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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후딱 써본 아주 늦고 늦은 첫중콘 후기 - 늦게서 그런지 장문이 아니네요

곁이되어줄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3.13 10:00:03
조회 1118 추천 33 댓글 18

참 긴 터널이었다. 마음이 무너져 몸이 망가져 도저히 내일을 살아갈 힘도, 자신도 없던 날들. 유일하게 나를 기다리게 한 날은 참 우습기도 하지만 콘서트 날이었다. 그래, 아무것도 힘이, 희망이 되어주지 못했다. 누군가는 화려한 미래를 말하고 누군가는 뜨거운 대의를 말해도, 결국 현실은 거대한 절망의 늪이고 나는 그 늪에서 허덕이는 비참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이 될 것이라 했던 관계도 오히려 내게는 그저 허울좋은 구호였을 뿐. 정말 내가 마음놓고 쉴 수 있을 시간이 그 날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콘서트는 보고 죽자.’


미련하지만 그때 든 생각이었다. 사실 그때까지 살아낼 돈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지만, 콘서트는 보고 죽어야 후회되진 않지 않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치가 아닐까 싶더라. 그래서 그때까지만 살고 싶었었다. 될대로 되라 하면서.


다행히도 직장을 구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죽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몸도 가벼워지면서 콘서트가 비극의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오프닝으로 느껴졌다. 물론 그 시작을 비춰줄 나의 러블리즈를 기대하면서.


회사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첫 콘 날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 근처에 일이 있어 들린 후배를 만나 같이 점심을 먹은 후 콘서트를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스탠딩을 더욱 신나게 만들 키높이 깔창, 깔창끼기에 딱 맞는 워커, 요즘 잘 입지 않을 카고 바지, 터틀넥 이너셔츠와 플란넬 셔츠, 짙은 파랑의 코듀로이 자켓, 겨울 내내 공방마다 둘렀던 버건디 목도리까지. 레트로한 느낌과 약간은 세미 밀리터리 느낌을 주고 싶었다. 물론 패알못이라 제대로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만족스러웠다. 당연히 이렇게만 입고 가도 늘 오프가면 보는 사람들보다는 잘 입고 가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눔할 앨범, 포스터, 섬유향수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콘서트 장으로 향했다.


그래서 오후부터는 앨범 나눔하러 잠깐 내려간 순간을 제외하고는 블퀘 3층 창가에 섬유향수와 함께 쭉 진을 치고 있었다. 지난 얼웨이즈의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뻘짓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휴대하기 쉬운 양만 챙겨갔다. 역시 그리 많은 사람이 오진 않았지만, 얼웨이즈보다는 많이 찾아주었다. 워낙 섬유향수로 어그로를 끌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찾아주니 고마웠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반갑기도 했고, 아무튼 즐거웠다.


시간을 기다려 입장을 했다. A90번대여서 빠르게 입장하게 되었다. , 준비해둔 깔창은 입장 직전에 착용했다. 공방을 다니면서 경험해봤지만 깔창을 끼고 안끼고는 시야가 너무 차이가 나니 안낄 수가 없다.


대망의 오프닝!부터 쭈르륵~ 집중하면서 봤다. 중간에 술래잡기하던 몇 덕분에 집중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뭐, 어쩌겠나. 그저 내 집중력을 더 흐트러뜨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 처음부터 각 멤버에게 시선을 돌리는데에 정신이 없었다. 물론 아이컨택은 바랄 수 없는 자리여서 최대한 보는 데에 집중했다.


첫 콘이라 그런지 작은 실수가 여러번 있더라. 그러나 그 실수조차도 너무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졸린 꿈과 숨바꼭질의 귀여운 안무였다. 데스티니의 순간적으로 의상이 변하는 장면도 굉장히 신기했었다. 그저 넋을 놓고 바라봐서 막 떠오르는 장면이 깊진 않으나 모든 순간을 눈에 담기에 바빴다. 아니 눈에 담는 것 조차도 너무 아쉬웠다.


마음 무대에서는 발렌타인이라고 초콜렛을 던져 주더라. 여태껏 마음 나올 때마다 하나씩 주웠었는데 이번에는 하나도 근처조차 오지 않더라. 너무 안타까웠다. 1cm 할 때는 머리띠를 던져 주더라. 이번에도 내 근처로 오지 않았는데 예인이가 던진 머리띠가 누군가의 손을 맞고 운명처럼 내 목도리에 안겼다. 나는 잡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머리띠 하나를 챙겨들고 그걸 머리에 쓸까 하다가 뒷사람 시야에 너무 가릴 것 같아 들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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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콘은 정말 후딱 지나간 듯하다. 끝나고 나서 다만 조금 뜻밖의 상황을 맞아 잠을 설칠 일이 생긴 것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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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콘! 첫콘보다도 훨씬 앞자리였다. 그래서 중콘 때 더 옷차림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이번에는 검은 터틀넥 스웨터와 코듀로이 팬츠, 흰색 체크무늬의 코트로 블랙 앤 화이트 조합에다 로퍼를 신고 살짝 보랏빛이 보이는 아가일 삭스와 또 버건디 머플러로 지애가 주문했던 보라색 코드를 맞췄다. 무난하게만 입던 내게는 은근 파격적인 컨셉이었는데 보기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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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콘에서는 B구역 가장자리에서 펜스를 잡았다. 첫콘 때 폭죽의 재가 머리로 떨어져서 기분이 좀 그랬기에 머리에다 머플러를 뒤집어 써봤다. 은근 괜찮은거 같기도 하고 어그로 끌기도 좋다 싶어서 그러고 콘 시작까지 있었다. 그러니까 무대에서 멤버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오면서 웃더라. 소울이가 보고 너무 웃길래 어그로를 잘 끈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니까 소울이랑 자꾸 아이컨택 많이 하는 행복회로를 많이 돌리게 되었다.


중콘에서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건. 역시 어쿠스틱 메들리 아닐까나, 지수가 흐. 내 바로 앞으로 와서. 내게. 화살을. , . ‘, 너 아니야.’면 어떤가? 내가 나라고 생각하면 장땡이지. 마침 그 주변에 어그로 가장 끄는 외모에다 펜스까지 잡았으니 행복회로를 안돌릴 수가 있겠는가? 어서 DVD가 나와서 이 장면이 고스란히 잡혀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


중콘은 첫콘보다 멤버들의 긴장도 덜 하고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서 훨씬 더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이 무거운 일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날려버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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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 러블리즈와 함께한 시간들이.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렇게 큰 지분을 차지하던 러블리즈는 아니었는데, 어느새 보지 못하면 아쉽고 늘 보고 싶은 내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잡아 버렸다. 러블리즈 뿐만 아니라 러블리즈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추억이 너무 좋았어서가 아닐까? 다시 기다려진다. 러블리즈를 다시 만날 날이.



출처: 러블리즈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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