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나온 구닌 걸붕이 아죠시는 오늘 점심즈음에 먼저 전역한 걸창인생 선임녀석이랑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어오.

영화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봤기 때문에, 근처에 맛집이 있나 알아보던 중에 마침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포츈'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한 위치에오. 썩 큰길가에 있는 곳은 아니고 2층에 있는지라 주의깊게 확인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워오.

여기는 말 그대로 로씨아나 구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 쪽의 음식을 파는 곳이라 해서, 맛도 괜찮다는 평을 곤운 인트라넷 맛집 정리 게시판에서 보았기에 독특한 거 한 번 먹어보자 싶어서 여기에서 밥을 먹게 되었어오.

노렸던 메뉴는 역시 걸창인생 (전)선임 녀석도 흔쾌히 동의한

보르시(Борщ)와

베프스트로가노프(бефстроганов)였어오.

보르시는 먹어본 적 있긴 하지만, 베프스트로가노프는 먹어본 적이 없기에 수십 번의 걸장판 관람을 통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카츄샤의 격찬을 받은 이 음식을 꼭 먹어봐야겠다 싶었어오.

영화를 다 보고 비바람치는 거리를 걸어서 가게에 들어서면, 그렇게 이국적이진 않은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반겨오. 가게 안은 그리 넓지는 않아서 테이블은 5인 테이블로 4-5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오. 벽에는 커다란 벽걸이 TV가 붙어있어서 거기에선 러시아/중앙아시아 국가 가요들의 뮤직비디오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어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니 종업원 분께서 오셔서 메뉴판을 주셨어오. 약간의 메뉴판 탐색 끝에 메뉴판에 보르시와 베프스트로가노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두 가지를 각각 하나씩 주문했어오.

종업원 분께서 아마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등 지역에서 오신 분이신 듯 해서 한국어는 잘 못 하시는 듯했어오. 하지만 메뉴는 러시아어 발음대로 잘 써 있으니 그걸로 말해드리면 문제 없이 주문할 수 있어오.

음식이 나오기 전 사전 세팅. 어째서인지 볶은 목이버섯(?)과 김치가 나와오. 당근김치를 기대하고 있어서 약간 김이 빠졌지만 뭐 그럴 수 있지오.

테이블에는 테이블과 그 위를 덮은 유리판 사이에 세계 각국의 지폐가 끼워져 있어오. 심심하면 이것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오.

보르시. 제대로 못 찍고 퍼 올리는 걸 찍어버렸...

보르시는 사탕무(비트)와 당근, 양파, 토마토, 감자 등등을 쇠고기 육수에 끓여 만든 스프로, 스메타나라 부르는 사워크림을 함께 넣어 먹어오.

붉은 색 때문에 처음 보면 매운 탕 종류로 보이지만, 정작 먹어보면 고기 육수의 구수한 맛에 사탕무, 토마토, 당근 등의 맛이 어우러진 진한 고깃국 느낌이에오.

여기에 곁들여진 스메타나의 약간 새콤한 맛이 뒤에 감돌아서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줘요.

먹다 보니 계속 외국인 손님들이 들어오시는 것을 볼 수 있었어오. 외국음식 집은 그 나라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 맛집이라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분명 이 집은 썩 괜찮은 가게가 맞는 게 아닌가 싶어오.

그렇게 남정네 둘이서 보르시를 퍼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로 달아올랐을 때, 드디어 오늘의 메인인 베프스트로가노프가 납시었어오.

베프스트로가노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고기를 주 재료로 해서 만드는 음식인데, 길쭉한 쇠고기, 양파, 버섯을 버터에 볶다 쇠고기 육수를 넣어 끓여내고 사워 크림을 곁들인다고 해오.

이 가게는 사워 크림을 미리 넣어서 온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여하간 먹던 보르시에서 손을 떼고 쇠고기를 한 조각 포크로 찍어 먹어보았어오.

미지의 맛이 나는 건 아닐까 하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익숙한 맛이 나서 놀랐던 것이에오. 뭐라 해야 할까...조금 기름진 맛과 고소한 맛이 많이 나는 쇠고기볶음이라 해야 할지. 하지만 이것도 정확한 표현은 결코 아니어서...뭐라 설명하면 와 닿는 설명일지 모르겠네오. 여하간 맛있었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에오.

보르시와 베프스트로가노프를 번갈아 가면서 먹다 보니 금세 음식이 동이 났어오. 같이 갔던 친구가 영화 보면서 팝콘 한 통을 혼자 다 먹어서 배가 불렀기에 망정이지 장정 둘이서 빈 속으로 갔다면 이 두 메뉴로는 아마 부족할 거라고 생각해오. 다른 메뉴로는 꼬치 요리인 샤슬릭 같은 것들이 있으니 추천드려오.

가격은 보르시가 6,000원, 베프스트로가노프가 9,000원으로 각각은 그렇게 비싸진 않은 편이에오. 

걸붕이 여러분들도 카츄샤가 극찬한 그 맛을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