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창문 밖 어두운 하늘과 슬며시 내리는 비는 오들오들 떠는 세이의 마음을 부추겼다.

어제 낮이었던가, 단지 정자에 앉아 지나가는 메이저 당들을 쳐다만 보았을 뿐이었는데, 메이저 당들은 쓰레기가 자기를 쳐다본다며 경찰을 불러 신고했다. 그게 세이가 이 기차에 타게 된 이유같지 않은 이유, 하지만 악법도 법이라 했던가, 마음 착한 세이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고 짐을 싸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에 타자 기관사인 블루쨩이 세이를 반겼다.

" 안녕? 신입이니? 짐 검사좀 할게. 폭발물 같은 거 반입 안 되는거 ㅇ... "

많은 소수족들을 다뤄본 듯 속사포로 말을 하다 돌아본 블루쨩이 깜짝 놀라 말을 멈췄다.

" 잠깐, 너 노래당이니? 너 왜 여기에..! "

세이는 '노래당'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세이를 본 블루쨩은 세이를 부축해 객실로 옮겼다. 블루쨩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세이가 괜찮아 보였던지 세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 괜찮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 .... "

" 말을 해야 알지. 퉤퉤! "

" .... "

습관적으로 입술에 침을 묻히다 자신의 에메랄드 하늘빛 파란 루주를 먹어버린 블루쨩은 바닥에 침을 뱉다, 대답을 하지 않은 세이 때문인지, 자신의 명품 파란 루주의 맛 때문인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적이 이어지자 관심이 필요한 블루쨩이 나가버리고, 세이는 창문 밖을 보며 그저 애인의 친구를 생각했다. 그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노래 선율이 있었다.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 세이는 출발하지 않는 이 기차를 원망하며 콧노래로 그 선율을 흠흠거리고 부르고 있었다.

            흠

    흠 흠흠   음                                  흠

흠흠            흠 흠                     흠 흠흠 

                      흠   흠 흠흠  흠  흠

                        흠        흠   으

세이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객실에 거란족, 개굴족, 색안경족이 들어왔다. 그 뒤로 경찰에 붙잡혀 소리지르는 수염족이 들어왔다.

" 이거 놔! 너희는 지금 덕이를 모욕하는 거야! 이거 놓으라고! "

수염족은 '덕이' 라는 신이 있다고 소문으로는 들었는데, 진짜 믿는구나. 세이는 생각했다

경찰들은 수염족을 객실에 내팽개치고 자기 할 일 하러 기차에서 내렸다. 거란족 개굴족 색안경족 그리고 씩씩거리는 수염족은 자기들끼리 알 수 없는 얘기를 나눴다.

" 이번에 바바가 면제 당했대. "

" 걔네 저번에 만주 갔다 와서 금 터번도 사 왔다는데. "

" 걔 말고.. 신입이 들어왔대. "

" 인성 쓰레기라는데. "

그들은 세이를 단지 만주 가는 기차에 탄 할 일 없는 노숙자라고 생각하는 듯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들의 말이 세이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들어왔고, 

내가 바로 그 인성 쓰레기다 라고 말할 수 없었던 세이는 애꿎은 세이당 포스터만 손에 꼭 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