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배게 씬에서 나오는 '인어공주 이야기'와 함께 

라온이와 이영의 너무나도 꿀떨어지는 모습이 연출되어서

정말 보기 좋았었다.

하지만 난 좀더 다른 관점에서

라온이와 병연에게 집중해 보았다.  

애틋하게도 잡고있는 두 손.

사랑에 빠진 인어아씨는

목소리를 잃는 대신

왕자의 곁으로 가게 됩니다.

왕자의 곁에 있는 것은 곧 라온.

왕자와 사랑에 빠져있는 것도 라온.

조곤조곤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하는 라온이의 목소리는

누가봐도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마저도 연기하는 배우의 역량에 감동했다.

그리고 시청자는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인공'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에 

대입되는 느낌이 신선하였다.

또한 점점 라온이와 이영의 모습에서 멀어지게 촬영하는 연출은

그들을 더 멀리 조명하며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병연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지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었죠.

계속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라온이와 동일시해보면

라온이는 왕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자신이 누군지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라온은 이영과 이루어지기 힘든

역적의 자식임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속의 인어공주처럼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그런 라온이의 상황을 알고 있는 병연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은

상황을 알고 있는 시청자와 함께

공감대가 형성된다.

또한, 알지 못해서 말할 수가 없는 라온과

그 사실을 아는데도 말할 수가 없는 병연은

대립되기 때문에 더욱 감정은 극대화된다.

자신이 누군지 아무것도 말할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은 라온.

그것을 듣는 것은 병연.

말할 수가 없는 것은 서로 비슷한데도 대립된다.

그리고 결국 병연은 라온이가 누군지를 말하지 못하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계속해 보거라. 라온아.

삼놈이가 홍라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부정하고 싶었을 병연은

세자가 라온이를 부르는 애칭에

확실해졌다.

그 확신이 가슴이 아팠다.

그 확신 속에서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병연의 입장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인어공주 이야기'가 극 속에 들어와서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렇게 이야기와 등장인물과의 관계, 그리고

그를 나타낸 연출이 신선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