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볶은 콩이 커핑을 하면 맛이 괜찮은데 푸어오버를 하면 윽엑이라...

문득 커핑 하듯이 클레버로 내려 먹으면 어떨까 해서 해 보니 되게 괜찮네요. 드립포트도 필요 없으니 일석이조인가.

아래는 상세 추출법 초안.

- 준비물 : 클레버(큰거), 클레버 필터, 그라인더, 주전자, 스푼, 콩 12.5g, 생수

- 비율 : 12.5g : 200ml = 1:16

- 추출 절차

1. 주전자에 물을 넉넉하게 담아 끓인다. 팔팔 끓여도 됨. 저는 추출에 사용할 200ml에, 예열 겸 필터 세척용 및 대충 해서 500ml정도 끓임.

너무 빡빡하게 잡으면 물도 금방 식고, 모자른 것 보다는 남는 게 나아요.

2. 콩은 중간보다 좀 더 가는 정도로 분쇄. 사진의 경우 코만단테 18.

3. 클레버에 필터를 끼우고 예열 및 필터를 세척한다.

4. 분쇄두 투입. 저울 영점 조정.

5. 타이머를 키고 물 200ml 투입. 여기까지 오면 물이 조금 식어서 96~98도쯤 됩니다. 물줄기 조정 신경 쓰지 마시고 콸콸 때려부어주세요.

분쇄두가 골고루 섞이고 젖고 교반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6. 뚜껑 덮고 4분간 기다려 주세요.

7. 4분 타이머가 끝났으면 뚜껑을 열고 커피 표면을 한번 저어 떠오른 분쇄두들을 가라앉혀 주세요.

8. 컵에 내려서 마십니다. 떫거나 쓴 맛이 과도하면 분쇄도를 좀 더 풀어주세요.

커핑이나 프렌치 프레스와 같이 100% 침출식으로 가는 추출법입니다.

사실 저 말고도 이미 이렇게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긴 해요. (커핑 절차 그대로 따 온 것이니...)

그래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음.

몇가지 고려해볼 점은.

- 5항에서 교반이 잘 안 되었다던가, 콩이 너무 싱싱해서 에어 포켓이 생겼다던가 하면 스핀 등으로 추가 교반을 해 줄 필요가 있을지?

근데 어차피 침출식이라면 크게 상관은 없을 것도 같아요. 아직까진 실제로 그렇게 되어본 적도 없고.

- 7항에서 분쇄두를 가라앉히는(크러스트를 깨뜨리는) 부분은 커핑의 그것을 그대로 따온 것인데, 과연 필요가 있을지?

커핑에서 크러스트를 깨뜨리는 것은 아로마의 평가를 위한 것도 있지만, 일단 마시기 위한 절차이고 더 이상의 추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분쇄두 둥둥 떠있는 것을 퍼마실 수는 없으니...)

클레버의 경우 어차피 물만 쏙 빼서 마시는데, 그러면 물 빠지는 동안만 조금 더 추출이 될 뿐인데 굳이 상관이 있을까 싶기도 함.

- 한 컵 분량 말고 더 많이 추출한다면? 분쇄도를 조정하거나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사실 안 해 봤음.

일단 지금까지 결과는 괜찮네요. 다만 일반 전기포트를 사용하면 물이 너무 콸콸콸 나와서 물이 몇ml정도 더 들어갈 때도 있긴 하지만요.

근데 한 5ml 더 들어가봐야 비율은 1:16.4 정도라서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