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 앞에서 "통통한 다리 애기같대", "스캔해 징징윙윙", "독창적 별명짓기" 이런 노래가사를 천진난만한 얼굴로 부르던 이미지가 각인되어서 그렇지, 설리는 꽤 똑똑하고 복잡하고 심오하고 재능있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던 거 같다.

설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집에서 나와서 살앗던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빨리 조숙해진 거 같은 느낌도 든다. be_my_panties 인스타 계정에서 올라오는 그림들, 인스타 라이브로 설리가 듣는 음악들은 그녀의 독창성과 고급취향(?)을 보여주는 것 같고... 최자가 설리 회고하면서 올린 그림도 내가 보기에 설리가 그려서 최자한테 선물한 그림 같다.

진리상점에서 자기는 말하기 전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말을 제대로 못한다고 얘기하거나, 런칭행사 잘 마치고 사람들한테 잘 웃고 돌아와서 오늘 하루 망친 거 같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완벽주의적 성향, 강박적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거의 매일 일기를 쓸 정도이고, 항상 노트를 들고다니면서 글쓰고, 그림 그리고... 

그러면서 모델일 할 때도 정확하게 컨셉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도 굉장히 좋았다. (에스티로더에서 요구하는 고급스러움, 럭키슈에뜨에서 요구하는 발랄함 그것을 모두 다 해석하고 소화해냈다.)

그리고 덕성여대 청강하면서 어려운 인문학 수업도 청강하고 토론에서 종종 참여했다는 얘기를 봐도.. 지적 욕구도 있엇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소탈했다. 인스타라이브에서 "설리 외모로 살면 어떤 기분일까"라고 누가 올리자 설리가 자신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이 한심하다느냥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냥 사람들한테, 이런 연예계한테 질린 거 같은 느낌도 들고..

그런 연예인 다시는 안 나올 거 같다. 그냥 예쁜 인형처럼,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연예인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침대에 누워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라이브방송을 하는 연예인이 다시 또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