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셀털글이라서 미안해

초연 때부터 고흐 음악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사실 나는 작곡가가 고등학교 선배라
그 선배가 만든 뮤지컬 음악이 궁금해서 간거였거든

고등학교 입학식 다음 날인가.. 하여튼 1주일은 안되어서
2학년 선배 두 명이 교실에 갑자기 나타났어
한 선배는 기타를 들고 있었는데
자기들이 작년에 밴드를 만들었다면서 신입을 모집하기 위해 반마다 돌아다니고 있다고했지.

노래 한 곡 부르겠다면서 선배 한 분이 노래를 불러주는데
둘 다 너무 잘해서 \'헐 이 선배들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 중 한명이 선우정아 작곡가였음. 밴드 메인보컬)

사실 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동아리를 만들고 발전해나간다는건
무슨 청소년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잖아?
음악을 한다는게 그 당시나 지금이나 쉬운 일도 아니었고
고등학교 밴드가 잘해봤자라지ㅡ 라고 생각하기도 했어;;

그런데 그 선배들이 만든 밴드는 진짜 반짝반짝 빛이났어
밴드 신입 멤버 중에 친한 친구가 있어서 교내외 공연을 몇번 보러갔는데
학교 축제 때 본 물랑루즈는 내 인생 베스트 공연 중에 하나임ㅠㅠ
(그거 보러간 나래기 셀프 쓰담 ㅠㅠㅠㅠㅠ)

그렇게 그 밴드는 내 청소년기에 본 반짝반짝 빛나는 소수의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
나중에 알았지 ㅎㅎㅎ 선우정아 선배가 음악을 계속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뮤지컬 반고흐에 작곡가라는 걸

지금도 그렇지만, 예능계열을 계속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내 친구들 중에도 결국 포기한 애들이 있고
그 선배에게도 포기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지

개인적으로는 그 선배가 포기를 안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내 기억 속 빛나던 순간들이 바래지않고 빛나는 것 같았거든

재연 고흐로 자첫을 한 날
오프닝부터 하염없이 울어서 배우들 얼굴을 제대로 보지를 못 했어
그 음악 속에서 나는 꿈을 포기했던 친구와
포기했다가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어

음악과 반고흐 형제의 이야기가 겹치니까
도저히 눈물이 안 멈추더라...
많은 고갱들도 음악과 연기와 영상에 녹아든 그 이야기에 공감하기 때문에 고흐를 사랑해주는 거라고 생각해 ㅎㅎ

새벽감성을 아침에 올리려니까 오글거리는데

문화네가 고흐를 올려줘서 너무 고맙고
반고흐 형제들도 모두 너무 고맙고
선우정아 작곡가님도 너무 고맙고
무엇보다 많은 고갱들 내가 사... 좋아해... ((((나))))

펌킨쥬스(밴드명이야ㅎ)의 팬이었던 고갱은
포도쥬스 먹으러 사라질게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