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8일 구텐버그 종일반을 한 날이었어.

약 ㅅㅌㅁㅇ이지만, 난 요즘 너무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누구나 꿈을 포기하는 시기란게 오잖아?
난 미술관련 전공을 했고 하고싶은 꿈이 있었지만 현실과 타협해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있어.
그래도 괜찮았어.
아이들도 좋아하는 편이었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 보면 뿌듯했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인정도 많이 받았고.

얼마전에 한 학부모님에게 문자가 왔어.
"선생님, 혹시..."
하고서 한시간이 넘게 그 뒤에 문자가 안오기에
"네 ㅇㅇ이 어머님 무슨일이신가요^^?"
했는데, 바로 전화가 왔어.

아이가 콧등이 빨간데 수업중에 무슨 일 없었냐고.
그 아이는 그냥 보통의 남자아이야.
소근육보다 대근육이 많이 발달해서 미술보다는 뛰어다니기 좋아하고, 잠시 눈을 떼면 의자위나 책상위에 기어올라가 있는....
그래도 수업중에 별 일은 없었어.
아이가 장난끼는 많지만 말하면 이해는 하는편이라
앉아서 집중하자고 하면 수업시간정도는 예쁘게 앉아있을 줄 아는 아이거든.
무슨 일 없었냐는 말 속에 숨겨진 다른 말을 빨리 캐치하지 못한 내가 바보같은거였겠지만,
정말로 별 일 없었어서 오늘은 아이가 수업중에 위험한 장난도 치지않았고 어디에 부딪치지도 않았다고 말했어.

그런데 날이 선 목소리로 정말로 아무일도 없었냐고 되묻더라고. 재차 여러 번.
계속해서 혹시나해서 그런다는 말을 들으면서 깨달았지
내가 아이를 때렸다고 의심받고있는걸...

옛날에야 이쁘다고 쓰다듬고 궁둥이 토닥토닥 해도 그런갑다 했지, 요즘은 정말 잘못 건드리면 학대다 성추행이다 하니까 악수가 아니면 아이들한테 손 안대거든.

그 억양을 알아채고나서는 정말로 '아니다'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통화가 끝나고
의심이 풀렸는지 어떤지 의심에대한 사과는 못받은채로
아이는 계속해서 등록을 했고, 가끔 아이 아버님이 데리러오셔서 "얘가 뭘 하기는 해요? 선생님이 다 그려주는거 아닌가?" 하는식의 시비를 걸어오는 날들의 연속이라서
이제는 정말로 아이가 미워지기 시작했어.
어느날부턴가 그 아이를 보면서 정답지않은 기계적이고 무뚝뚝한 말투로 건성으로 알려주고있는 나를 발견하고서
이런일로 아이한테 퉁명스레 대하는 스스로가 너무 역겹고 싫었어.

그런와중에 10일날 구텐을 보고 진짜 신나게 웃고서
막 울고나서 어느순간 한숨이 나왔을때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 알지?
그런 기분을 느끼고서 다시 엉엉 울었어.
그러고나니까 버드랑 더그에게 너무너무 고맙고 그들이 한없이 사랑스러워졌어.

그리고 돌아오면서 18일 종일반 잡음.
(기승전포도알)


낮공 보고서 너무 배가 고프길래 갤검색을 했는데
ㅅㅅㅅㅈ가 딱 뜨더라고.
사실 내가 지금 극한의 다이어트중이라 요근래 밥을 제데로 못먹고있는것도 우울함에 한 도움 하고있는것 같아서
(무뜬금 자랑질이지만 올해에 20kg넘게 뺐어...이제 66이 맞더라고. 넘 기쁘고 넘 기운딸리고 그래ㅋㅋㅋ)

든든하게 먹으려고 밥집 검색까지 하고 나란녀석...

낮공끝나고 가니까 브레이크타임이30분정도 남았더라고.
어쩌지 어쩌지 하니까 사장님께서 혼자오셨으면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하셔서 감사히 들어갔어.
빨리나오는 메뉴 몇개를 추천해주셨는데 내가 연어를 정말 좋아하거든!
그래서 연어회덮밥을 시켰는데

크기비교하려고 생수병 옆에두고 찍어봤어.
그릇크기봐!!!
연어도 듬뿍 들었고, 꼬소꼬소하고 채소도 많고 밥도 많아서
정말 오랜만에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어.
후식으로 파인애플하고 방울토마토조림이 나왔는데
설탕은 아닌것같고 매실청같은데다 절인것같았어.
뭔가 새콤달달하니 레시피물어보고싶더라.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괜히 세상이 아름다워보이더라고.
영업해준 횽 정말정말 고마워!
덕분에 매우 맛있는 식사를 했어!!


밤공이 또 너무너무 좋아서...
하나하나 다 적고싶은데 난 기억력이 딸릴뿐이고...ㅜㅜ

제일 많이 기억나는건 파워관극하던 찰스랑
웃음소리 너무 호탕한것ㅋㅋㅋ
시작전에 시끄럽다고 화내고서 안내멘트때 쟤네 나오면 시끄럽겠지만 뜨거운박수로 맞아주시라고ㅋㅋㅋ
소리에 공기가 너무 많은 수도사랑
헬베티카한테 인공호흡하려다 미친놈소리 들은 많이 업된 젊도사랑
끊임없이 티격대격대던 버드와 더그 몬난이들ㅎㅎ
마치 숨소리마저 하나된듯한 횽들과의 칼박수와 웃음들과
마지막에 기립박수까지!

그냥 지난 일요일 하루가 너무너무 행복하고 좋았어.


긴 한탄글과 아무말 들어줘서 고마워!
요즘 횽들의 존재 자체가 많은 힘이된다.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