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4종을 마셔보았음

왼쪽부터 엔들리스 웨스트 사의 글리프, 그리고 로스트 스피리츠 사의 네이비 럼, 어보미네이션 2종 해서 총 4종이었어.

사실 여기서 리얼루다가 분자위스키라고 할만한건 글리프 뿐인데,

얘는 진짜 기체크로마토그래피로 위스키를 성분분석 한 다음에 거기 해당하는 향을 식물이나 효모에서 추출해서 원주에 때려박은 물건이거덩.

진짜 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위스키라고 할까.

문제는...맛이...없어!

얘는 도수가 43도인가 그렇거든? 그런데도 알콜은 알콜대로 팡팡 튀면서 고숙성 위스키의 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굳이 따지자면 한 5년간 선풍기 앞에서 에어링해버린 맛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맛이 난다.

내가 마시면서 끼적거린 메모를 그대로 옮기면

아 이건 쫌.... 맛없음

원주에 시럽감기약 탄거같은 맛? 쓸데없는 단맛이 메인이고 잘 숙성된 위스키에서 기대할만한 기분좋은 향들은 거의 드러나지 않음. 그러다보니 알콜의 불쾌한 얼얼함이 목에 남아있는데 그 기분나쁨이 43도짜리 위스키 치고 너무 강함... 기술발전은 아직 부족한 거시다 이말이야....

라고 써있더라. 사실 얘네 기술이 끝판왕 찍어버리면 맥켈란 파인&레어든 블랙보모어든 성분 뽑아서 복제해버릴 수 있을테니까 엄청 기대했는데

-맛에는 저작권 없자나- 아직 갈 길이 많이 멀다는걸 느낌

그 다음에는 로스트 스피리츠의 럼을 마셔봄

얘들은 홈페이지에 많은걸 써놓지 않아서 사실 어떻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자체적으로 원주를 만든다음 "뭔가 특별한 공정"으로 숙성을 가속시킨다고 써있더라. 2017년에는 드디어 엔젤스 쉐어까지 구현할 수 있었다고 써있는데

그거 그냥 알콜낭비 아닌가 싶긴 한데... 암튼 얘들은 결국 숙성 과정 자체는 정상적으로 거치는걸로 알고있음

대신에 초음파니 가열숙성이니 해서 그 과정을 빠르게 당길 뿐이고 오크통(사실 오크 칩 형태로 쓴다고 하지만)을 쓰는거 자체는 똑같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그런지 딱히 특별히 다른 위스키/럼이랑 크게 차이나는 느낌은 아니더라.

자기들 말로는 30년 숙성의 풍미를 불어넣었다는데 내가 30년 숙성 럼을 마셔봤어야 알지...?

내 개인적인 감상은 여기

오크통 숙성한 풀-스트렝스(61도)짜리 럼.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에도 없어서 바텐더님도 잘 모르신다거..... 아마 쉐리오크통 숙성이라고 하심. 글리프보다는 얘가 훨씬 나은듯. 쉐리오크통에서 나는 그 짭짤한? 뭐라고 해야할지... 암튼 그런 맛이 은은하게 나면서 럼 특유의 달착지근함이 어우러짐. 글리프 마시고 마셔서 그런가 맛있고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잔에 코박고 향맡을 때 알콜이 코를 찌르지 않은것도 좋았음

그 다음에 마신게 어보미네이션 2종이었음. 이름은 각각 CRYING OF THE PUMA랑 SAYERS OF THE LAW이고,

조지 웰즈의 "모로 박사의 섬"이라는 SF소설에서 따왔다고 함. 찾아보니까 사람으로 개조된 짐승들에 대한 소설이던데...
얘들은 어보미네이션이라는 이름부터 그렇고 왜 이렇게 기존 위스키에 시비를 못걸어서 안달일까 싶더라. 노이즈 마케팅인가?

글리프처럼 아예 새로운 방법도 아니고 걍 기존 숙성과정 모방해서 가속하는 것 뿐이면서....

암튼 얘들은 다 스코틀랜드산 피티드 몰트 수입해서 만든 위스키들이야.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략 45~55ppm이라고 하니까 50~55ppm의 몰트를 쓴다는 아드벡이랑 비교해보면 좋을듯?

둘 다 리슬링 시즌드 오크통을 사용했고 SAYERS OF THE LAW(검은색)이 더 많이 태운 것(heavily charred) 말고는 나머지는 다 같아.

각각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아래에!

CRYING OF THE PUMA

앞서 마신 글리프에 비해 맛있음! 원주를 스코틀랜드에서 사와서 숙성만 실험실에서 호다닥 끝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피트향 넘나 향기로움. 입에 넣고 굴릴 때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단맛이 남는거 빼고 알콜(54도) 에 비해 튀지 않는 부즈와 적절한 피트향의 조화가 마음에 듦. 다만 반 넘게 마셨을 때 앞서 느꼈던 애매한 단맛..뭔가 친숙한 그 단맛이 살살올라와서 질리게 만듦. 얘도 아직 한 잔 이상 먹을 친구는 아닌것같다는게 개인적 의견

SAYERS OF THE LAW

오크를 더 많이 태워서 푸마울음에 비해 더 스모키&피티한 느낌이 강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피트한 느낌이 더 죽어서 신기. 또한 앞서 푸마울음에서 느꼈던 유쾌하지 않음 단맛 또한 많이 가라앉아서 전체적으로 좀 더 무게감있는 고숙성의 맛이라고 느낌. 앞서 마셨던 것보다는 훨씬 낫고, 다른 피티한 엔트리들에 비교해도 가끔 생각날 정도의 맛. 이게 50$선에 풀린다면 집에 한 병씩은 데일리로 들여놔도 괜찮을거같은데?

이게 4종에 대한 내 느낌이었어!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아직 기술이 세월을 따라잡지는 못했다는 것도 느끼게 해주는 음주였당.

특히 글리프 임마들은... 레딧에서도 열심히 욕먹고 있다던데 제발 기술 좀 빨리 발전시키길 바람.

언젠가는 진짜로 와앤모에서 원하는 위스키 자판기에서 골라 뽑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빌면서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