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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뷰) 천하제일빈 땅새, 계민수전과 정전제, 최고의 대사와 최악의 대사

나무(112.154) 2015.12.26 10:00:26
조회 1506 추천 31 댓글 33

지난 월화 육룡을 보고 마음이 좀 복잡했어.

오랜만에 홀릭하는 드라마라 열심히 챙겨보고는 있는데,

보면서 자꾸 마음이 아슬아슬, 뜨끔뜨끔.


하지만 함께 나눌 만한 중요한 이야기도 있어서,

그 이야기를 잠깐 풀어볼까 해.


아, 그리고 늦었지만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1. 천하제일빈 땅새


뒤에 쓴소리를 많이 할 것 같아서 첫 이야기는 가볍게! (>.<) 


24화 땅새와 길선미의 대결 장면이 끝나고 나서

땅새 검이 부러졌네, 둘 다 부러졌네, 의견이 분분하던데,

다시 살펴보니 둘 다 검이 부러진 게 맞아.


그 장면에서 땅새가 몸을 휘돌아 내리치고 길선미는 육중하게 받아치잖아?

그래서 내리치던 땅새의 칼은 선미의 반탄력을 받아 부러지며 위로 튕겨져 나무에 박히고,

받아치던 길선미의 칼도 내리치는 땅새의 압력을 못 이겨 역시 부러지며 땅에 박히지.

(혹은 반대일 수도 있는데 일단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어. ^^)


이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고수의 싸움이라는 걸 여지없이 보여 주는 장면.

상대의 검을 부러뜨린다는 건 힘과 속도, 거기에 내재된 기(氣)가 따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런데 둘 다 겨룬 지 단 몇 합 만에 상대의 칼을 부러뜨려. (그야말로 고수 대 고수의 대결!)


문제는 그다음.

각자 함을 찾으러 헤어지고 난 뒤 길선미는 멀쩡한 칼을 들고 다니는데, 

땅새는 내내 부러진 칼을 들고 다녀. (3분의 2쯤 남아서 언뜻 멀쩡한 칼처럼 보이지만 부러진 칼 맞아. ㅠㅠ)


그때 알았지.

아, 무명네는 부자고 땅새네(;;)는 가난하구나. 

아마 길선미는 따로 칼이 더 있거나, 아니면 무명 조직 부하에게 새 칼을 달라 했겠지.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럴 부하도 없는 땅새는 계속 부러진 칼을 들고 다닌 거고.

(아이고, 땅새야, 네가 주야장천 누더기만 입고 다닐 때 알아봤다. ㅠㅠ)


이때 당시 칼 값은 무척 비쌌어.

원료인 철 자체가 비싼 데다 좋은 검일수록 몇 번이고 연단하고 담금질해야 하기 때문에 그 수공도 만만치 않았고.

그래서 나중에 수련할 때 땅새가 새 칼을 든 것을 보고는 저 칼을 어떻게 얻었는지 몽글몽글 몽상을 했더랬지.


첫 번째 방법!

삼봉한테 가서 길선미랑 싸우다가 칼이 부러졌다는 얘기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하면서,

“어제는 내가 칼을 지키지 못한 날이었소......” 하고 자책하면,

삼봉이 “네 책임이 아닐 것이다. 이런 난세에 온전한 책임이란 없다.”

그러면 땅새가 “내 책임이라고 한 적 없소!” 발끈했다가, 이내 뉘우치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거지.


“칼 하나만 빼 주시오. 부탁, 드립니다.”


으하하, 그래서 새 칼을 얻는다!!! (>.<)


아니면, 두 번째 방법!

칼을 고쳐 써야 한다고 땅새가 부러진 칼 찾으러 갔다가 길선미 칼 조각이 남아 있는 걸 보고 막 벙글벙글 좋아하면서 함께 주워.

그리고 대장장이한테 가서 고쳐 달라고 하지. 

눈앞의 순둥한 눈빛의 검객이 삼한제일검인 걸 모르는 대장장이가 땅새의 누더기 옷을 보고는 혀를 차며 말하지.


“이렇게 뚝 부러진 칼은 아예 녹여서 새로 만들어야 하오. 수선비는 있소?”


그러면 망설망설 쭈뼛쭈뼛, 어쩔 바를 몰라 하다가 수선비 대신 길선미의 칼토막을 공손히 내밀며 말하지.


“이걸로 봐 주시오. 부탁, 드립니다.”


그래서 마음 착한 대장장이가 고철(칼토막)을 수선비 대신 받고 검을 고쳐 주었다는 슬픈 전설이......

아이고, 이건 삼한제일검이 아니라 삼한제일빈(貧)이야. 삼한제일의 가난뱅이, 삼한제일빈.

제발 제작진은 땅새에게 멋진 새 무복 하나 입혀 주라! (입혀 주라, 입혀 주라, 입혀 주라............ ㅠㅠ)







2. 계민수전과 정전법, 사전혁파와 경자유전


자, 이제는 살짝 무거운 이야기.


‘계민수전’은 말 그대로 백성의 수를 헤아려서(계민) 땅을 나눠준다(수전)는 뜻이지.

드라마에서는 얼핏 계민수전이 곧 정전법인 것처럼 나오는데 실제로는 조금 달라.

계민수전이 땅을 나눠주는 원리라면 정전법은 그 실행 방법 같은 거지.


일단 계민수전을 보자.

땅을 백성에게 나눠준다, 그러려면 두 가지 전제가 먼저 있어야 해.

바로 ‘사전혁파’와 ‘경자유전’이지.


백성에게 땅을 나눠주려면 먼저 땅이 있어야 하잖아?

그래서 그 땅을 구하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사전(私田) 혁파야. (정확히는 모든 땅의 국유화지만 일단은!)

권문세족들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빼앗아간 사전을 모두 혁파해서 일단 나라 땅, 곧 공전(公田)으로 거두는 거지.

그래야 백성들에게 나눠줄 땅이 생기니까.


그리고 이렇게 거둔 땅을 백성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명분이 바로 ‘경자유전(耕者有田)’이야.

땅을 일구는 사람들에게(경자) 땅을 갖게 한다(유전).

손에 흙 한번 안 묻히면서 탱글탱글 노는 귀족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며 땅을 가꾸는 농부에게 그 땅을 주어야 한다.

 

드라마에서 삼봉도 그러잖아.


“온 삼한 땅을 누비며 미친 듯이 연구한 토지 문제, 그것의 의미는 바로 여기 이 사람들이 아닌가.

이 사람들에게, 이 나라의 백성들에게 권문세족의 땅을 빼앗아 모두 똑같이 나눠주는 것. 그것이 자네의 꿈 아니었나?”

“이건 이 사람들이 가져야 할 땅의 면적이자, 이 사람들이 가져야 할 희망이고, 이들을 살게 할 밥이야!”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고, 그 근본인 백성의 목숨은 밥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백성의 밥이요 희망인 땅을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 당연하지만 절실한 이치를 삼봉은 오랜 유배 생활에서 백성과 더불어 울고 웃으며 터득했던 거지.


(드라마에서는 조준이 다 하고 삼봉은 그냥 조준의 개혁안을 가져오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사실 삼봉은 토지 개혁안에 함께했고, 어떤 점에서는 조준보다 더 혁신적이었어. 

드라마에서 이 부분이 잘 안 그려지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웠어. 나중에는 나오겠지? ㅠㅠ)


어쨌거나 이 두 원리를 통해 귀족의 불법 땅을 빼앗아 백성에게 나눠주는데,

어떻게 나눠주느냐 하는 그 방법이 바로 ‘정전(井田)법’이야.


우물 정(井)자 알지?

커다란 땅(口) 안에 이 우물 정자를 앉히면 정확히 9등분이 되는 땅이 생기지.

이때 가운데는 마을 사람들의 공동 우물이 있는 곳, 곧 공동의 땅인 공전이야.

나머지 여덟 구획은 백성의 땅, 곧 사전이고. (아래 그림 보여? 파란 부분이 사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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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밭을 나눠 가진 백성들은 저마다 자기 밭을 가꾸면서 가운데 공전은 공동으로 함께 경작하지.

그래서 가을이 되어 추수를 하면 공전에서 거둔 곡식은 나라에 세금으로 바치고,

사전에서 얻은 곡식은 저마다 백성들의 한 해 양식이 되는 거야.

백성은 자기 땅(사전)에서 나는 모든 곡식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고,

나라도 공전에서 나는 곡식을 세금으로 거둬 나라 운영에 쓸 수 있는 거지.


그래서 공전의 공(公)은 자세히 보면 여덟 팔(八)과 사사로울 사(厶)를 합한 글자야.

여덟 명의 사사로운 백성이 함께 가꾸는 땅(田), 그게 바로 공전이라는 거지.

이 공이 점차 공공의 도리, 공공의 선 하면서 공적인 의미로 확대되는 거고.

무려 정전법의 원리로 만들어진 글자가 공이라는 거, 재미있지 않아? (>.<)


어쨌거나 백성도 밥을 굶지 않고 나라도 안정적인 세금을 확보하는,

대단히 혁신적이고 이상적인 토지 제도, 그게 바로 정전제야. 

그리고 이 정전제는 역사적으로 하은주 태평성대, 특히 주나라의 토지 제도였어.

그래, 주나라. 분이가 너무나 쉽게 말했던 그 주나라.






3. 최고의 대사와 최악의 대사 - 가장 분이다운, 또한 가장 분이답지 않은


자, 드디어 무거운 이야기.


분이의 아슬아슬함, 더 나아가 드라마의 아슬아슬함은 이미 많은 갤러들이 말했으니 나는 생략할게.

다만 그런 아슬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 있어서, (최고와 최악의 대사가 함께 나오는)

대표로 그 장면 이야기를 해 볼까 해.


삼봉과 조준의 한바탕 설전 끝에 백성들이 분이를 불러서 묻지.

그러니까 이게 대체 다 무슨 소리냐고.

그때 분이가 이렇게 대답하잖아.


“그게 정전제라는 건데요, 주나라 때 시행됐던 거예요.”


이 대목에서 내가 헉 놀랐던 건 이 말이 다름 아닌 분이에게서 나왔기 때문이야;

똑똑한 스승 삼봉이나 타고난 학자 조준이 아니라 가장 민초의 대표인 백성 분이에게서. 

(심지어 삼봉조차 백성들에게 이런 식으로 대답하지는 않았을 거야.)


백성들이 가장 궁금한 건 이게 어느 나라 때 제도고, 이름이 뭔지가 아냐.

밥이 나올 땅을 주느냐 안 주느냐, 그거지.

그걸 가장 잘 아는 분이가 갑자기 저기서 느닷없이 지식을 늘어놓아.

저 말이 눈앞의 백성들에게 아무 쓸모도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백성’ 분이가, 

진짜 필요한 말을 대답하지 않고 갑자기 지식인처럼 어려운 말을 늘어놓다니.

그야말로 절대 분이답지 않은, 절대 백성답지 않은, 최악의 대사.


사람들도 답답해서 다시 묻잖아.

정전이고 주나라고 간에 땅을 주냐고, 안 주냐고.

그때서야 분이가 딱 부러지게 대답해 주지.


“(땅을) 골고루 나눠준다는 거예요.”


그래, 저게 핵심이야.

저 위에서 나도 주절주절 길게 설명했지만 계민수전과 정전법의 핵심은 바로 저 한마디지.

백성에게 골고루 땅을 나눠준다는 것.


저 한마디가 가장 백성에게 와 닿는, 정말 백성이기에 가능한 맞춤형 답변이지.

어려운 말 한마디 쓰지 않고도 궁금한 점을 딱 짚어서 쉽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 

가장 백성다운, 백성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린, 분이다운 최고의 대사지.


하지만 저 대사가 주나라 운운하는 대사 뒤에 나오는 순간, 

백성의 대표성은 사라지고 분이도 말만 내세우는 지식인과 똑같아지고 말아.

행동은 조금도 안 하면서 알량한 지식을 내세워 백성을 가르치려고만 드는, 


대체 언제부터 분이가 함께하는 백성이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이 됐어?

백성 분이는 대체 어디 가고, 선생 분이, 대장 분이만 남아 있는 거냐고.

이래서야 어떻게 ‘백성 대표’ 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겠어.


그래도 꼭 대사로 정전제를 말하고 싶었거나, 분이의 똑똑함을 부각시키고 싶었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됐을까?


“그게 정전제라는 건데요, 주나라 때 시행됐던 거래요. 하지만,

(생긋 예쁘게 웃으며) 하지만, 아저씨들이 궁금한 건 이게 아니죠?”

“그려. 그러니까 땅을 준다는 겨, 만다는 겨?”

“(더 활짝 웃으며) 땅을 골고루 나눠준다는 거예요.”


이렇게만 했어도 백성의 궁금함을 먼저 알아채고 헤아리는 분이의 현명함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을까.

분이가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 것도 드러나면서, 동시에 여전히 백성의 눈높이에 있다는 것도 보여 주고.

대사에서 겉치레 조금만 덜어내고, 분이 배우 예쁜 미소 한번이면 충분한데 왜 그걸 못 해. ㅠㅠ


혹시 저 주나라를 꼭 대사에 넣고 싶었던 건 주나라와 진나라를 비교하고 싶어서였을까?

주나라는 정전법을 시행해서 무려 800년 동안 태평성대를 누렸어. (훗날 한나라는 400년을 누렸고.)

하지만 정전법을 무시했던 진나라, 분서갱유를 일으켰던 진시황의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고도 불과 15년 만에 망해 버리지.

백성을 위한 정전법을 지킨 나라는 오래도록 융성했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금세 망했다.

따라서 그만큼 백성이 중요하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음, 꿈보다 해몽이려나? ^ ^;;)


어쨌거나 가장 백성다운 대사를 분명 쓸 줄 알면서, 

왜 그걸 가장 백성답지 못한 대사 밑에 두었는지 안타깝고 많이 답답했어. (순서를 바꿨어야지!)

지나친 애정과 과장이 오히려 캐릭터를 망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싶었고.

이게 대사나 캐릭터 하나의 문제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육룡 전체의 주제에도 어긋나니까.

(하지만 또한 어쩌면, 바로 그렇기에 거기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는 거겠지.)






4. 이방원의 정인, 권력의 제어자, 분이.


분이의 용 타이틀이 나올 때 뜨는 자막이 이거지.


훗날 이방원의 정인(情人), 분이.


솔직히 저 타이틀 보고는 처음에는 좀 어이가 없었어.

아니, 다른 사람들은 조선의 설계자니, 창시자니, 무슨무슨 제일검이니 하면서 분이만 누군가의 연인이라니.

이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정의를 어떻게 조선을 만드는 육룡의 하나에게 붙일 수 있지?

(게다가 유일한 여자 주인공에게 하필 저런 신파 같은 타이틀을! 하고 분개까지 했다는.)


드라마에 관심을 두면서 뒤늦게 초기 예고편도 찾아봤는데, (나, 호청자인가? ^ ^;;)

거기에는 분이를 “분노가득 열혈백성 분이”라고 소개하더라.

나는 저게 분이를 소개하는 가장 핵심적인 말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왜 타이틀에는 ‘열혈백성 분이’를 버리고 ‘이방원의 정인’이라고 떡 하니 박았을까,

분명 의도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내내 이해가 안 됐는데, 

어렴풋이나마 이해했던 장면이 바로 이방원과 분이가 벌레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었어.


홍인방에게 마음속의 벌레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분이와 만난 이방원이 복잡한 얼굴로 말하지.


“약속 하나만 해 줄래? 혹시 말이야. 내가 변하면......

그 벌레가 날 집어삼키면, 그래서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면, 그렇게 변하게 되면......”

“죽여 버릴 거야!”


이 깔끔하고도 단호한 대답.

그러자 비로소 이방원이 안도하는 웃음을 짓지.


“좋아. 죽이기 전에 한 번만 나에게 얘기해 줄래?”

“알겠어. 이 못된 벌레야. 얼른 방원이를 토해내! 이렇게.”

“꼭 그렇게 해 줘야 된다?”

“그건 걱정하지 마.”


이 장면 보고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만, 

확실히 이방원 속의 벌레를 퇴치할 수 있는 사람이 분이겠구나,

분이가 유일하게 이방원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이방원 속의 벌레, 이를테면 넘치는 권력욕, 어찌할 수 없는 소유욕, 끝없는 지배 욕구......

이 모든 것들에 먹혀 방원이 올바른 대의나 정의보다는 어두운 야망이나 욕망을 쫓아갈 때 유일하게 멈출 수 있는 지지대.

이방원의 차가운 권력욕을 유일하게 제어할 수 있는 빗장, 곧 권력을 제어하는 백성의 상징이 바로 분이인 거야.


그래서 이방원의 정인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사랑하는 ‘정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인이라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곧 이방원을 제어할 수 있다, 라는 뜻을 담고 있는 거겠지.

좀 더 넓혀 생각하면 이방원(권력)을 제어하는 것이 바로 그의 정인(백성)이다, 로 풀 수도 있고.

지난 역사를 봐도 폭주하는 권력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언제나 민중이었으니까.


(물론 결과적으로는 역사가 스포라 이 제어는 실패하지. ㅠㅠ

하지만 어딘가 상흔처럼 계속 남아서 이방원을 제어하고, 좀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았을까.

태종 이방원이 왕좌에 오르려고 숱한 피를 흘렸던 것과는 별개로, 백성을 위한 여러 정치를 펼쳤던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그러려면 분이는 누구보다 백성으로 남아 있어야 해.

이방원은 절대 잘난 척 가르치는 지식인에게 감화받는 인물이 아니야. (홍인방을 보라고.)

이미 스스로 충분히 똑똑하고 그 누구보다 자기 의지가 확고한 이 불같은 청년은,

누군가 가르치려 하면 그보다 더한 논리로 맞서고, 누군가 억누르려 하면 그보다 더한 힘으로 싸우려 들지.

그야말로 섣부른 선생질이나 훈계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이방원을 활활 더 타오르게 할 뿐이야.

 

하지만 분이를 통해 듣는 백성의 소리, 백성의 간절함은 반대로 시원한 물처럼 이방원의 더운 피를 식혀 주지.

어릴 적 개경 백성의 참상을 보고 진짜 정의, 진짜 잔트가르를 간절히 원했던 순수했던 소년 이방원,

바로 그 이방원 자신의 순수한 초심을 찾게 해 주고, 그 절절했던 외침을 깨닫게 해 줘.


잘난 가르침이 아니라 진정한 호소가 이방원을 움직이고, 이방원의 야심을 제어해.

주절주절 말로 다 하려는 지식인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직접 부딪히는 백성이 그 무시무시한 욕구를 제어한다고.

그러니까 분이는 처음 설정대로 평범하지만 단단한 백성으로 남아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어.


이방원, 권력을 제어하는 것은 그의 정인, 백성만이 가능한 거고. 

그때야 비로소 ‘이방원의 정인’이라는 타이틀의 의미가 있는 거니까.

그래야 비로소 권력의 제어자로서 ‘백성 분이’의 의미 또한 있을 수 있는 거고.


‘열혈백성 분이’라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타이틀 대신,

‘이방원의 정인 분이’라는 느닷없는 타이틀을 선택한 의도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그만큼 백성이 중요하다, 그만큼 백성은 저력이 있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


많이 실망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나는 믿고 싶어.

이방원의 연인, 곧 무시무시한 권력의 ‘제어자’로서 

분이, 곧 평범한 ‘백성’을 자리 매김하고자 했던 작가의 초심을. 그 의지를.

(그 의지에 지나치게 얽매여 길을 잃지만 않는다면, 금세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정신... 차려 주시오. 부탁, 드립니다(feat. 땅새)" 말해 주고 싶다고.) 


이제 반 왔다.

기다리고 격려해 주자.

육룡이 진짜 멋진 드라마로 나르샤 하는 등용문의 순간을.




출처: 육룡이 나르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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