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FC에서 닭껍질 튀김을 출시하며 크게 이슈가 되었는데, 미국 KFC에서는 7월 한정 상품으로 치토스 버거를 내놨습니다.

광고에서 커널 샌더스(KFC 할아버지)가 아니라 커널 체스터(언젠간 먹고 말거야를 입에 달고 사는 치토스 마스코트)라고 하는 것을 들으며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서 다시 확인해보니 맞더군요.

동네 KFC 매장에 가 보니 유리창에 붙어있는 커널 체스터 포스터가 세기말 포스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과 새우깡이 콜라보해서 만든 새우 김밥" 이런 느낌입니다.

치토스 샌드위치를 하나 주문 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샌드위치라고 하면 네모난 샌드위치 식빵으로 만든 음식을 생각하기 쉬운데, 미국에서는 요리 자체는 버거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개체를 지칭하는 단어로는 샌드위치를 더 자주 쓰더군요.

그래서 "치즈 버거 단품으로 주세요"라고 할 때도 "Cheese burger, just sandwich please"라고 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주문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받은 치토스 치킨버거.

상자를 열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닥에 흥건하게 넘쳐흐를 정도로 듬뿍 뿌린 소스입니다.

치즈 소스가 아니라 치토스 소스. 색깔도 딱 치토스 색깔이네요.

그리고 후각을 강타하는 치토스 냄새가 그 뒤를 잇습니다. 치토스 봉지 열고 거기에 코를 대고 스읍 한 숨 들이마신 느낌이랄까요.

소스가 흥건하길래 빵이 다 눅눅해졌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래쪽 빵의 밑면 가장자리 부분만 살짝 젖은 정도고, 그 위쪽은 마요네즈를 발라서 빵이 눅눅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습니다.

다만 이건 주문하고 바로 먹어서 이 정도이고, 포장해서 집에 가져와서 먹으면 완전 눅눅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치킨 패티는 일반적인 치킨버거와 크게 다를 바 없어보입니다. 아래쪽에 깔려있는 치토스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력해서 패티도 뭔가 다른 점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치킨버거에 치토스를 끼워놓으니 선천적 얼간이들이 밥에 감자칩 말아먹는 광경(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97680&no=26)을 본 것 마냥 뭔가 본능적인 거부감이 듭니다.

하지만 개발팀도 다 시식 해 봤을테고, 어느정도는 맛이 있으니 발매했겠지 싶어 과감하게 한 입 베어먹었습니다.

그리고 딱 드는 생각이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였네요. 

생각해보면 치토스 맛이라는게 굉장히 짭짤하고 진한 치즈 맛인지라 치킨버거와 어울리는 게 그닥 이상할 게 없습니다.

게다가 치토스 과자가 주는 바삭한 식감이 마치 치킨 패티 껍질이 바삭한 것 처럼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별로 거부감이 들지도 않습니다.

게눈 감추듯 다 먹고 난 뒤의 소감은 "나름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정도. 

개인적으로 치토스의 열렬한 팬은 아니라서 나중에 판매 기간 끝난다고 해서 꿈에 나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치토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취향 저격할만한 메뉴인 듯 싶네요.

먹고 나면 빵에 묻어있던 소스 때문에 손가락이 노랗게 물드는데, 이것마저도 치토스 과자 먹고 나면 손가락 노랗게 변하는 것과 똑같을 정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