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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호타루_리뷰]死로 나아가는 당신에게.

동매꽃길걷길(211.172) 2018.09.25 10:00:03
조회 2038 추천 75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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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점괘는 틀린 적이 없었다.

그날도 그는 점괘를 물었고,

점괘에는 그의 죽음을 뜻하는 카드가 나왔다.


"틀리는 날도 있겠지."


보기에도 기분 나쁜 카드를 애써 무시하며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 그의 팔을 붙들었다.

가지 말았으면 했다. 나의 점괘는 틀린 적이 없으니

분명 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붙잡는 내 손을 떼어놓으며

자리를 떠났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붙잡아도 그는 갈 것이었고, 오늘은 그가 꼬박 기다려왔던

보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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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나를, 그래서 더 힘겨운 삶을 살아왔던 나를

지옥이나 다름 없던 그곳에서 구해준 사람이 당신이었다.

늘 나를 괴롭혀왔던 사람들 틈에서 살아온 나는 당신도

그런 놈들 중에 한 사람이겠거니 생각해 당신을 해하기도 했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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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린 곳에선 피가 철철 흘러내렸고,

꽤나 아팠을 법한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당신.

내가 해준 밥이 맛있었다며 오히려 찌른 내게

선물을 해주던 당신.


돌아누웠던 몸을 일으켜 나를 바라보던

당신의 텅 빈 두 눈동자에서 나만큼이나

힘들게 살아왔을 당신의 삶이 보였다.


어쩌면 당신과 내가 살아온 生이 닮아서

우리가 함께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나를, 나는 당신을 서로 가엾이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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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점괘는 틀린 적이 없었다.

그날도, 또 어떤 날도 어김없이 맞추었고,

그에게 구원되고 난 생애 처음 하늘을 원망해봤다.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그렇게도 기도했건만

당신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고, 죽은 듯 누워

깨어나지도 못했다. 칼을 잡는 낭인이 어째서

총에 맞은 것일까? 그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화가 나고, 또다시 이 외로운 세상에

나 혼자 남게 될까 겁이 났다.


깨어나지 않는 당신 곁에서 점괘를 보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점괘를 쳤고, 마지막 카드가 나왔을 때에

당신의 그 큰 손이 내 손을 덮었다.

그때 처음으로 하늘에 감사 인사를 했다.

당신을 살게 해주어서, 살려주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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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선한 사람이었다.

나를 구원해준 이가 당신이라서가 아니었다.

일본인은 물론이고 당신의 조국인 조선에서조차

당신을 무섭고, 잔인하고, 악명 높은 무신회 낭인으로

알고 있지만 적어도 당신 곁에서 지내온 내게 당신은

참으로 善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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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와 다르게 정도 많고, 자신의 사람을 가장

아끼는 사람. 강한 자에겐 강하고, 약한 자에겐

한 없이 약한 사람. 연모하는 여인에겐 한 없이

유연해지는 가장 멋진 사내. 헌데 그 여인은 왜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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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여인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데,

매 순간이 죽음이었던 당신을 왜 또 그 불행 속에

집어 넣으려고 하는 걸까?


나는 그 여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여인의 일이라면 죽음을 무릅 쓰는

당신을 살려야겠다.


그러려면 당신이 연모하는 그 여인을 죽여야 하겠지.

그럼 난 당신 손에 죽겠지? 그래도 난 해야겠다.

당신을 살려야 하기에. 무신회 오야붕으로부터

눈 밖에 나려는 당신을 살려야겠다.

나를 살렸던 당신을 이번엔 내가 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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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그런 눈으로 보아도,

상처 받은 짐승처럼 칼을 휘둘러도

백 번을 돌아서도 당신 길이 하나이듯

나도 이 길 하나다.


당신을 살리고, 내가 죽는 것.

죽음은 두려우나 내가 한 선택에 후회는 없다.

어차피 그때 죽었어야 할 몸, 당신이 나를 살렸으니

이것만큼 큰 보답은 없을 것이니까.


그런데 어째서 마음은 이토록 아픈 것일까?

내게 칼을 겨누고 있는 당신이, 그토록 아픈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당신 모습이 자꾸만 흐려진다.


한자, 한자 나의 선택을 적어 당신에게 보이는데

왜 마음은 이토록 아픈지 모르겠다.

나를 보는 당신의 눈이 아파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곧 당신 손에 죽는 것이 두려워서 눈물이 나는 걸까?

아니면 당신 때문에 아픈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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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던 나의 삶에 당신이 곁에 있어줘서

아주 많이 행복했던 삶이었다.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줬던 당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구해준 나의 목숨 값을 이렇게 갚는 내가

당신은 많이도 미울 테지만 당신을 살리는 것만이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전부였다.


비록 당신이 가는 길을 붙잡을 수 없었지만

또 이렇게 혼자 남게 되었지만 부디 살아만 있어주기를.

같은 하늘 아래, 이 땅에 살아만 있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대여 살아만 있기를.

내 마음 따위 몰라줘도 괜찮으니

살아만 있어주길.


신이 있다면 부디 그 사람을 살려만 있게 해주소서.


___

호타루 입장에서 리뷰 한 번 써봤어.

호타루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를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

동매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했던 호타루이기도 했고,

그 마음이 연정이었는지는 몰라도 난 복합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했거든. 자신을 살려준 구원자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

뭐 그런 거는 아니었을까?

동매도, 호타루도 너무 힘든 생을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난 동매도, 호타루도 계속 생을 이어가면서

행복했으면 해.


+)이게 상플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올릴까 말까

망설였는데 드라마에 나왔던 사실에 근거해서

쓴 거니까 그냥 호타루는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만 해석해서 봐줘. 그래도 상플로 여겨진다면

글 내릴게. 그럼 즐감하고,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


짤은 모두 갤에서 줍줍한 것과 내가 캡쳐한 것들이야!



출처: 미스터 션샤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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