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세상 비틀어보기] YG 양현석 대표, 왜 SM에 '피해망상' 가질까

얼마 전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한 술자리에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분노를 여과 없이 표현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연예계 관계자들이 당황할 정도로 격한 멘트들이 쏟아졌다. 

양현석 대표의 SM에 대한 라이벌 의식은 ‘피해망상’에 가깝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런데 이는 YG의 성장 동력이기도 했다. 한국 최고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을 뛰어넘겠다는 양현석 대표의 야망 때문에 빅뱅, 2NE1과 같은 특출한 아티스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YG의 주식 상장 후 절묘하게 싸이의 영입효과까지 더해지며 양현석 대표는 2012년 이수만 SM 회장을 제치고 연예인 주식부자 1위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거품은 금방 빠졌다. 지난해 4/4 분기 YG는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매출액이 262억 원(27%) 줄었다. 양현석 대표의 주식평가액도 487억 원(21.9%) 이나 감소해 연예인 주식부자 순위는 2위로 떨어졌다. 

위기의 순간, 양현석 대표는 SM을 판에 끌어들여 도박을 걸고 있다. 2014년 소녀시대 컴백이 예고되자 2NE1으로 전쟁을 시작한 것. YG의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빅뱅에 편중되어 있어 2NE1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계산이 더해졌다. 

결과는 어떨까. 표면적으로는 양현석 대표의 노림수가 들어맞은 것으로 보인다. 2NE1은 소녀시대와 음원차트 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에 섰다. 소녀시대 팬들이 불만을 쏟아낼 정도로 SM이 완패를 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YG가 ‘무리수’로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절차를 무시하는 양현석 대표의 독단 때문에 상장사인 YG가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완벽한 카리스마로 회사를 장악한 양현석 대표. 이 때문에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했고 이는 YG의 성장에 일조한 면이 있다. 그러나 만약 양현석 대표가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어떨까. YG 내에서 양현석 대표의 결정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박진영 때문에 성장했지만 박진영 때문에 무너진 JYP엔터테인먼트의 사례를 생각했을 때, 지나치게 양현석에게 권력이 집중된 YG의 미래는 불안해 보인다. 

양현석 대표는 ‘미디어 전략가’로 분류된다. 그가 몸담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미디어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수혜자였다. 미디어의 득과 실을 몸으로 체험한 바 있는 양현석 대표는 지금 스스로 기자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 직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기사 한 줄에 안달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업계의 동반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분노가 포함된 싸움은 업계의 질서를 흐트린다. YG도 이제는 SM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보다 큰 세계시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현석 대표가 지금 생각해야 할 단어는 바로 ‘상생(相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