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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9화 리뷰 - 비일상으로의 초대

섬섬(27.124) 2018.07.14 17:00:03
조회 2373 추천 9 댓글 8

메세지북 참여 써둔 리뷰 올리는 중...

쓸데없이 좀 긴 편인데 적당히 읽어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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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비일상으로의 초대



무심히 혹은 별일 없어서


9화는 하트(♡)의 기운이 살랑살랑 느껴질듯 말듯한 오름의 얼굴로 시작해. 그 표정으로 바른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기타 연주해주던 모습을 떠올리고 있어. 슬슬 오름이 마음도 움직이구나..하며 흐뭇하게 보던 중 들려오는 소리는 무미건조 바른의 대답 한 마디, "네." 어제 고마웠다는 오름의 말에는 심드렁하게 "네에?"라며 지 때매 불편했다면 죄송하대. 뭔가 지켜보고 있던 내가 산통 깨진 기분이었어! 아니,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표정과 기분으로 불렀는데 저렇게 건조하게 대답하고 고맙다에 죄송하단 건 뭐야?? 게다가 오름은 더 말이 있는 듯한데 바른은 합의 있다며 자리까지 뜨지. 평소와 비슷했는데 내가 과민하게 느꼈다고 하기엔 오름도 도연에게 무심한 남자라 상담을 하고... 9화의 바른은 좀 건조한 느낌이 있었어.


한번 봤을 땐 그냥 일에 파묻힌 느낌이 있어서, 그래..바빠 죽겠는데 상대방이 언제 날 호감 가득히 보는 줄 알고 다정하게 대답해, 이건 하이퍼리얼리즘 오피스로맨스다! 이렇게 받아들였거든. 근데 재방 봤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바른과 보왕 둘이 나란히 서서 고민하던 모습이었어. 보왕은 도연 때문에 고민하는 흐름이 선명했지만 바른은?? 연출이 같은 고민하는 친구 느낌이라 바른도 여자 혹은 연애 그 정도의 흐름 같은데...뭐가 있지? 고백하고 차인 지는 좀 됐고, 내생각 니생각로 그날도 언쟁은 했지만 그건 일상, 그것 말곤 일만 했는데...아, 엄마 보러 간 일??


8화 예고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라 좀 끼워 맞추기 같은데 여기쯤 끼워 맞추면 될 것 같아(?!). 그니까 바른의 고민은 오름의 엄마를 만난 것과 연관 있다고 봐. 바른에게 엄마는 현관문만 들어서면 반겨주는 존재인데, 오름은 시간을 내서 찾아가야 하고 그마저도 딸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여주지 않은 엄마를 두고 있어. 상관없는 타인이라도 안타까운 상황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그 광경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걸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다는 건 당연히 마음이 무겁겠지, 안쓰럽고, 뭔가 힘이 되고 싶고...그니까, 연민...?


6화 고백에서 알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했는데, 막상 알고 나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힘들고 아픈 부분. 오름의 엄마를 만나면서 연민의 정서가 움텄다고 봐. 알고 싶어 좋아하는 마음 위에 알고 난 후의 연민이 한 겹 쌓인 거지, 같은 인간으로서도 그렇고 좋아하기에 좀 더 깊은. 감정이, 마음이 깊어졌다고 해야 하나.



감정이 깊어졌다고 한들 그 마음을 정서적으로 교류할 관계는 못 되니, 그러면 외부적으로 드러난 일?? 그래, 일이나 좀 덜어주자, 어머니 좀 더 신경 쓰게. 여기서 9화의 처음으로 돌아가면, 오름은 어제가 고맙고 할 말도 있는데...바른은 주심 변경해서 사건 가져올 생각으로 서류에 정신 팔려있지. 그러곤 행동으로 옮겨 부장실로 가버리고. 널 위해 해주고 싶은 일이었는데 네 마음이 한발 다가오려고 한 건 몰랐네. 아...


까다로운 사건만 골라서 가져오고 나니 계속 야근하면서 그 와중에 오름의 자존심도 챙기느라, 합의부니까, 부장 시켜서 하는 척 덤덤하게 대꾸하는 바른의 모습. 이쯤에서 일에 파묻혀서 건조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더라고, 한번 봤을 땐. 몇 번 본 지금은 자진해서 사건 가져온 정황과 내 멋대로 끼워 맞춘 감정으로 맥락 맞추면...음, 깊어진 감정을 일에 파묻어버렸다? 연민을 일로 풀어냈다?? 이렇게도 한번 표현해보고 싶네. 근데 있잖아, 서류 더미에 파묻은 감정인데도 널 향한 신경세포 하나는 늘 날이 서있는 듯, 떨어뜨리는 커피, 서류는 이미 낚아채고 있더라.


다시 바른이 고민하던 장면으로 가서. 전 상황이 뭐였냐면, 바른이 가져간 사건을 오름이 보고 있자 서류 뺏어오며 본인 할 일이나 챙기라면서, 챙길 일도 많은 사람이라고 해. 오름의 오지랖 성향 + 챙길..사람, 엄마까지 포함하는 의미 같지? 그래서 바른의 고민이라면, 나는 네가 마음 쓰여서 네 상황이 안쓰러워서 몰래 주심 변경해 야근하고 그러는데 그 틈에 또 엉뚱한 사람 챙기는 너. 그런 너에 대한 내 마음이 깊어서 괜히 허공에다 한숨으로 흘려보내네, 일을 잠깐 놓고 있을 땐... 일이 멈춘 집에선 사서 고생하게 냅둘 수밖에 없냐고 괜히 엄마에게 물어보고.


주심 변경의 내막을 모르는 오름이 입장에선 엄마한테 갔다오더니 무심하게 일만 해대는 남자가 바른이지. 까칠편한 선배에서 무심한 남.자.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나?!



건조한 서류 더미에 무심히 감정을 묻을 수 있는 건 별일 없는 일상이어서 가능한 거야. 별일이 생겨나면 더 이상 무심하거나 건조할 수 없지. 감부장의 청탁을 문제 제기하겠다는 오름을 대하는 바른은 다급해. 사건의 중대성과 오름의 성향을 고려하면 일단 막아야 하는 게 우선이라서. 오름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내가 대신 문제 제기 하겠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라고 설득해. 음...외아들, 외벌이, 마이너스 통장인 자신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내가 문제 제기하겠다는 바른의 감정은 어느 정도 깊어진 걸까...?  얘 오늘 좀 건조하네란 느낌으로 보다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바른의 마음 깊이에 좀 당혹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마치, 내가 네게 무심했던 건 네게 아무 일 없었기 때문이란 듯.


오름은 대신 문제 제기하겠다는 말에는 내가 받은 청탁이라며 단호했는데, 대신 하겠다는 이유를 들으면서는 많이 주춤해. 일단, 살아남아서 엄마를 돌봐야 하는 그 이유가 자신의 현실임을 자각했을 것 같아. 그리고 바른이 그 이유를 말한다는 그 자체 때문에도 주춤했을 거야. 그니까, 고백을 거절하면서 전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이젠 엄마의 일도 알면서, 자신의 상황과 했던 말을 연결해서 신경 써주는 마음을 느꼈을 것 같거든. 그걸로 인해 무심한 남자란 타이틀을 충분히 벗었을 것 같고, 오름의 마음 어디쯤 바른이 있을까? 그 신경 써주는 마음을 어느 깊이쯤으로 받아들일지가 궁금해.


궁금한데, 문제는 그게 아냐. 감부장 청탁이 문제지. 바른은 부장에게 말해야 하나 머리 굴리느라 바쁘고 오름은 한번 진정한 후 바른의 말에 귀 기울이지. 별일이 생기면,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일상에 묻어둔 감정은 날을 세우며 네게 들키기도 하는데 그걸 따져볼 여유가 없어. 감정의 깊이, 마음의 어디쯤 따위야. 차라리 아무 일 없는 게 나았을까, 무심히, 건조하게, 일에 파묻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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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내생각 니생각 말고 내마음 니마음 배틀도 한번 펼쳐줬으면 좋으련만 일에 치여서 사건에 휘말려서 좀처럼 진도 나가기 힘든 하이퍼리얼리즘 오피스로맨스 9화였음.




불편한 그들


9화에는 유독 밥 먹는 장면이 많았어. 그렇다 보니 일상적인 느낌이 강했고, 대신 클럽씬, 응급실씬, 후반부의 사건전개는 유독 튀면서 일상의 흐름을 벗어난 비일상의 느낌이 있었어. 9화를 요약하라면, 밥먹고 밥먹고 짜장면먹고 커피먹고 일좀하고 클럽 뙇! 일하고 일하고 빨래개다 응급실 뙇!! 일하고 일하고 일하다 구속 뙇!!! 이런 느낌이거든ㅋㅋㅋ


근데 인상적인 장면 꼽으라면 뙇 중에 하나가 아닌, 밥먹고 밥먹고 하는 거야. 초반에 44부와 원고측 밥 먹는 장면 번갈아 보여주는 게 재밌고 좋더라. 평범한 일상 같은데 교차 편집으로 어떤 사건인지 알려주고, 단무지같은 깨알코믹에, 무심한듯 시크하게 커피 낚아채는 설렘 반스푼도 베어있거든.


반면 뙇 장면들은 다 조금씩 불편한 감이 있어. 그래서 인상적으로는 꼽지는 못하는 것이고. 각각 불편한 이유도 달라서 그에 대해 풀어볼까 해.



먼저 클럽씬. 아오, 생각만 해도 눈 아프고 머리 아픈데ㅋㅋ 이건 신선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불편함이야. 보왕은 도연에 대한 감정은 있지만 밤일이나 애인 같은 애매함이 있어서 갈등하는 상태였어. 근데 그 갈등을 아주 원초적인 본능으로 넘어선다는 걸 클럽씬으로 보여줘. 좀 애매한 구석이 있긴 한데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어, 관능적인 매력을! 아니, 관능도 에두른 표현이고 그냥 성적 판타지라, 흔히 마음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상식이 흔들리며 좀 불편한 거지. 어찌 보면 시트콤이 아닌 정극에 이런 접근이 있었나, 좀 신선하기도 하고.


어쨌든 보왕은 그래서 갈등을 끝내. 내겐 너무 관능적인 그녀니까. 그것도 좋아한다는 고백이 아닌 데이트 하자는 행위야. 관능의 매력에 끌렸으니 데이트가 맞기는 한데, 남녀관계에 관능이면 게임 끝이지, 현실적이다 싶다가도, 진짜 그걸로 애매함이 다 풀려? 괜찮겠니..괜히 걱정도 좀 되고 그러함.



다음은 내게 불편함이 가장 컸던 응급실씬. 내 불편함보단 바른 입장에서 먼저 살펴볼게. 바른은 오름과의 언쟁 과정에서 거리에서 구호 외치는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 드물다며, 괴팍하고 흥분 잘하며 고집 세다는 표현까지 했어. 그런데 응급실에서 자신이 이성을 잃는 상황을 겪으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도를 한번 깨치고, 프로소송꾼 시민군 단장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한번 살펴본다는 흐름이고. 이 흐름은 그대로 와닿았고, 별개로 내가 떠올린 건 1화의 국회의원 청탁씬이야. 한마디만 더 하면 부정청탁으로 신고하겠다던 바른이 전화기 붙들고 친구에게 거의 읍소를 하고 있으니... 자아탐구는 스스로 하고 노오력하라며 청렴, 도도, 고고하던 모습이 땀과 눈물 범벅된 지금과 겹치면서, 쟤 멘탈 괜찮을까나...걱정을 넘어 약간의 두려움까지 다가오더라고.


역시 두려움은 과한 게 아니어서, 응급실이 어떤 곳이고 그곳에서 자신이 무슨 짓을 행했는지를 깨닫는 바른의 모습은 지켜보는 내가 떨리고 무서웠어. 멘탈 가루 됐네, 어찌 주워담을까나...멍하니 보고 있을 때 바른이 취한 행동은 무릎을 꿇는 거였어. 그 모습에 떠오른 건 국회의원이 돌아간 후 나오는 나레이션이야. 인간들이 싫다며 인간혐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응급실에서의 바른은 바로 그 혐오스러운 짓을 했어. 그러면 결국 자기혐오에 도달하는 거야. 인간혐오와 함께 평생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나레이션의 끝부분 떠올리면 자기혐오를 안고는 당연히 살아갈 수 없겠지. 그래서 꿇은 무릎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단죄를 하며 뉘우쳐 자기혐오에 대한 면죄는 갖기 위해서. 자기혐오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아의 세기만큼 꿇은 무릎인 것 같아, 절박하면서도 한편의론 청렴, 도도한 그 모습과의 괴리는 줄어들어 지켜보는 나로서도 다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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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단정한 차림과 이성적이고 차분한 모습이 아닌, 헝클어진 머리와 정돈되지 않는 얼굴로 우왕좌왕하는 모습 자체로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겪을 비이성적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 뭐가 불편하냐면. 드라마가 원하는 도덕성을 내가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면서 빚어지는 불편함 같아. 병원에서의 지인 찬스는 현실에선 사실 별 거 아니잖아. 약간 인맥 과시용이 되기도 하고. 그런 현실에 살고 있는 나로선 바른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과정이 편하지 않았어. 별 거 아닌데 저렇게까지 혹독하게 깨쳐야 하나 싶은 거지. 이런 지점에서 무릎까진 오버란 반응이 나올 수 있고. 그럼 과한 연출쯤으로 여기고 넘어갈 걸 왜 구태여 불편하냐면, 드라마가 요구하는 게 맞거든, 옳거든. 옳은 이야기를 보면서도 현실 개입시켜 재고 있는 내 양심이라 불편한 거고, 내 가족이 저러면 나도 그럴 것 같아 더 쉽지 않지. 아직도 응급실의 바른인 내 양심의 어디쯤 둬야할지 잘 모르겠네... 

                                                                      


응급실 바른에게 느낀 불편함은 오름한테도 느꼈어. 9화 식당에서 권부장과 언쟁 장면이 그렇고 드라마 처음부터 수시로 느끼던 불편함이었지. 오름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소신을 밝히고 주장을 펼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고 누구도 막을 권리도 없지. 다만 한번씩 피곤하달까, 불편한 느낌은 다가오는 거야. 잘못 한 것도 없는 오름이 왜 불편할까 가끔 생각해봤는데... 일단, 의견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싸한 분위기가 싫은 것 같아. 이번 화에서도 권부장 말에 반박하려는 오름을 보면서 미리 기분 싸해지더라고, 아..밥 먹는 중인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 싶어서. 갑론을박 토론의 장이 아닌 일상 속에서 늘 토론하자는 오름이 피곤할 때가 있는 거야. 다른 한편으론 오름의 생각이 대체론 이상적이고 원론적인 성향이 강한데, 그에 대한 현실적 반발심으로 불편한가 싶기도 해. 오름의 말이 옳다고는 여기면서도 바른의 현실주의에 공감한 적이 많았거든. 다 맞는 말인 건 나도 아는데, 그게 통해야지, 세상이 그래야지..이런 투덜거림 같은 불편함이랄까.


재밌는 건 자기주장 확실한 오름에게 굉장히 완벽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거야. 작가님이 인터뷰한 것처럼, 오름도 사람인데 흥분하고 화낼 수 있지 왜 감정적이면 안 되냐고. 또 오름의 말은 유독 논리 지적을 많이 당하는 것 같더라고. 저 말 오류 있다, 시선이 편향적인데..등등. 오름이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논리를 점검 받아야하고, 자신의 시선으로 보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지. 권부장이 동네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어쩌고 하는 말은 얼마나 논리적인가. 오름도 한 개인의 생각일 뿐인데 왜 완벽하길 원하는지 모르겠어.


위 문단이 오름을 옹호하는 흐름인데, 맞아! 난 가끔 불편할 뿐이지, 오름이 싫지 않아. 오히려 이곳에서 본 표현처럼 오름을 불편해하는 내가 싫다 해야 할까. 왜 그런 날 싫어하냐면, 결국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오름이 이야기하는 이상의 어느 한 지점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편해하니까. 대신  오름을 응원하기는 해. 아니까, 현실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오름의 이상이 결국 내가 원하는 바임을 알기에, 불편해하는 날 싫어하면서 응원해! 아, 잠깐...응급실 바른의 위치도 여기쯤에서 찾으면 될 것 같아!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를 있는 그대로 못 받아들이고 불편해하는 내가 싫다는 선에서, 행동하는 양심은 응원하면서. 그리고 한번씩 나를 경계해야겠지, 응원도 멈춰버리는 너무 낡은 양심은 되지 않도록.



이제 마지막 불편함이 남았네. 후반부의 사건전개. 다큐 3일-법원편을 보는 듯 잔잔히 흘러가더니 후반 10분은 정말 휘몰아치는 전개였어. 이 몰입감을 위해 50분이 잔잔했다는 듯. 휘몰아친 끝에서 감부장 구속이란 엔딩에 다다르고...그 중심에는 오름이 서있어. 한명한명 지나가며 내리꽂는 시선, 의미가 담긴 시선의 그 중심에 말야. 시선의 의미들...원망, 질책, 추궁, 불만등과 함께 내가 오름에게 느꼈던 불편함도 섞였있는 것 같았어. 그 시점에선 나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는데, 드라마 속 그들은 오름을 너무나 불편하게 바라봐.


오름은 힘겨워 보여. 양심에 따라 행동한 후의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도, 그 불편과 원망이 가득한 시선을 일일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모든 사람이 떠난 뒤에도 추스러지지 않는 힘겨움으로 그냥 덩그라니 계속 서있을 뿐이야. 그 순간 곁에 있는 건 하나, 우배석이란 방패 하나로 세상 끝까지 따라올 것 같은 바른의 시선 한줌 뿐이야. 아니, 어디선가 내쉬고 있을 세상의 한숨은 그들을 감싸겠지.


프로소송꾼이란 비상식적인 삶이 일상이 된 시민군 단장은 44부의 경청 하나로 원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듯한데, 정작 44부 그들은 밥 잘 먹고 일 많이 하던 일상의 흐름에서 많이 벗어나고 말았어. 그들을 초대한 비일상이 많이 가혹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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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서로의 새우등, 44부


9화의 일상 속엔 원조싸가지의 활약도 눈부셨지, 특히 세상 한정으로. 생각해보면 초반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나 한번 짚어보려고.


1화의 바른은 싸가지라기 보다 입바른 소리를 던지는 편이었지, 딱 예의 갖추고. 맞선 상대에게 귀댁에 어울리는 사윗감 아닌 이유를 은근히 멕이면서 돌려주고, 변호사 스카웃 제의에도 저런 사람 변호하냐고 팩폭 날린 훗 적성에 안 맞다며 깎뜻하게 거절 했어. 9화에서도 또 여기서 저기까지 어쩌고 하는 용준에게 직접 듣고 싶은 말 아니라고 차분히 한 마디 날리고. 그니까, 친분이 없는 사이에는 예의 갖춘 입바른 소리를 하는 편인듯. 세상한테도 첨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그건 그런 의마라 아니라..이 정도 선이었고.


변화를 느낀 건 6화. 국회의원 사건 조정 해보라고 부장실 불렀을 때, 되게 떨떠름하게 세상을 바라보더라고. 그 이상한 운동기구는 뭐냐는 듯. 그리고 부장 말 안 끝냈는데도 조정 잡아보겠다고는 휙 나가버림. 그 후 7화에서 왼손잡이와 아C가 나왔지. 여기서 슬슬 세상이 편해지나보다 여겼는데, 9화는 아예 만만한 느낌이던데?! 우리 부장 이제 좀 알겠다 이거지. 성격 어떤지도 겪어봤으니 마지막까지 참았으면 좋았겠다, 평등하게 불친절하다, 맨날 얼굴 보고 있으니 예쁘게 나온 사진 있겠냐고 궁시렁. 그니까 어느 정도 관계에 대한 믿음을 갖고 날리는 싸가지 같아, 이 사람이 이 정도 말은 받아줄거라는, 보왕처럼. 이름 붙이자면 관계밀착형 싸가지랄까.


좋아하는 여자라고 예외는 아님. '본인 일이나 챙기세요, 챙길 일도 많은 사람이.' 이 말 어느 정도 걱정은 깔렸겠지만 딱 오름 저격에 맞는 말이잖아. 말 다 해놓고 아닙니다라는 것도 그렇고, 그 말 들은 후 오름 표정이 평등하게 불친절하단 말 들은 세상과 꽤 흡사하더라. 다만 좋아하다보니 횟수가 아무래도 적겠지. 대신, 부장이 말하잖아라며 말 막거나 단무지도 위아래가 있다는 세상의 꼰대 아닌 꼰대 같은 그런 면 때문에 세상 한정 싸가지 기질이 강해지는 듯.



재밌는 건, 오름이 한번씩 일 만들어서 세상과 부딪힐 때면 바른이 수습하며 새우등 터지는데, 바른이 수시로 날리는 싸가지에는 오름이 새우등 터지며 수습해야 함. 아메리카노 들고 오름이 바로 안 나타났으면, 세상은 혼자 먹는 바른에게 저 주댕이를 확~~ 그랬을지도ㅋㅋ 어찌 보면 쨉쨉으로 들어오는 싸가지와 한방 훅 날리는 또라이 덕에 늘 새우등 터지는 세상일지도 모르겠고.


쨉쨉 훅 날려도 그게 다 '우리 부장님'이라서 그런 거임. 감부장 청탁을 어떡할지 고민하다 바른이 우선 우리 부장님한테 말하자고 그러는데 '우리 부장님'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서 좋더라. 이들이 이제 어떤 관계인지 슬쩍 와닿기도 하고. (추가로 성공충 때와 비교하면 바름이들 많이 달라짐. 그땐 의견충돌 길어지며 내말들어 박차오름/우배석으로 막으시겠다 등 떠들썩하면서도 부장의 존재감은 0이었는데 이번엔, 바른이 신속하게 오름이 진정시키고 오름도 바른의 말 경청하고, 우리 부장님으로 바로 귀결됨. 신속, 차분, 우리부장!)




출처: 미스 함무라비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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