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점점 시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마누라가 참 많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말주변도 없는 주제에 인내심도 없어서 좋은 선생님이 되기는 그른 사람이라는 점인데요.

그래서 시갤도 하는 마누라를 위해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1.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

 시간을 측정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기준점을 잡는다는 이야기와 동일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작동방식이 물시계가 됐건, 기계식 시계가 됐건, 쿼츠시계가 됐던 다 동일하죠.

 시계들의 매커니즘의 차이는, 결국은 저 기준점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의한 차이입니다.

 물시계는 항상 동일한 양의 물을 흐르도록 해서 모인 물의 양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계식 시계는 밸런스 휠이나 추의 움직임에 따라, 쿼츠시계는 수정의 진동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따지는 것이 다를 뿐이죠.

2. 기계식 시계

 위 사진은 작년에 벽시계를 만들기 위해 구입한 무브먼트입니다.

 HERMLE사 제품으로, 351-030 무브먼트인데, 각인을 보시면 34cm/114 oz로 되어 있는게 보이시죠? 저게 곧 펜쥴럼의 길이가 34cm, 추의 무게가 114온스여야 의도한 타임키핑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런 시계들의 경우에는 추를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하면서 오차를 조정하는 거랍니다.

 추와 연결된 휠이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하면서, 추와 휠까지가 바로 손목시계의 밸런스 휠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추가 없는 탁상시계들의 경우에는, 손목시계와 전혀 다르지 않은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위 사진에서 밸런스 휠 주변에 나사로 체결되어 있는 추가 보이시죠? 펜쥴럼 클락의 오차를 추를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조절하는 것 처럼, 밸런스 휠로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들은 밸런스 휠의 그 조그마한 나사의 위치를 옮김으로서 조절하게 됩니다.

 여기서 6진동이니 10진동이니 하는 말의 의문이 풀리게 됩니다. 

 10진동 하이비트 무브먼트가 왜 6진동보다 정확한가? 바로 동일한 시간을 잘게 쪼갤수록 오차가 작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10진동의 경우는 10X60X60=36000 vph, 6진동은 6x60x60=21600vph가 됩니다.

 즉 한시간에 10진동은 한시간에 36000번 진동하고, 6진동은 21600번 진동합니다. 1초를 측정하는 기준이 잘게 쪼개져 있으면 쪼개져 있을수록 정확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대신에 모든 기계적 장치의 움직임도 많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구성은 떨어지게 되는 거죠.

이 점을 이해한 다음에, 쿼츠의 무서움을 알 수 있습니다.

2. 쿼츠 시계

 쿼츠는 단순히 말해, 특정 전압을 특정 물체에 흘리면 특정한 진동이 발생한다는 것을 이용한 장치입니다. 그리고 음파라는것 자체가 일정한 진폭을 가지는 일정한 움직임을 가지죠. 일정하다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전기적 회로를 통해 수정에 전달된 전류는 수정 진동자를 통해 오실레이터로 전달됩니다. 수정 진동자의 떨림을 오실레이터라는 증폭기를 통해 유지하고 증폭하게 되는데,이떄 발생하는 진동이 바로 그 유명한 32,768헤르츠입니다.

 32,768헤르츠라는 것은, 초당 32,768번 진동하는 음파라는 뜻입니다. 32768X60X60=117,964,800 vph가 되죠. 즉 한시간을 1억 2천만에 가까운 기준길이로 쪼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까 10진동 기계식 시계가 36000번이라고 했던가요? ㅋㅋㅋ.. 

 그래서 쿼츠와 기계식 시계의 정확도가 그렇게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측정하는 기준 시간의 길이가 3만배 이상 짧기 때문에, 정확도도 그만큼 차이가 나게 되고,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정을 진동자로 쓰기 때문에, 환경에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실제로 기계적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계적 마모가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쿼츠 크라이시스가 올 만 하죠?

생각해보면 시간을 잰다는건 인간의 예지의 결정체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측정한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인식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내일을 설계할 수 있다는 말이 되니까요.

시계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놀라운 물건입니다. 

벽시계용 무브먼트를 사서 자신만의 벽시계도 한번 만들어 보세요. 벽시계용 무브먼트는 손목시계용과 비교하면 마치 개미와 코끼리의 체급차이 수준이기 때문에, 분해 후 재조립이 필요한 오버홀의 난이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재미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