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우연히 시간이 허락하는 날이면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 오타쿠처럼 눌러앉아 하루종일 유튜브를 항해하는 거다.
며칠 전 불후의 명곡에서 부활의 '하얀 손수건' 을 들은 이후로 지금까지도 매일 이 무대는 유튜브에서 하루에 몇 십번씩 반복해서 보고있다.
그러다가 문득 정인의 '미워요' 가 생각나서 '나는 가수다' 에서 부른 무대를 찾아 봤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시발롬들 일 존나 안하네
아쉬운대로 아름다운 콘서트에서 부른 라이브를 찾아보고는, 생각난김에 국카스텐의 '어서 말을해' 도 찾아보고 완규형의 '하망연' 도 찾아봤다.
이적이 부른 '미워요'도 들어보고, 이적을 보다보니 김동률도 생각나서 몇 없는 김동률의 라이브도 찾아본다.
항해는 거침없이 성시경으로 넘어갔다가 이윽고 김태연에 다다랐다.
몇 시간동안 김태연의 무대를 자세히 들어본 결과, 역시 들리나요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선 우연히 옆에 추천된 보아의 영상을 본다.
2012년, 스케치북에 출연해 온리원을 비롯한 몇 곡을 불렀던 그의 무대를 본다.
시발 이건 뭐지 씨디를 틀어놓은 건가 존나 잘 부르네 시1벌
아 쉐도우가 이거였구나 광고에 나온게 쉐도우란 노래구만.
앵콜을 외치는 관객앞으로 보아가 뛰어 나오며 허스키한 고함을 친다.
흔들어볼까요!
온리원이 끝나고 유희열과 했던 인터뷰에서, 보아가 원하는 가수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온리원 무대를 봤을 땐, 저 서정적인 멜로디에 뭔 저런 격한 춤을 추나 실망도 했었는데 보아의 말을 듣고 스케치북의 무대를 보고 나니 그의 춤과 그의 노래 그만이 할 수 있는 무대란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보아같이 노래하며 보아같이 춤추는 보아만이 할 수 있는 온리 원이었던 것
그는 데뷔한지 15년차인가? 여하튼 이 기간동은 그만의 스타일을 만든 것이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보아의 무대
No.1 이 노래가 2000 년에 나온 거였나? 스케치북의 무대가 2012년이므로, 못해도 10년 묵은 히트곡. 그럼에도 관객들은 본인들의 추억속에 있던 그 노래를 다같이 따라 부른다.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른 바로 그 가수는 그때와 같은 안무 - 정확히 말하자면 훨씬 더 노련해진 - 와 노래로 시간을 되돌린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아마도 그 분은 저렇게 되기 싫었던게 아닐까?
이제 8년차에 접어들지만,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춤과 노래가 지겨워진건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그들의 미래는 보아아 가장 유사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는 '보아처럼 살기는 싫었나 보다'란 생각을 한다.
라이브를 하는 보아의 목소리는 놀랍다. [뭐여 저거 목이 완전 가버린건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바로 다음 순간 아주 청량한 두성을 쓴다.
아무리 아이돌로 포장을 해봐도, 그의 목소린 10년이상 라이브로 다져지고 다져진 아티스트의 그것임에 틀림없다.
순간 또 불현듯 그분이 생각난다. 조금이라도 톤이 달라졌을 땐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본인파트만 AR로 깔던 그 분..
모르긴 몰라도 단 한 번도 도전해 본 적이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원래 목소리가 안나오면 만들어서 내는게 가수인 것 같은데 뭐 아닐수도.
그러고보니 요즘 매일 김태연 목소리에 대해 걱정하는 놈들이 떠오른다. 뭐 갈라지니 어쩌니..
갈라지면 갈라지는게 정상이고, 갈라져도 노래가 나와야 비로소 가수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마이킹받는 관광 나이트 가수들도 다 할 줄 아는걸
그러고 보면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적어도 그분을 제외하면, 그들은 보아에게서 본 15년차 아티스트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진 않은 것 같으니까.
매일 지겹게 반복되는 무대와, 똑같은 노래, 언제까지고 해야하는 신곡 안무 연습과 보컬 레슨 뭐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이런거 하지 않겄냐
아무튼 이런걸 계속 하겠다는 말인거 아닌가
결국 가수로 남겠다는 결정인 것 같아서
뭔가 안심이 된다.
아마도 그분은 자신이 로봇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오늘도 내 어릴적 나의 전부이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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