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페일 라거류 자주 마시고 좋아하지만

매크로 라거들이 점수가 낮은 것에 대해서는 동의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이유로는 크래프트 시장 자체가 일관적인 페일 라거만 만드는 대기업에게 반발하며 나온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로는 페일 / 라이트 라거 타입 맥주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야 체코에서 필스너를 안 마셔 봤으니 제가 마셔본 대중적 라거 중 제일 괜찮은건 우르켈 캔이나 크래프트 포함 샘 애덤스 정도인데

이 두 맥주가 정말 훌륭하긴 하지만, 다른 탑급 임페리얼 스타우트 / IPA / 사워와 함께 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점수를 매길 떄 많은 분들이 이런 "일관성" 에 대해 고민하실거에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마신 많은 IPA들을 처음에 5점을 줬는데

엘더, 헤디토퍼, 그린, 포트 포인트, 이런걸 마셔보면서 점수를 차차 낮추게 되더라구요.

IPA도 이런데, 하물며 스타일의 특성 자체가 물과 최대한 가까운, 맛이 연하고 청량감을 주기 위해 설계된 맥주들이

배럴에 몇 년 동안 숙성되거나, 엄청난 양의 부재료가 들어간 13도가 넘는 임페리얼 스타우트

최소 3~4년 정도의 제작 기간이 걸리는 람빅이나

홉의 향과 쓴 맛, 단맛 등을 최대한 적절하게 해서 잘 끌어내야 하는 IPA

등등의 "인기 스타일"에 비슷한 점수로 비빌 수 있을까? 저는 아니라고 봐요.

한 잔의 맥주가 주는 깊이, 복잡성, 놀라움의 레벨이 틀리다는 거에요.

물론 그 스타일만의 매력이 있고, 장점이 있는 것이지만

전부 동일한 평가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버리면 살아남기가 힘들 거라는 얘기에요.

편하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오락 영화들이 평균적으로 IMDB나 로튼 토마토 등에서 점수가 높지 않듯이요.

물론 현재 인터넷 맥주 평가 사이트의 라거 점수는 과하게 낮은 편이긴 하지만

RB의 경우 짱짱 스타일 점수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그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서 불편하진 않고

(자주) 너무 애꿏은 평가 사이트만 몰아가는 기분이에요.

주갤럼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