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항갤 프로 눈팅러 폴아웃입니다.

지난 24일 ICN-CDG 댄공 F클 탑승기입니다.

퍼스트 탑승권은 더 이상 붉은색 라벨링이 아니더군요. 쵸큼 아쉽...

퍼스트 라운지 입니다.

댄공 퍼스트 라운지는 10년만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동방항공 등등과 같이 라운지를 운영하던 때에는 크기는 훨씬 작았지만 비치된 음식도 많고 더 괜찮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을 찾아볼까 했지만 포기... 

먹을만한 씨리얼 하나가 없는...ㅠ

집에서 A380모자를 챙겨왔습니다.

2012, 2013년에 에어버스가 제가 있던 회사의 고객사였고, 2012, 2013년에 각각 댄공과 법사네의 A380 응급수리를 위해 (기억에 날개 크랙이었던 걸로...) 에어버스에서 온 엔지니어와 테크니션들을 제가 담당했었습니다. 떠나기 전에 독일 엔지니어 아조씨들이 고맙다며 모자며 목걸이, 펜, 에어버스 엔지니어 형광 점퍼를 주고 가셨는데 그 중 하납니다.

떠나기 직전에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줄 알았던 그 독일 엔지니어는 나보다 무려 2 살 아래였고, 명동에서 저녁 먹으며 왜 세상 세월을 혼자 다 맞았냐, 앞으로는 좀 피하면서 살아라며 붙잡고 울며 보냈었네요.

항갤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탑승기 올려주셨죠.

전 언제쯤 타보게 될런지...

멍 하니 밖을 보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찍어보았습니다. 10년도 훨씬 전 대학생 때 저도 김포공항에서 화물조업 알바를 했었거든요.

아내하고 비행기 탈 때마다 '내가 저거 대학생때 알바 했잖아요' 라고 매번 해서 그런지 이젠 이야기 꺼내면 레파토리를 다 외울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_-

지금도 그런진 모르겠는데 저때는 화물주임이 단기를 장기로 전환시키려고 여기서 3년 고생하면 너희가 나중에 가고싶은 지상직, 보안검사 등등 어디든 배치해준다고 큰소리 떵떵 쳤었는데 진짜 전환이 되는 사람이 있었는진 모르겠습니다. 화물처리가 하루 종일 웅웅대는 벨트룸에서 씨끄럽고 공기도 안좋았지만 3개월 방학때 바싹 벌어야 학기 중 생활비가 충당이 되는 입장이었던 저하고 친구에겐 정말 고마운 일자리였네요.

지금은 일년에 국제선만 7회정도를 타지만 저땐 비행기라곤 초등학교때 제주도 가는 비행기 타본게 전부에 구분도 못하지만 이름을 아는 비행기라고는 보잉 747이 전부였을 때라 가끔 형님들이 항공기에 인, 아웃바운드 하러 나가자고 하면 신나서 (인 바운드는 좀 많이 덜 즐거웠지만-_-;) 토잉카에 올라타고 주기장으로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 담배태우면서 활주로로 이동하는 항공기 보면 형님들이 저 항공기는 장거리고 저건 단거리고 하시면서 기내에서 밥도 준다는 이야기를 들을땐 머릿 속으로 순두부찌개 정식, 제육볶음 정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화물에서 케이터링으로 옮겨간 친구에게 그런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실망했던 기억도 있네요. 

그 녀석은 나중엔 기내 청소가 더 낫다는 소문을 듣고 기내청소부로 다시 전향했습니다. 등에 베큠메고 나타나면 고스트 버스터즈라고 사진찍고 그랬었던 그때의 추억... 

개인 독서등이 치과의 그것을 연상하게 해서 찍어보았습니다.

저 버튼을 누르면 물이 쪼르륵 나오면 좋겠...

사무장님, F클을 전담하실 캐빈크루 세 분 오셔서 인사하십니다. 

문제의 마카다미아를 주셨습니다. 과연 세상을 들썩하게 할 만한 맛이더군요. 까서 주셨습니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닌데 다리를 쭈욱 뻗어도 안닿네요... 쩐듸...

비치된 어매니티입니다. 저 퓨어..머시기라는 미스트는 C클 공통 제품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미스트는 댄공이 좀 바꿔줬으면 좋겠습니다. 스프레이 기능도 시원찮구요.. 무향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퓨엉촤앙... 괜찮은겨...?

안에는 DAVI라는 브랜드가 있네요. 저는 백팩에 쓰던 제품들이 있어서 그냥 확인만 하고 넣어두었습니다.

VN의 인조가죽 어매니티백을 이런 저런 물건 담아 다니는데 요긴하게 쓰고 있는데 댄공의 이

어매니티백도 내용물 보다는 이 손가방 자체를 더 유용하게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 보면 웰컴드링크로 이것 저것 시키시던데 술을 안하는 저는 그냥 파인애플 쥬스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약을 먹습니다. 이제 겨우 30 중반 막 꺽였는데 약이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저질 몸뚱아리... ㅠ

좌석은 사용의 흔적이 많습니다. 인조 가죽은 변색되었고, 좌석 이곳 저곳도 때가 많이 탓네요.

댄공 380도 취항한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죠...

좌석은 상징적인 1A입니다. 아내는 바로 옆의 1D에 착석...

좌석중에 개인 소지품을 보관하는 이 공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좌석에만 창문이 3개... 창문 갯수로 좌석의 크기를 가늠하게 되는군요... 쩐듸...

옆자리 아내 좌석을 보니 잘 비교가 되네요...

이날 ICN-파리 CDG행 F클은 우리 부부 두 명 뿐이었습니다.

캐빈크루분이 에어프랑스가 파업일 경우 380 F클 12석이 만석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승객도 개짜잉... 승무원도 개짜잉...

보스 헤드폰을 나누어 주셨는데 무겁고 불편하니 구석에 던져두고 저는 그냥 쓰던 싸구려 아이폰 이어폰을 쓰기로 합니다.

AVOD는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1주 전에 출장 다녀올 땐 없던 영상물들이 1주만에 다수 업로드 되었네요.

담요는 묵직하니 좋았습니다만 갠취로 법사네 C클 담요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Take off 합니다.

편의복으로 받은 댄공 승무원복을 디자인한 페레의 파자마... 냉정하게 평가해서 이걸 입으면 모습이 마치 스크루지 할배가 밤새 끌려다닐 때 입었던 19세기 파자마 같고요...

바지 고무줄은 탄력이 약해 계속 흘러내려서 종종 민망했네요...

첫 번째 기내식이 시작됩니다.

저는 제동한우 스테이크 골랐습니다만 고민 많이 했습니다.

비행기를 그렇게 자주타도 기내에선 소화가 잘 안되거든요. 그래서 항상 소화제를 소지하고 탑승합니다. 평소엔 기내식을 아예 안먹기도 하고요...

스테이크를 고른건 그나마 닭보다는 좀 덜 퍽퍽하지 않을까 해서...

테이블 세팅 완료

에피타이저 입니다.

와인리스트... 블로그 보면 극찬해 마지않는 페리에-주에 등등이 있습니다만 술 안하는 저에겐 생수만도 못한 음료...

'와인 종류별로 한 잔 씩 다 깔아드릴까요?'

아닙니다. 와인은 괜찮다고 하니 이 맛있는 것들을 안드시면 안된다고 이건 괜찮으실 거라며 맘부르그 게뷔르츠 트라미너 라는 보고 읽기도 힘든 이름의 와인을

추천해 주셔서 아주 약간 받았습니다.

때깔은 좋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콜라 부탁드렸습니다. 콜라 짱짱맨...

무화과잼을 곁들인 푸아그라입니다만, 푸아그라 특유의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내라 코와 혀가 둔감해진건지.. 여튼 그냥 기내에서 푸아그라를 먹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식전빵은 맛있었습니다. 저것 말고도 종류별로 많았는데 소화의 문제로...

맘부르... 됐고... 여튼 추천해 주신 그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손을 대지 않자 마음이 계속 쓰이셨는지 다른 와인을 추천해 주셔서...

예의상 받았습니다. 더 적게... 와 이 와인은 무지 독하네요...

양송이 수프...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샐러드 주십니다. 4가지인가 드레싱이 있었습니다.

샐러드 너무 좋습니다.

평소에 호텔에서도 조식은 샐러드만 다섯접시를 먹...

미디엄 레어로 주문했습니다.

맛이 아주 괜찮았습니다. 고기도 아주 부드러웠고요. 지금까지 C클 이상 기내식 메인 중에 제일 만족도가 높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저야 머리털 나고 F클은 처음 탓습니다만, 아내는 법사네 F클을 이전에 몇 번 타보아서 아내의 비교평가가 더 정확할 것 같아 빌려보면

음식은 아주 훌륭했고 식기류가 너무 심심한 것 말고는 좋다고 하는군요.

후식으로는 여러 치즈를 곁들인 크래커, 과일이 나왔고요.

유자제스트를 올린 레몬 타르트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이 외에도 피칸파이나, 브라우니 같은 간식을 여러개 준비해주셨는데 소화 문제로 모두 물림...

좌석 앞 퍼스트 셀프바 입니다. 술 안먹으니 사진만...

다 아시겠지만 저기 걸려있는 로얄살루트니 엡솔루트 엘릭스니 저런건 바에 실제로 없습니다.

2층 C클로 가는 계단. 소화도 시킬겸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이날 C클 94석 중 80석 탑승... 거진 만석이었습니다. 380 비즈장사가 이렇게 잘되다니... 우리 무슨 이코구역에 온줄...

칵테일 한 잔 만들어 주십니다.

때깔 곱습니다. 제꺼 아니고 아내꺼.

퍼스트 셀프바 보다 비즈바가 더 좋네요. 만들어도 주고... 책도 있고요.

여기 올라가려고 옷 다시 갈아 입었습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간편복 상태로 여길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듯...

그 옷차림으로 C클 구역을 가로 질러 여길... 맨정신으로는 안될듯-_-;

소화시킬 겸 좀 돌아보고 내려와서 우유와 쿠키를 먹습니다. 피칸파이와 브라우니까지 먹기엔 내 위장을 신뢰할 수 없...

F클 화장실에 있는 창문인데요.

남자의 경우에 한해서 소변을 보면서 외부 풍경 감상이 가능한... -_-

날씨 좋네요.

때 되니까 또 밥 먹어야죠. 

동치미 국수 시켰는데요.... 그냥 다른거 먹을걸...

그나마 저거랑 더덕무침으로 간신히 먹음...

녹차 마셨습니다. 팟째로 나와서 좋았네요.

남은 시간은 취침하는 걸로...

벌써 누우심...

이부자리 펴주셨네요. 자고 일어나니 꿈 같은 비행이 끝났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CO-ICN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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