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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5살 고아 흙수저 인생 이야기 쓰고 갑니다.ssul

ㅇㅇ(124.28) 2015.11.15 17:00:07
조회 5956 추천 86 댓글 13

저의 제일 오래된 기억은 아버지가 칼 들고 엄마한테 뭐라 하던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저희 집도 잘 살았습니다. 매번 맛있는 것만 먹고 비싼 유치원에 다녔었거든요. imf 때 집이 쫄딱 망했습니다. 그 때 새벽마다 아버지는 어디 나가시고 그 큰 집에 저 혼자 있게 됩니다. 3층 주택이었는데 1층에는 집주인이 살고 2층에는 아버지와 저, 3층에는 어떤 남자가 살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 남자하고 저희 아버지는 매우 친해서 같이 아침,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 때는 컵라면만 먹고 살았어요. 다섯살 짜리가 컵라면만 먹는데 건강상태가 좋았겠습니까. 당연히 소아비만이었죠. 아직도 기억나는건 그 추웠던 겨울날 샤워를 찬물로 하는데 아버지가 우시더라고요. 그거랑 새벽마다 아버지가 나가실 때 누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렸던 저는 누군지 몰랐는데 빚 독촉하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전 문을 열어주었고 홈런볼을 사와서 그걸 먹으면서 아버지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집에서 쫓겨나고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됩니다. 아버지는 그 때 저와 떨어져서 어디선가 일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할머니 귀에다 대고 큰 소리 내는걸 좋아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때 저는 내가 큰 소리를 내서 할머니가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무서웠습니다.



할머니 집도 정리하고 전 보육원으로 보내졌습니다. 그게 제가 6살 때 일입니다. 남들은 보육원, 그러니까 고아원에서 맞고 자랐다는데 저는 그런 경험은 없습니다. 물론 맞은 적은 있습니다만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보육원에 살던 아이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한번도 보육원에서 맞고 자란 적이 없습니다. 대신 사춘기가 너무 심하게 와서 보육원에서 보내준 학원에서도 사고를 치고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애들하고 싸워서 결국 학원도 그만 뒀습니다.



보육원에서 자수성가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퇴소한 사람들이 가끔 원에 오는데 점점 연락이 끊겨있고 여자애들은 쇼핑몰 하고 있거나 남자들은 공장 들어가서 살고 있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부터 그래서 점점 힘들었던 것 같아요. 보육원에서는 제 학교 성적만 보고 실업계 갈 생각 말고 인문계 가서 공부하라고 하는데 전 빨리 취업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와서 제일 후회되는 선택은 바로 실업계를 가지 않은 겁니다. 그랬다면 좀 더 편하게 공장에 취업할 수 있었을텐데요. 인문계를 나와서 대학 가면 장학금 준다는 말에 전문대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힘들더라고요. 장학금을 받아도 백만원은 제 돈으로 채워야 되는데 알바하면서 제 생활비 채우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자퇴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보육원에서는 20살 2월이 되면 퇴소하게 됩니다. 이 때 아버지에게 연락이 와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나갈 때 오백만원 정도를 주는데 이것도 대학 등록한다고 돈 다 썼습니다. 그리고 반은 아버지에게 드렸고요. 나라에서 6년간은 아파트 임대를 해주는데 거기서 살면서 알바 했습니다. 알바해도 60만원 정도로 집세, 핸드폰비, 관리비 다 빼면 얼마 남지도 않더라고요.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빴습니다. 너무 목이 마른데 물이 없어서 수돗물을 계속 마셨습니다. 수돗물을 마셔도 갈증만 나고 그랬습니다.



나라에서 6년간 아파트 임대가 끝이 나고 집주인이 이제 방을 좀 빼줬으면 좋겠다고 일주일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청소하면서 그냥 자살할까 라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공장 들어가서 잘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지만 공장에서도 일이 떨어지면 자르기도 한다고 하고 그래서 일단 겁부터 납니다. 



고아원에 가면 부모 부양할 의무 없다고 좋아하셨는데 그건 솔직히 아니에요. 정말 고아인 애들도 있지만 부모가 사정이 안되서 맡기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다들 퇴소할 쯤 찾아와요. 돈 좀 달라고. 구질구질하게. 저희끼리 만나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될까 이런 얘기들만 합니다. 



얼마전에 보육원에서 같이 살았던 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친했던 아이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이해가 갔습니다. 공장 기숙사에서 자살했다는데 장례식도 열어줄 가족도 없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저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딴 아이는 아버지 빚 갚기 위해서 야간 가리지 않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두살 어린 앤데 대단하더라고요. 아버지 빚이 1억이 넘었습니다. 이 가족은 가정폭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직 부모님이 이혼한 것도 아닙니다. 그 부모님들이 이것저것 사업하다가 다 말아먹은 거에요. 그 자식들은 보육원에 보냈으면서 퇴소하자마자 빚이 있다고 갚아야 된다고 돈 좀 달라고 말했다는데.



서로 뒤통수 치는건 아무 일도 아닙니다. 10년을 넘게 같이 한방에서 먹고 잤는데 돈이 뭐라고 사기 치는 거는 물론 다단계 영업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앰창인생들끼리 어디 한곳에서 모여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페이스북 같은거 보잖아요? 남들은 내 나이 때 잘 놀러다니더라고요. 여자 만나고 놀고 하는데 전 그럴 돈도 없습니다. 공무원 준비한다고 문제집 살 돈? 전 하루라도 알바를 안하면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어서 공부할 시간도 없습니다. 공장에서 몇년 일하다가 그 돈으로 준비할 수는 있겠네요.



힘듭니다. 남들은 TV 보면서 웃는다는데 전 그 재밌다는 육아예능 보면서도 부럽단 생각 밖에 안했습니다. 저도 저런 집안에서 태어났었으면 이런 고민 안하고 있었겟죠. 아래 글 썼었는데 상담소 가라는 얘기에 그냥 여기에 길게 써봤습니다. 상담소 갈 시간에 들어갈 공장 찾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럼 다들 안녕히 계세요.



출처: 흙수저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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