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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럽갤문학] 코사카 연대기 -바보의 두 손- 05

최타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22 10:00:05
조회 641 추천 11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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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사카."


사사키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얼굴을 살피는 것만으로 나에게 화가 났다는 것은 분명했다.


"여~"

"여, 가 아니라고 등신아."

"왜 이렇게 뿔이 났냐."


나는 그저 웃었다. 키이쨩에게 터무니없는 계획을 들은 다음날 아침 등교한 교실은 왠지 나에게 주목이 쏠려 있었다. 사사키가 말을 이었다.


"왜 사정을 말하지 않았냐고."

"무슨 사정?"

"몰라서 물어? 어쩐지 요즘 학교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가더니만. 우리 다 처음엔 그냥 사람들이 좀 몰리나 싶었지. 네가 힘들어하고 있단 건 졸기 직전까지는 몰랐다."

"이시카와 선생님께 들었어?"

"그래. 네가 혼자서 잘난척 다 떠맡고 집안을 책임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뭘. 꼭 말하기에도 뭐하잖아? 떠들썩해지는 건 피하고 싶었어."

"그래! 그야 말하기 좀 그렇지만..! 병신아!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학교에 안 빠지고 나오면서 끝나자마자 새벽까지 가게 일을 하고! 몸이 남아나? 주말은 아마 더 바쁘겠지. 너한텐 쉬는 날도 없어지는 거잖아! 넌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야! 네 미래는 어쩔 생각이었어?"

"하하. 난 어차피 공부도 못 하잖아? 네 미래는 어차피 호무라야."

"말이 통하질 않는군."


사사키는 빙그르르 돌아서 교실에 크게 외쳤다.


"오늘부터 우리도 끝나고 나면 코사카네 집으로 도와주러 간다! 물론 일당같은 건 없다만 그런 걸 바랄 녀석이 있다면 혼날 줄 알아라. 갈 거지?"

"당연하지!!"


이 원숭이들, 원시인들, 난폭한 녀석들은 교실이 떠나가라 날뛰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나에게 날아와 귀에 앉히는 말들이 있었다.


"코사카, 힘내라!"

"어지간히 멍청하지만 멋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와 함께 두 손을 들어올려 모두를 진정시켰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잠잠해진 교실에 전했다.


"다 올 생각은 아니지? 가게에 다 들어가지도 못해."


나지막히 낄낄대는 소리가 들렸다.


"10명쯤만 와주면 돼. 급하진 않..뭐, 급하긴 하지만. 자기 바쁜 일이 있으면 차차 와줘도 돼. 와줄 사람?"


난처해하는 웃음과 함께 사정을 중얼대는 아이들 몇 빼고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10명을 훨씬 웃도는 숫자다. 내가 분명히 기억하건데 운동과는 거리가 먼 반장, 깡 마른 아키야마, 키가 작은 하야마, 등. 나는 조금은 목이 메어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고마워. 얘들아."




덕분에 남은 문화제 준비 기간동안 나는 마음의 짐을 좀 덜고 쉴 수 있엇다. 주문을 받아 적고 나한테 말해주거나 물류를 정리하는 일들은 모두 친구들이 했기에 나는 주방에서 조리만 하면 됐다. 그 덕분이랄까, 갈 수록 손놀림이 훨씬 더 빨라지는 걸 느꼈다. 그걸 봐주는 엄마는 이런 힘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미소를 지으셨기에 나도 더욱 힘이 났다. 하루는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인원이 평소보다 많아 잠시 훓어보자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히츠가야!"

"안녕! 코사카."


조그맣고 유약한 옛 친구, 반이 떨어지고 나니 한동안 보지 못했었다. 나는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나야 좋지. 도와주러 왔어."


히츠가야는 위로하는 웃음을 던졌다.


"사정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일찍 왔을텐데. 미안해."

"아냐~ 와줘서 고마워."

"천만에. 코사카는 우리 집의 은인이잖아. 뭐든지 시켜줘.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최선을 다할께."

"도움되다마다."


나는 모두를 가게안으로 들이고 조금은 여유롭게 히츠가야와 뒤따라 들어갔다.


"반갑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나 하자."


역시, 세상이 갑자기 급속도로 휘청해도 나의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구나.

어느덧 다가온 예행 연습의 날, 나는 푸르른 새벽에 키이쨩과 그녀의 학교로 발을 옮기며 이 이야기들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더 기뻐하는 듯 연신 감탄했다.


"그게 다 코사카 스스로의 덕분이야."

"내가? 왜."


키이쨩은 거침없이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쿡쿡 찔렀다.


"앗! 하지마."

"코사카가 베푼 친절들이 모두 돌아오는 거라구. 결국 사람의 인과라는게 거울이 되서 모든 일을 만들어내는 거지."

"키이쨩은 참 어려운 말을 잘한다니까."


그래도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나는 교복 차림에 운반하는 것이라고는 한손에 들고 있는 조리복 뿐이었다. 오늘 조리에 필요한 장비들은 모두 친구들이 일찌감치 옮겨놓은 참이었다. 

나는 이제...


"긴장감만 어떻게 하면 될텐데..! 후욱."

"하하하! 코사카도 여자공포증이라도 있어?"

"글쎄...키이쨩 같은 친절한 아이를 만나서 잡아먹히진 않는다는 건 배웠어."

"아주 좋아. 스텝 투는?"

"그래도 아직은 어색하단 말이지."

"걱정말라구. 편하게 생각해. 코사카도 우리 학교의 손님일뿐이라니까."

"손님."


그러고보니 한번도 보지 못했다. 키이쨩의 학교가 어떤 모습인지, 워낙에 바쁜 일들이 지나가버렸으니 틈이 없었다. 

그녀가 안내하는 말을 듣자니 어느새 도착한 것 같았다. 우리는 한 오르막 계단 앞에 섰고 그녀는 이 계단의 끝에 학교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긴장감을 떨쳐버리고자,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그녀보다 앞서 계단을 올랐다. 곧 저만치 앞에 커다란 건물을 본 나는 멍하니 다가갔다.


예쁜 학교다.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어딘가 모를 포근함이 날 반겼다. 깔끔하고 붉은 벽돌이 질서를 지켜 쌓인 벽은 단단히 학교를 둘러쌌지만 정문만은 활짝 열려 모두를 받아주고 있었다. 길게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돌길이 학교 본관까지 향하고 있었고 그 등교길의 양옆은 나무들이 나란히 서 구경하고 있었다. 


"어때?"


키이쨩이 옆에서 물었다.


"예뻐. 멋지다."


대답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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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힛! 네가 먼저 가봐~"

"아! 밀지마!"


그렇게 오토노키자카 여고 한복판에서 나의 화과자 장사가 시작됐다. 눈치를 보며 다가오지 못하는 오토노키 학생들이 많았지만, 하나둘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와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앞의 세 여학생 일행은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곧 패자를 나에게 보냈다. 

그녀는 호들갑스럽게 웃으며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고 말을 꺼내는게 힘겨워 보였지만 곧 웃음을 참고 입을 열었다.


"저! 주문해도 돼요?"

"네. 그럼요. 뭐 드릴까요?"

"에에~ 저는 일단 고구마 만쥬랑요! 야! 뭐 먹을래? 응. 이쪽에 콩고물 범벅 된 거 세개요!"


부산하게 몇분간 반죽을 한 나는 완성된 메뉴들을 포장해 건네줬다.


"고맙습니다아아~! 꺄아아!"


받아든 손님은 쏜살같이 친구들에게 돌아갔고 새가 추락하는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다. 곧 사이좋게 사라진 그녀들을 보며 나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음..그렇구나. 반응들을 보자니. 

이성을 대하는게 낯선건 우리 뿐만이 아닌 오토노키 학생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야야! 침 흘리지 마!"

"아욱."


등을 따깝게도 때리는 손길에 뒤돌아보니 사사키가 놀리는 표정으로 실실대고 있었다. 녀석도 어지간히 바빠서 얼굴에 번질번질 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프다."

"코사카코사카~ 그렇게 한눈 팔아도 되냐~?"

"무슨 뜻이야?"

"이거 안 그런줄 알았더니 흉악한 놈이네~ 지적이고 얼굴까지 예쁜 학생회장의 마음을 뺏어놓고도 다른 여학생들까지 노리다니!"

"....엑?"


그저 기가 막혀서 웃을 뿐이었다.


"무슨 소리야. 하하하. 키이쨩이 날 왜 좋아해."

"남녀학생이 그렇게 붙어다니면서 마음이 없다고?"

"아니. 정말이야. 키이쨩은 그냥 친구라고."

"친구...? 너 혹시 수도승이냐?"

"정말이라니까 귀찮게구네. 애초에 그렇게 완벽하고 똑똑한 애가 날 왜 좋아할리가 있냐. 좋아한다면 이쪽이 미안할 일 아니겠어?"


사사키는 꼭 오랑우탄처럼 멍하니 머리를 긁적이더니 대답했다.


"뭐. 하긴 그렇지. 그 사람이 억만배 아까워."

"일이나 해, 자식아."


내가 사사키의 어깨를 툭 치고 우리는 낄낄대며 다시 주문을 받는데 집중했다.

정작 지가 흥분해놓고는. 몇시간 전 아침, 짐을 풀고 있는 곳에서 만난 사사키는 다른 어떤 녀석들보다도 들떠서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드디어 낙원에 도달했으니 오죽할까. 덕분에 평소같지 않은 의욕과 속도, 목청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내로 혼자 이 학교를 나가진 않을 것이다. 반드시 손에 여학생 한명을 잡고 있겠지.


뭐, 그렇다곤 해도. 나도 즐기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무래도 우리 모습은 여기 여학생들에게는 꽤나 신기했던 모양이다. 아까전 그 무리도 그렇지만 삽시간에 구경꾼이 몰렸고 지금도 줄이 밀려있는 등 성공이라면 확실히 성공이었다. 일단 다른 학교에 온 것 부터가 신기했고 우리 학교와 비교해도 훨씬 예쁘고 시설도 좋아보였다.  


1시간 쯤 뒤 나를 이 정신없는 곳에 떨어뜨려준 주인공이 나타나셨다.


"하하하하! 코사카~ 잘하고 있나보네?"

"덕분에."


키이쨩은 같이 온 학생회 학생들과 같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동물원의 동물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나쁘진 않군.


"그럼 또 상권에 이바지를 해야지. 사쿠라모찌 다섯개랑~ 감자 당고 네개랑, 무지개 만쥬 열개! 응."

"다 먹을 수 있겠어? 키이쨩 분명히 살 엄청 쪘을 거야. 날 만난 후로."


그녀가 입을 떡 벌리는 동시에 도와주던 친구들이 날 발로 차고 배를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야야! 이 놈 말하는 거 봐라?"

"와~ 다들 들었어?"

"어윽! 왜 그래?!"

"왜 그래애? 건방진 놈! 저렇게 예쁘신 분한테 섬세하지 못하겠어!"

"그냥 친구? 역시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 놈은 좀 혼이 나야돼!"


맞느라 정신이 없는 도중에 키이쨩의 일행은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키이쨩한테 저런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저 분..에.. 코사카 상이라고 했던가? 키이쨩이랑 정말 친하긴 한가 보다. 하하. 허물이라곤 없네."

"웅. 사실 날 평소에도 완전 남자취급하고 있어. 흑흑."


키이쨩이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자 뒤에서 누군가가 내 목에 팔뚝을 두르고 허리를 뒤로 꺾기 시작했다. 켁켁거리고 비명을 지르다 간신히 소리쳤다.


"그만하라고! 일 하라니까! 아악!"




잠시 소란이 끝나고 나는 주문받은 것들을 봉지에 담아 건네고 있었다. 얼굴에는 상냥한 영업용 미소를 되찾고 부드럽게 말했다.


"맛있게들 드세요~"

"감사합니다아!! 우와! 냄새 좋다!"

"아까 코사카 상 손놀림 봤어? 대단해!"

"응응! 진짜 신기하다!"


역시 오늘 온 손님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나야 늘상 해오던 일이건만 아, 그러고 보니 여학생들은 퀼트같은 걸 하니까 이런 손재주 쓰는 일에 관심이 많으려나. 덕분에 가게 홍보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집안의 어려운 상황은 어느새 잊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더니 친구들이 도와주고 여기까지 이렇게 문제없이 올 수 있었다. 납품 심사의 예행연습으로 온 이 학교에서는 뜻하지 않게 힘을 얻고 있었다. 아까는 우리 가게가 어딨는지, 이름이 뭔지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랑스럽게 말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걸 떠올리다 보니 키이쨩에게 고마워지는 것이었다.


"자, 코사카. 계산."

"...됐어. 가지고 가서 맛있게 먹어."

"뭐...또 그런다."


나는 뻔뻔하게 웃어보이며 키이쨩과 눈을 마주쳤다.


"맨날 와서 사줬잖아. 앞으로도 그럴 거고?"

"훗."

"고마워. 키이쨩. 수고해준게 많아."

"수고는 뭘. 땀 투성이가 되가지고 일하고 있는 주제에. 잘 먹을께. 좀 이따 또 올거니까 농땡이 피우면 안된다?"

"걱정마."


키이쨩은 내 팔뚝을 툭 쳐보고는 손을 흔들며 이내 일행과 사라졌다.


즐겁구나.










학교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나는 대부분 내가 맡은 천막 안에서 있었던지라 많은 곳을 가진 않았지만, 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목소리, 우렁차게 활동을 홍보하는 여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 이 모든 것들이 겹쳐 기쁨이 느껴졌다. 나 또한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때 쯤, 근처에서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터졌다. 깜짝 놀라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어딘가 검붉은 블레이져 차림의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과 마주하고 있었다. 


"야야야! 고백하나 보다."

"푸하핫! 구경거리다~"

"잘 봐둬라. 차일 수도 있어. 오늘 다가올 니들의 미래처럼!"

"재수없는 소리하지 마. 썩을 놈아!"


친구들도 낄낄대며 말을 나누더니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치 줄을 선 손님들도 정신이 팔려있었기에 나도 흥미롭게 지켜봤다. 여학생은 발을 동동 구르며 할 말을 찾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곧 조그맣게 포장한 선물을 쑥 내밀었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소리쳤다.


"쭉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받아주세요."


이것만 해도 여학생이 얼마나 용기를 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구경하던 내가 다 초조해져 페트병의 물을 한모금 들이마셨다.

확실히 고백받은 남학생은 훤칠하고 잘 생긴 사람이었다. 멀찍이 떨어진 내가 봐도 나만큼이나 키가 컸고 이목구비는 남자답게 크고 굵었다. 남자들도 좋아하는 남자의 인상이랄까. 머리카락은 짧고 착 달라붙어 있어 날렵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무척 상냥하게 웃는 그 얼굴은 상대를 향한 미안함이 가득 묻어났다. 아, 이건...그랬다. 안 봐도 뻔하군.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길다란 허리를 깊이 숙여 정중하게 뜻을 전했다. 주변에서 탄식과 짓궃은 중얼거림들이 들렸다. 조용히들 좀 하지. 허리를 들어올린 그가 말을 이었다.


"좋아해주는 마음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아! 아뇨...괜찮아요."


특이하게도 거절당한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고는 있었지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역시. 선배는 너무 멋지니까요! 나같은 여자는 아무래도 좀 많이 모자라잖아~ 저번에 치요다 친선 경기 너무 잘봤어요! 곧 있을 카츠시카구 시합도 꼭 갈께요! 멋진 모습 보여주세요!!"

"아! 치요다 때 오셨다고요? 감사합니다."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여학생은 가까이에서 기다리던 자신의 일행에게로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정신 나간 듯한 비명과 말을 토해냈다. 아니, 사실 그 일행 모두가 그랬다.


"어떻게에에에! 진짜 했어! 꺄악!"

"메구미, 장해!"

"하아! 나 기절할 것 같애!"


그들은 곧 알 수 없는 언어로 괴성을 지르며 사라졌다. 여학생들은 다 저런가. 키이쨩이 어른스러운 경우 같다.


"아! 저 사람..."

"응? 왜."


옆에서 히츠가야가 멍하니 중얼대길래 돌아봤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는 덩달아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코사카! 모르는 거야?"

"누군데?"

"유명한 사람이야!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알아주는 남학교가 있어. 부잣집 아들들이 가는 곳인데. 저 사람은 그곳에 다니는 사람이야. 가문이 대대로 무술을 계승하는 집안이라 저 사람도 그쪽으로 엄청 활약하고 있어. 그 경력으로 학교에 특채 입학할 정도거든! 게다가 모두에게 차별없이 친절하고 성적도 좋고 인망이 두텁대. 덕분에 다른 학교에도 이래저래 유명해! 여학생들에게도 항상 고백을 받느라 난처해한다던데 사실이었구나."

"그래? 뭔가 대단한 사람인데."

"지금 우리가 본게 일상이라는 거야. 실제로 보니까 더 신기하다. "


무술인이라. 그건 좀 멋진 걸. 나도 홍금보나 이연걸 영화를 가끔 신이 나서 보곤 한다. 그러고 보니 히츠가야는 키가 작고 몸이 약했지. 강한 사람을 동경하는 걸까. 지금 이 흥분한 눈치를 보면 그런 것 같았다.

이래저래 재밌는 구경 많이 하는구나, 오늘.





해가 떨어지며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쯤, 키이쨩이 한번 더 찾아왔다.


"어때? 오늘 하루 잘 됐어?"

"잘 되다마다."


나는 비어가는 나무통들과 냄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료가 다 떨어져 가. 밤까지 연장해도 될 것 같아서 애들이 호무라로 갔어."

"그래."

"키이쨩?"


그녀는 이상하게 어딘가 피곤해보이는 안색이었다. 피곤해보인달까. 어울리지 않게 어두운 빛이 보인 것 같기도 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응? 아냐. 아무것도."

"겨우 찾았네."


불쑥 끼어든 목소리, 그건 묘하게도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졌다. 왜였을까.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키이쨩은 순식간에 표정이 일그러지며 그 남자를 바라봤다.


"당신.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요?"

"쫓아오다니. 그렇게 말하니까 섭하네."


순간 얼어붙었다. 뭐지. 이 남자. 

그 남자는 아까 모두의 앞에서 고백을 받았던 그 사람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옷을 입었음에도 인상은 전혀 달랐다. 언뜻 말투는 부드럽고 배려심 넘치는 것 같지만 그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이고 당장이라도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어서 빨아낼 것 같았다. 이리저리 뻗치고 어딘가 살짝 노랗게 물을 들인 머리카락은 그가 평소에도 모범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해줬다. 남자는 어딘가 징그러운 눈빛으로 키이쨩의 손을 들어올렸다.


"잠깐 이야기 하자. 키이쨩."

"키이쨩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런 키이쨩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내가 알던 상냥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그 하얀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자 나조차도 움찔했다. 그녀는 잡힌 손목을 뿌리치고 차갑게 말했다. 


"이참에 말할게요. 확실하게 못한 내 책임도 있네요. 난 당신이 싫어요."

"자. 그러지 말고. 키이쨩 정도면 내가 딱 어울린다니까? 내가 못해줄게 뭐있어?"

"죄송하지만 난 당신처럼 안하무인인 사람에게는 뭘 선물 받아도 기쁘질 않다니까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난 느꼈어요. 당신은 어느 여자나 자신에게 넘어올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돈으로 친구나 사람 마음을 살 수는 없어요. 그런 어린 생각은 그만두길 바래요."

"돈 욕심이 없다. 그건 키이쨩네 집도 넉넉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 하핫. 부모님 참 뛰어나신 분들이지. 아버님은 시위원에 오래 앉아 계시고 어머님도 뛰어난 뮤지션."

"그만해요."


남자를 노려보며 차갑게 내뱉은 키이쨩은 나에게 돌아서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따듯하게 웃어보였다.


"코사카. 미안해. 곧 야간 행사들 할 거야. 올 거지?"

"아. 응. 가야지. 재밌어 보이던데. 연극부는 뭘 하는거니?"

"후훗~ 기대하시라. 햄릿이나 이런 걸 하진 않을 거야. 곧 졸업할 선배들이 개그감이 뛰어나거든. 자체 시나리오로 엄청 웃긴 꽁트를 보여줄거야."

"재밌겠는데?"


키이쨩이 이 남자와 겪은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인 건 확실했다. 이 남자의 표정이며 키이쨩의 부자연스럽게 말이 많고 밝아진 모습 등. 아무래도 기분을 좀 풀어줘야 할 것 같았다.


"어이."

"코사카. 그래서 말인데."

"어이."

"...네?"


잠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일하느라 바쁜 눈치였다. 나는 남자에게 눈을 마주쳤다.


"아, 네! 저 부르신 건가요?"

"...너 뭐냐?"

"네?"

"뭐하는 놈이냐고."

"저요? 아. 저는 이번에 오토노키자카랑 합동 문화제를 하는 학교 학생입니다. 코사.."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어째선지 바닥에 몸을 뉘이고 있었다. 쓰러졌다 뿐이냐. 뒤늦게 파악한 요란한 소리를 듣자하니...가슴의 통증을 느끼자니...

그런가. 믿기 힘들지만 나는 이 남자의 구둣발에 맞았고 그대로 뒤로 고꾸라져 밀가루와 끈적한 설탕물 위로 굴렀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졌다. 그런 이야기다. 키이쨩의 비명이 들리는가 싶더니 남자가 내 멱살을 들어올려 매섭게 노려봤다. 그가 뱀이 쉭쉭거리는 것처럼 말을 시작했다.


"새끼가 미쳤나. 말하고 있는데 어디서 쳐끼어들어. 거렁뱅이같은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아?"

"크윽."


밀가루가 목으로 넘어가 기침을 한 나는 그대로 그의 얼굴에 그걸 날렸고 잠시 멍하니 있던 남자는 거리낌 없이 내 얼굴에 주먹을 내리꽃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왠 날벼락이냐.


요즘 나, 도대체 왜 이러지. 하하하.


얼굴로는 주먹을 받고 그 충격으로 밀려나 바닥에 뒷통수를 찧기를 몇번 반복하는 동안, 정신이 없음에도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어딘가 욕지거리가 터지고 친구들의 목소리가 하나둘씩 들려왔다. 나는 여럿의 팔에 들려 한쪽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이런 썅. 너 뭐하는 새끼야?!"


흥분한 사사키가 으르렁거리며 남자에게 말하고 있었다. 어느새 저만치 떨어진 남자의 곁에도 같은 교복을 입은 사람이 여럿 몰려들었다. 어쩜 하나같이 그 남자와 비슷하게 험악하고 불량해 보였는지, 하지만 난 일단은 상황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주변에 걸음을 멈추는 사람들도 그런 것 같았다.


"코무로! 뭔 일이야."

"저 쓰러진 애가 니가 팼냐? 크크. 완전 피떡 만들어놨네."

"마침 잘 왔다. 여기 단체로 돌은 새끼들이 있어서. 좀 쓴맛을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야야~ 축제잖아~ 기분 좋게 가면 안되냐?"

"축제였다고. 아까까지는."


코무로라고 불린 그 남자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않는 섬찟한 눈으로 날 내려봤다.


"근데 이 천한 새끼들이 나한테 너무 설쳐서. 즐길 기분이 사라졌어."

"호오~"

"어이. 거기 너. 뭐냐. 그 흰 옷 입은 새끼. 뭘 몰랐다고 생각하고 봐주마. 앞으로 조심해라. 아, 물론 너같이 몸쓰는 일이나 하는 밑바닥 일꾼 새끼가 나랑 볼 일이 있겠냐만."

"뭔 개소리야. 이 씨발놈아!"


사사키가 성큼성큼 걸어가며 고함을 질렀다.


"뭔진 몰라도 어디서 행패를 부려놓고 뻔뻔하게 지랄이야!"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냐. 어디서 염색은 해가지고 이 계집애같은 새끼가!!"

"히츠가야, 넌 코사카 양호실로 데려가고 나머지 다들 따라와. 저 새끼가 사과 안하면 죽인다."


살짝 흐릿하던 내 시야에는 이제 마주보고 서서 흥분한 친구들과 코무로의 일행이 들어왔다. 욕을 내뱉은 코무로 일행 중 한명이 식탁을 하나 뒤엎었다. 힘들게 만들어놓은 모찌와 팥물이 이리저리 날아가고 쏟아졌다. 삽시간에 주위에서 놀란 비명이 이어졌다. 


"안돼!"


내 단 한마디에 모두가 집중하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모든 사람들을 바라봤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가 입을 다시 열었다.


"싸우지마. 얘들아."

"뭔 소리야. 코사카..!"

"싸우지마. 난 괜찮아."


이런 말을 하는 건, 정말 내키지 않는군. 

하지만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 게다가 모두가 날 대신해 화를 내주고 있다. 고맙게도.


참을 수 있다.


"사과하세요."


아이고. 이 못말릴 놈들아. 

단 몇분만에 정신 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 이젠 놀랍지도 않다. 

히츠가야가 씩씩대며 코무로의 앞까지 가있었다. 씩씩대며 올려다보는 그를 코무로의 일행들이 낄낄대며 비웃었지만 히츠가야는 물러서지 않았다.


"넌 또 뭐니? 꼬마야."

"저는 코사카의 친구 히츠가야 유타라고 합니다. 뭣때문에 화를 내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코사카는 절대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할 사람이 아니에요. 만약 상하게 했다고 해도 당신은 남의 얼굴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는 시점에서 지나쳤어요. 사과하세요."


화를 가라앉히는 듯이 코무로는 목을 한바퀴 돌렸고 히츠가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안돼! 히츠가야! 젠장...난 괜찮다니까!"

"코사카라고? 너 잘 들어라."


코무로가 얼굴을 덜덜 떨며 내뱉었다. 


"그냥 가줄까 했는데. 니 친구새끼들 때문에 그르친줄 알아라. 야. 다 엎어. 오늘 내가 이 새끼들한테 세상 무서운 법을 알려주.."

짜악!


얼마나 더 날 놀라게 할 셈이야. 다들?

코무로는 히츠가야를 놓친채 고개가 돌아가 있었다. 이번에는 그도 상황파악이 덜 된 듯 눈을 깜빡이더니 겨우 고개를 원위치로 돌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는 키이쨩이 사납게 말했다.


"내 친구한테 무슨 짓이야. 이 쓰레기같은 놈아."


앞머리가 헝클어져 반절이 가려진 키이쨩의 두눈은 불이라도 붙은 듯 타올랐다.


"당신, 깡패야? 정도껏 해.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모두를 깔보는 거냐구."

"키이쨩. 키이쨩~ 정말 화나게 한다. 그치만 키이쨩이니까 참는 거야. 알지? 좀 이따가 차분히 얘기하자."


정말이지 속이 메스껍다. 코무로가 키이쨩에게 짓는 미소란. 그는 쏜살같이 옆에있던 쇠주걱을 들더니 바로 앞의 사사키에게 내려치려고 했다. 그 순간.


"그만해라. 코무로. 보기 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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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정적을 깰 만한 패기를 지닌 것일까. 지금 우리가 듣고 알고있던 누구 한명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군중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키가 크고 날렵한 인상의 한 남자. 그는 천천히, 하지만 거침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까 전 고백을 받았던 그 남학생.


코무로는 그 얼굴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또 너냐."


그가 중얼대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 남학생을 바라봤다.


"참견쟁이 정의의 사도 납셨네."

"그만둬. 코무로.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간단하지. 난 여기 여자애가 좋은데 통 내 마음을 받아주질 않네~ 게다가 저 빈곤해 보이는 놈이 대화에 끼어들잖아. 남자라면 화낼 일 아니겠어?"

"남자? 마음?"


남학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문대로군. 네가 일방적으로 저 여학생에게 몇주동안 고백을 했다고 들었다. 시도때도 없이 무례하게 찾아가 그랬다며? 그건 마음을 전하는게 아니야. 폭력이지. 남자가 어떻고 떠들지마라. 웃음밖에 안 나온다. 비겁한 놈아."

"역시 넌 항상 마음에 안들었어."


코무로가 혀를 차더니 이를 악물었다.


"쥐도새도 모르게 묻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아?"


남학생이 여유만만하게 미소지었다.


"그 힘이 있는 너의 아버지가 우리 가문을 좋아하시고 친하니까 말야."

"나도 알아. 하여간 쓸데없는 취미라니까. 아버지도. 무술은 얼어죽을...나도 그래서 쭉 참아왔거든. 근데 오늘은 보다시피 내가 좀 기분이 안 좋거든? 방해하지 마라."

"너야말로. 모두의 축제를 방해하지 마라. 조용히 떠나."

"야."


코무로는 주걱을 든 손을 내려놓고 싸늘하게 말했다.


"뒤는 내가 책임진다. 저 새끼 조용하게 좀 만들어다오."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발을 옮긴 코무로의 패거리들은 남학생을 동그랗게 둘러쌌다. 한명이 말없이 주먹을 남학생의 얼굴로 날리는가 싶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런게 실제로 있었구나. 그런 소리가 나더니 뭔가 둔탁한 소리가 터지고 주먹을 뻗은 놈이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다른 패거리들이 성급하게 욕을 내뱉고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남학생은 제일 먼저 오는 주먹을 가볍게 옆으로 피하고는 그 주먹을 뻗은 자를 맞은편으로 던져 자기들끼리 두명이 엉켜 쓰러지게 만들었다. 바로 옆의 다른 한명의 목을 손날로 후려치는가 싶더니 그 손을 거둬 반대쪽에서 파고드는 한명의 팔뚝을 잡았고 빠르게 꺾어 멈추게 한 후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게 끝나기가 무섭게 정면의 상대방을 발로 차 멀리 날렸다. 엉켜붙었던 두명이 정신을 차리고 동시에 덤벼들자 한명의 정강이를 걷어차 멈추게 만들고 손바닥으로 턱을 거세게 올려쳤고 다른 한명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배에다 주먹을 세번 휘둘렀다.


이 모든게 순식간에 일어났던 것 같다.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속의 싸움은 말도 안된다고. 하지만 지금 그런 영화같은 싸움을 눈앞에서 보자니 형용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커헉...!"

"내가 맘에 안들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이제야 너희들에게 예의를 가르쳐주는군. 하지만 내 힘은 부수기 위한게 아니다. 지키기 위한거지."


그 부분에서 남학생은 코피를 줄줄 흘리는 나를 바라봤다. 


"다시 한번 경고다. 조용히 떠나."


느릿느릿 일어나 부하들을 데리고 조용히 걷기 시작한 코무로는 바닥에 침을 뱉은 뒤 마지막으로 눈에서 빛을 번뜩이며 내뱉었다.


"코사카라고 했냐. 후회할줄 알아라."


코무로는 집요한 얼굴로 말하고는 조금 시간이 걸린 후에야 한켠의 일일 시장 천막 사이로 사라졌다. 남학생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괜찮나? 일단 치료 좀 받지."

"아. 예..."









얼떨떨하게 대답하고 모두의 박수소리를 뒤로 한 나는 잠시 후 오토노키자카 보건실의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옆에는 남학생이 바라보고 앞에선 키이쨩이 마주보고 앉아 내 얼굴을 봐주고 있었다.


"끄억!!!!! 따가워어!!"

"참아봐!"

"아후악! 너무 아프다고! 좀만 살살해주면 안돼?!"

"살살하고 있다니까?"


유감스럽게도 보건 선생님도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던지라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덕분에 자신있게 약을 발라주겠다고 말한 키이쨩에게 내 얼굴을 맡긴 참이었는데...찢어진 입술에 솜을 갖다댈 때마다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끙끙 신음하며 남학생을 바라보고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천만에."

"감명깊더군요. CIA인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싸우는게 가능하긴 하군요."

"내가 오히려 자네에게 감명 깊었지. 많은 걸 배웠어."

"저한테요?"

"그래."


남학생은 아까의 날카로운 눈빛은 온데간데 없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네는 정말 남자다운게 뭐라고 생각해?"

"음. 글쎄요."

"모욕을 당하면 반드시 싸워서 회복하는 것? 아니지."


고민하던 나에게 남자가 답을 말해줬다.


"모욕을 당하고도 참을 수 있는 것, 그게 진짜 남자다운 길이지. 자네는 아까 저밖에서 누구보다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어."

"어째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려운 말을 잘하는 것 같아. 하하하. 아악?! 키이쨩?! 살살!"

"그러게요. 지금도 좀 남자답게 참아보면 더 좋겠는데. 후훗."

"아니...너무해..진짜 아프다니까?"

"자네 체격이랑 맞고도 일어나는 힘을 보면 그 녀석은 몇번이나 때려눕히고도 남았지."

"그러고 보니까 그 사람 도대체 누구죠. 잘 아시는 것 같던데요."


내 입술을 두드리던 키이쨩의 손길이 멈췄다. 그녀는 밝게 돌아왔던 얼굴을 다시 어둠으로 가득 채우고 손을 떨궜다. 조용히 키이쨩의 입술이 열렸다.


"코무로. 코무로 쥰. 자기 소유의 회사가 몇채나 되는 대기업 회장 코무로 노리오의 아들이야."

"성격은 자신의 위로 아무도 없으며 오만하기로는 짝이 없고, 학교 입학도 사실은 성적 미달이었지만 아버지의 힘으로 무마되서 들어왔지. 자네에게 한 짓을 보면 알겠지만, 평소에도 자신이 원하는 건 어떻게든 가지기 위해 막무가내인 녀석이야."


남학생이 키이쨩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키이쨩이 착잡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신세졌습니다."

"뭘. 도움이 됐다니 내가 기쁘지. 코무로는 덕분에 누구 하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그의 아버지가 두려워서 어울려주는 것뿐. 코사카라고 했나? 자네와는 정말 딴판이야."

"저요?"

"그래. 아까 그 조그만 학생이 덤벼드는 걸 봤어. 자기보다 훨씬 더 크고 수적으로도 많은 상대에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네의 다른 친구들도 그렇고, 왠만큼 신뢰받는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용기를 내는 건 쉽지가 않지. 자네는...참 인망이 두텁군."

"쑥쓰럽네. 그냥 친구들도 저랑 똑같은 녀석들인 거죠, 뭐~ 앞뒤를 안보고 날뛴다니까요. 참. 하하."


우리 셋은 편안하게 웃었다. 남학생이 손을 내밀었다.


"소개가 늦었지. 근처에서 대대로 무술인 가문을 잇고 있어. 학교는 보다시피. 한자가 좀 어렵지? 곧 졸업 예정인 3학년이야."


그는 교복의 마크를 톡톡 두들기고 이름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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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셨군요. 치요다 구 화과자 집 호무라 아들, 2학년 코사카입니다."


곧 키이쨩도 일어나 그와 악수를 나누고 자기를 소개했다. 왠지 선배의 얼굴은 만족스러운 듯 했다.


"만나서 반갑군. 그러고 보니 호무라, 많이 들어봤어. 한번은 어머니께서 그 가게 화과자들을 사오셨지."

"오! 감상은요?"

"맛있더군. 정말 맛있었어. 진작에 찾아가보지 못해서 미안하네."

"아유~ 괜찮습니다."


나는 흐물흐물 대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고 명함을 빠르게 내밀었다.


"이제라도 아셨으면 많이 찾아주십쇼."

"그새에 영업하는 것 봐! 진짜 웃긴다. 역시 장사꾼 본능이 살아있나봐. 코사카도."

"물론이지. 내앞에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항상 손님이 될 수 있어. 이히히."


같이 낄낄대는 키이쨩을 보던 선배가 말했다.


"그래. 호무라. 몇대째 내려오고 있다던가?"

"넵. 저도 그걸 이어나가기 위해 배우고 있습니다."

"장하군."

"뭘요~"

"가업을 계승한다니, 비슷한 처지군. 같이 힘내보자구."

"별 거 아닙니다! 오히려 선배가 훨씬 더 멋진데요. 초인같고 날라다니고 아까 이렇게 슉슉 할때 보니..윽!"

"괜찮아?"


내가 그 선배의 체술을 따라하다가 옆구리를 붙잡고 주춤하자 키이쨩이 쏜살같이 어깨를 받쳐줬다.


"아핫. 괜찮아."

"장사, 계속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나는 시큰거리는 몸을 달래고 미소지어보였다.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지금 가게 사정이 좀 좋지 않거든요? 열심히 뛰어야죠."

"..."

"왜 그러세요?"

"코무로는, 한번 앙심을 품은 사람은 절대 잊지 않아. 앞으로도 자네를 해하려고 할 거야."

"그렇습니까."

"아까 봤다시피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이 많지."


어깨를 부축해 날 일으킨 선배는 강직한 두눈을 빛내며 날 바라봤다.


"이것도 인연이군. 앞으로도 내가 자네들을 지켜주지."

"지켜..준다고요?"

"그래. 코사카 자네한테는 이래저래 대의가 느껴지거든. 언제든 어려움이 있으면 말해. 알겠지?"

"예..예. 뭐. 그래요."


조금 얼떨떨하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에는 문무겸비인 여자아이 키이쨩, 오른쪽에는 초인같은 무술실력의 선배.

왠지 요즘 새로 사귀는 친구들은...하나같이 범상치않은 사람들 투성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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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벼라별 생각이 다 듭니다. 럽갤 온지도 꽤 됐는데


나도 어느덧 단물이 쪽쪽 빠진 퇴물 다 됐습니다. 조회수가 말해주죠. 연예인병 걸리던 시절 끝났어요.


내 독자들은 상당히 이상한 인구분포를 자랑합니다. 단 한번도 안 읽은줄 알았던 놈이 나중에나 감동받았다고 말하기도 하고....


하튼 그래서 나는 지쳤다가도 쿨타임이 돌아와서 이걸 계속 쳐올리는가 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 계속 보고싶다는 사람들을 위해 이걸 어떻게든 끝내기로 마음 먹었고.


뭐 그래서 이참에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스토리를 좆대로 짜는 것이 아니고 나름 짱구를 굴려서 구상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설명충을 하고자 합니다.


보시다시피 코무로는 호버지의 안티테제입니다. 돈 많지 않아도 인성만으로 모두가 좋아하고 몸 하나와 근성만으로 모든걸 헤쳐나가는 그와 다르게 

코무로는 갑질 오지고 돈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혼자서 해내지 못할 어린애같은 씹새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싫어하죠


나는 이런 대립과 나름의 의미를 많이 넣어요. 

그걸 왜 여따 올리고 인정받으려고 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 없지만ㅋ 난 원래 쓸데없이 솔직한 성격이라 하고싶은 말은 다 해서..ㅇㅇ누가 대단하면 숨김없이 대단하다 말해주고 뭐가 답답하면 답답하다고 말함.


하튼 그래서 이 1부내용이, 내가 보여주는 방향이...보통의 남주가 허둥지둥 부끄러워하고 호머니가 호버지 등에 가슴이나 비벼서 당황하고 지랄하는 흔한 하렘같은 스토리가 아니라 엄근진 빨고 지루한 이야기인 이유는 그런데에 있습니다. 

나는 항상 어른들에게 듣던 그들의 젊은 시절 고생과 성공시절을 인상 깊게 들어왔습니다. 존나 허풍 좀 있고 꼰대같은 이야기긴 하지만 감동이 있었죠. 

그래서 아직은 내 인생 갈길이 먼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뭐 그런 얘기입니다.


이런 얘기를 왜 내가 직접 하는가? 그야 당연히 어디 평론가가 나 대신 설명해줄리가 없잖앜ㅋㅋ내가 해야지


앞으로도 요로시꾸



출처: 러브라이브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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