생기거나 만족하고 끝내거나 둘 중 하나더라

2. 다른 기종으로 넘어가도 좋지만 여러 사이즈의 닙을 경험하는 게 낫더라.
이제 1번에서 슬슬 금닙?? 오오?? 금은 막 달라? 몰캉거려? 막 벌어져?? 나도 금닙으로 하나 사볼까?
의 단계에 접어들게됨. 이쯤에서 유투브 \'만년필 쓰고싶어지는 영상\'을 보고 이건 대체 뭐냐고 물어보는 빈도가 급증함
내 경험상 브랜드별 차이보다 크게 느껴졌던 건 닙 사이즈에 따른 차이였음. 애초에 태필은 생각도 안했는데 이제는 유럽제 m 이상을 좋아하기도 하고.
근데 \'애초에 태필은 생각도 안했는데\' 라는 말 자체가 내가 입문할 때 라미 ef에 데이고 세필만 주구장창 찾았기 때문이었음.
그래서 금닙으로 넘어가기 전에 무슨 펜이든간에 사이즈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걸 추천

3. 일제 기준 ef/f/m 중에서 필감과 글씨 두께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면 그때 금닙 입문기를 고르면 됨

모두가 알겠지만 커74(91,92) 혹은 센츄리 중에 대충 디자인 보고 고르면 된다고 생각함. 성능이야 또이또이고 입문기라면 잉크나 종이가 펜 자체보다 필감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입문하는 사람이 여러 잉크랑 만년필에 좋다는 종이를 가지고 있기 힘드니까)

그래서 대강 디자인 이쁜 거 고르고 직구보다는 국내업체에서 사는 거 추천. 첫 금닙이 오래 걸려서 오면 속 터짐;;

가격이 상관없다면 742/912가 제일 좋은 선택같음

그리고 드물긴하지만 일제 m닙도 괜찮다 싶은 사람은 서양제 ef~f로 시작하는 것도 추천

왓따맨, 파커도 물론 좋지만, 갬-성 넘치는 펠400이 젤 좋다고 봄(역시나 가격 상관 없다면)

그리고 의외로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건 라미2000 이었음.
어찌됐든 내가 갖고있는 것 중에 제일 만년이스럽지 않게 생겨서 그런가봄

라미2000도 총 세 번 구매했었는데 다 양품만 왔기도 하고 as가 워낙 혜자라 빠가롯이랑은 다른 의미로 오히려 안심되기도 해서 라미 2000도 추천.

뭐라 마무리해야될 지 모르겠는데 결론은 2번을 꼭 거쳐갔으면 좋겠음. 나는 세필이 젤 좋은 줄 알았다가 지금 와서는 처치 곤란인 일제 중저가형 ef~f를 쓰지도 않고 냅두고 있어서 생각나서 써봄

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