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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기연담 3차] 츠치키 료야가 없는 환상향 -6-

은소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1.27 21:30:41
조회 1683 추천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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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었다.


 장지문 너머로 아침 햇빛이 스며들어왔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머리로 멍하니 천장을 보았다. 

 시선이 쭉 따라가 이윽고 벽에 이르렀다.


 너무 넓어─


 묘한 짜증이 솟구침과 동시에 갈증이 일었다.

 습관적으로 베개맡에 놔뒀던 물주전자로 손이 갔다.


 없었다.

 무심코 습관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료야 씨, 나 물 좀─"


 말하고나서야 아, 아직 안 왔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발소리가 들렸다.

 대답이 들렸다.



 "물 정도는 알아서 마시라고, 이 게으름뱅이 무녀야."

 


 왔구나.

 놀라지는 않았다.

 대신 조금 기쁜 기색을 숨기려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몰라. 료야 씨가 안 온 동안 미뤄진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정도는 스스로 해야지."

 "귀찮아─"


 기가막히다는 대답이 문 너머로 들려왔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당연하단 듯이 물을 가지고 오고 있겠지.


 그런 사람이니까.


 "나 참, 나 없을 때는 어떻게 사는건데."

 "료야 씨가 없을 때? 흐응."


 ─조금 귀찮아지겠지.

 평소에 하던 대답을 들려주려다, 조금 망설이고 말았다.

 그것만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료야 씨가 없으면─"


 문 바로 앞에서 발소리가 멎었다.

 

 

 "─글쎄, 어떻게 살까."



 문이 열렸다.

  

 

*



 눈을 떴다.



 햇빛은 비춰지지 않았다.

 새벽에 스며든 한기가 기분나빴다.

 아침보다는 밤에 가까운, 어스름한 어둠만이 남은 방이었다.

 

 "……."


 미칠 것 같은 갈증이 일었다.

 습관적으로 베개맡에 놔뒀던 물주전자로 손이 갔다.


 있었다.

 그걸 알고도 입은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료야 씨, 나 물 좀."


 기다렸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안 왔구나. 

 아직도, 안 왔구나.




*

 


 

 아침은 먹지 않았다.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뜨기 시작하는 태양을 봤다.

 시간이 간다.

 가고 있다.


 이 모습을 몇 번이나 봤는데, 슬슬 보여야할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지금쯤이면 눈앞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겠지.

 

 먼지 쌓인 툇마루.

 나뭇잎 쌓인 마당.

 

 일은 실컷 미뤄두고 있었다.

 자신이 하기에는 귀찮다.


 일이 저렇게나 쌓여있는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왜 안 오는 거야.

 어째서.

 왜.


 ─찌직.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입술에서 배어나온 비릿한 맛에 정신을 차렸다.


 "……왜……."


 안 오는 것 뿐이잖아.

 그냥, 조금 일이 바쁜 것 뿐이라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 거잖아.


 초조해야할 이유라곤 어디에도 없다. 

 올 거라고 믿는다면 느긋하게 차나 마시면 되고, 오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뭘 해야할까.

 츠치키 료야가 없는 이곳에서, 하쿠레이 레이무는.

 


 ─찌직.

 입술이 아닌 뭔가가 찢기는 소리가 났다.


 와. 오잖아. 료야 씨잖아. 죽어? 그럴리가.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그런 건. 항상 죽어도 살았는 걸. 무너진 신사에 온 몸이 뭉개져서 죽었어. 하지만 살았어. 지옥 태양에 흔적도 없이 불태워졌어. 하지만 살았어. 머리가 박살나서 죽었어. 하지만 살았어. 몸이 두 동강나도 죽었어. 살았어. 신체의 반이 날아가서 죽었어. 살았어. 먹혀서 죽었어. 살았어. 잿더미가 되서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살았어. 살았어. 살잖아. 응? 료야 씨. 그게 료야 씨잖아."


 "에이린이나 파츄리나 당신에 대해서 뭘 아는데. 내가 가장 오래 있었잖아. 죽었다니, 방법이 없다니. 그런 말 들을 필요 없잖아."


 "당신에 대해서 잘 알아. 무슨 차를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과자가 뭔지, 무슨 스펠카드를 자주 쓰는지, 당신의 세계가 얼마나 따뜻하고, 얼마나 시원한지, 어디에 가는지, 언제 오는지."


 "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알고 있어. 살아있다는 것도. 죽지 않는 것도."


 "죽을리가 없잖아. 료야 씨니까. 료야 씨니까."

 


 "츠치키 료야니까. 내 가족이니까."



 ─그래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그 사람을 도와준 적 있어? 

 ─그 가족을 한 번이라도 죽지 않게 해준 적 있어?



 찻잔이 부서졌다.

 파편에 손바닥이 피투성이가 됐다.



 "……시끄러. 안 죽었잖아. 안 죽었잖아. 죽은 적 없잖아."



 ─단언할 수 있어?



 "죽은 적 없어, 료야 씨는. 한 번도. 살아났으니까 죽은 게 아니야. 살아있는데 죽었다니 말이나 돼? 그게 왜 죽은건데. 다시 살아나니까 죽은 적 없어. 없어."



 ─네 눈앞에서 츠치키 료야가 죽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



 "안 죽었어, 파츄리. 네가 하는 말 따위 믿을리가 없잖아. 너도 보고 있었잖아. 보고만 있었잖아. 너 따위가, 마녀 주제에. 멋대로 료야 씨를 데려가놓고, 플랑도르가 항상 죽여버렸잖아."



 ─그 모든 게 네가 노력해서 막을 수 없었던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



 "아니, 살았어. 안 죽었어. 죽여버리지 않았어. 료야 씨는 죽지 않았으니까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어. 너도, 플랑도르도. 아무도. 우리 모두."



 ─잊지마, 레이무.



 "닥쳐."




 ─내가 공범이라면, 우리 모두가 공범이야.


 


 "──!"


 파편을 손에 쥔다. 

 있는 힘껏 팔에 찔렀다. 


 살 속에 파고드는 이물감과 내달리는 고통에 머리가 비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고통이 생각을 지웠다.


 "……아파……."

  

 피가 흐른다.

 피, 피. 항상 봐왔다. 

 잘린 목에서, 날아간 팔에서, 부서진 머리에서.

 내 피가 아닌 것을. 금방 멎어버리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의 것을.


 아아, 하지만.

 상처가 낫는다 해도.

 죽지 않는다고 해도, 살아난다고 해도.


 고통은 있었다.

 고통은 있었을 것이다.



 이 따위 것보다 미치도록 강렬한 것이.




*




 해가 하늘 정중앙으로 올랐다.

 

 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피가 멎은 곳에서 쓰라림만 치밀었다.


 "……."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생각하기 싫었다. 

 기다림도, 포기도, 그에 관한 어떠한 상념도.


 

 타박타박, 발소리가 들렸다.

 


 전에는 스이카와 마리사가 찾아왔다. 

 신문을 보여줬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거짓말이어야 하니까. 


 그럴리가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니 당연하게 말했다. 


 항상 그랬듯이, 낙원의 느긋한 무녀답게. 

 누가 또 그 신문을 들고 찾아온다면, 자신은 다시 한 번 그럴 수 있을까.



 "홍백?"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금발에 달린 붉은 리본, 붉은 눈.


 "……플랑도르."


 누군가를 떠올리고 살의가 치솟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검은 옷이다.


 루미아다.

 

 "홍백밖에 없는 건가─"


 두리번거리는 루미아가 누군가를 찾았다.

 하쿠레이 신사에서, 하쿠레이 레이무가 아닌 누군가를.


 깨달았을 때는 불제봉을 움켜쥐고 있었다.


 "홍백? 먹어도 되는 인간, 어딨는 거야?"


 먹어도 되는 인간이 아니야.

 죽여도 되는 인간이 아니야.



 너 따위가. 



 "에, 홍……?!"


 휘둥그레 커진 붉은 눈이 보였다.

 신경쓰지 않고 팔에 비침을 박아넣었다.


 "아, 아?!"


 비명을 지르는 루미아의 머리를 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사지에 부적을 던졌다.

 요력과 영력이 서로 반발하며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상관않고 등을 짓밟았다.


 "루미아."

 "아파……아파아아……!!"

 "루미아."

 "아파, 홍백!"

 "대답해."


 비침을 손바닥에 박아넣었다.

 새하얀 피부에서 검붉은 것이 퍼져나갔다.


 피, 피.

 루미아도 누군가한테 보았을.



 "끄, 히이이익!"

 "료야 씨, 죽인 적 있어?"

 "아파……아파아……!"

 "……아아, 뭐. 당연한 이야기네."


 식인요괴. 

 료야 씨가 가장 자주 조우하는 요괴 중 하나.


 그리고 누군가와 닮았다.


 왜 이제까지 살려뒀을까.

 진작 죽여놨다면, 어쩌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아파, 루미아?"

 "왜, 이러는, 거야……!!"

 "있지, 루미아. 아픈 게 당연한 거잖아. 그렇지? 이렇잖아? 넌 아직 살아있는데. 침 몇 개 박힌 것 뿐인데."


 오른팔을 밟았다.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히……!!"


 소리조차 안 나오는 비명이었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알고 있었어. 그야, 항상 이곳저곳에서 죽는 걸 그 사람은. 너한테도 그랬겠지. 알고 있었어. 알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었던 걸까. 그냥 한 번 혼내준다음 그러지 말라고 하면, 너도 안 했을텐데."


 "무녀니까 말이야. 요괴를 퇴치하는 건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죽어줘."


 

 뭐라 말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손을 움직였다.

 


 "죽이러 온 거……아니야!"

 "뭐?"


 난데없이 루미아가 외친 말에 레이무는 휘두르던 불제봉을 멈췄다.

 

 "죽이면 아프다고 했는 걸……! 그, 먹어도 되는 인간이……."

 "무슨 소리야. 료야 씨가?"

 "료야가……."


 루미아는 료야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료야 씨가……너한테 뭐라고 했어?"

 "먹을 걸……줬어. 그건 먹어도 되는 걸…료야가……근데 그게 다 떨어져서…온 거야……. 아파아……."


 그제서야 루미아의 왼손에 쥐어진 것을 보았다.

 바깥 세계의 과자 봉지다. 자신한테도 가끔 주곤 했던.


 힘이 빠졌다.


 "다른 사람을 먹으면 그 사람이 아프니까……나도 아픈 건 싫으니까……."

 "……."

 "그러니…올 때마다 이거……줬었는 걸. 그런 짓 하지말라고……."


 고통과 억울함에 얼룩진 붉은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정말로, 정말로 그 말을 듣고 사람을 덮치지 않았을까.


 아아─언제부턴가 루미아가 사람을 덮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안 죽일거야……이거, 못 받게 될거고……료야도…아프다고 했으니까."





*





 해가 진다.

 붉은 빛이 신사를 덮었다.


 루미아는 도망쳤다.

 자신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공범……공범.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고─.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말도 되는 걸까.

 끝도 없이 쪼개져서, 거의 무(無)에 가까워진 책임은 질 필요가 없는 걸까.


 때문에 파츄리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걸까.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자신 또한.

 

 루미아를 죽인다면, 하쿠레이 레이무에게도 자살할 책임이 주어진다.

 하지만 살린다면, 죗값을 치루지 않으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무것도 감당하지 않아도 될까.



 "……하."


 무슨 생각이야.


 한 순간이라도 그런 생각을 한 자신에게 구역질이 났다. 결국 그런 거다. 위선자. 책임회피. 파츄리에게 쏟아냈던 모든 폭언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 번도 구해준 적 없으면서, 한 번도 말리지 않았으면서. 이제와서 감당이 되지 않을까봐. 애써 살아있다는 것에 희망을 거는 건 그래야 아무도 잘못하지 않게 되니까.


 가족이라.

 정말로?


 누군가를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그딴 다섯 살 짜리 아이도 아는 걸 알지못한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자신이 츠치키 료야가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이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고도 생각하지 않으려했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삶에 매달리기도,

 죽음을 인정하기도─아무것도.




 그저, 눈을 감았다.




*





 "료야 씨, 그러고보니까 말인데."



 ─꿈이네.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사실이라 믿고 싶어해도 아니라는 걸 알 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었다.



 어두웠지만 밝았다. 

 환한 달이 툇마루를 비추고 있다. 

 언젠가 있었던, 언제나 있었던 날의 밤.


 바깥 세계로 그 사람이 돌아가는 일주일의 끝.

 달맞이 술을 마시며했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


 "용케 매번 오네, 여기."

 "……이젠 맞이하는 것도 귀찮아진 거냐고."

 "응. 귀찮아. 그럴거면 아예 여기 살지."


 투덜투덜거리는 그 사람이 보였다.

 귀찮다는 건 농담이었지만 뒷말은 진심이었다.


 "뭐, 언젠가는 여기 살 수밖에 없으려나. 에이린 씨의 연령사칭약도 한계가 있고. 가짜장례식이라도 치뤄서 오면……으, 그건 좀 돈이 들겠지. 타카미야 씨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까?"

 "장례식이라, 그거 꼭 해야해?"

 "어쩔 수 없지. 주변 사람이 걱정도 할테니까. 봉래인이란 건 바깥에서는 흔한 체질이 아니라니까?"

 "나야 안 가봐서 모르는 걸."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깥에서 장례식이 치뤄질 정도로 의심받을 때면 나는 완전히 늙어있을테니까.


 "바깥세계에도 아는 사람이 많나보네, 료야 씨는."

 "당연한 거 아니냐. 지낸 시간은 그쪽이 한참 많으니까."

 "대부분 좋은 사람?"

 

 그렇게 묻자 료야 씨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너희보다야 상식이 대부분 통하고 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되는 느낌?"

 "뭐야, 그게."


 아주 작게 웃었다.


 "어찌됐든 간에 그 사람들은 사람 하나 홀연히 사라져버리면 엄청 걱정하니까. 너희들하곤 다르다고. 가짜로라도 장례식은 해야겠지."

 "흐응."

 "타카미야 씨도, 음. 그 때쯤이면 돌아가셨으려나. 시오리하고 그때까지 알고 지내려나 모르겠네. 아니, 교사가 그때까지 여학생이랑 알고 있다고 소문이라도 퍼지면……"


 무슨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지 료야 씨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좋은 사람 많은 거 맞네."

 "아, 뭐. 그렇지?"

 "거기서도 죽어? 여기처럼?"


 잠시 생각해보던 료야 씨가 말했다.


 "아─시오리 때랑, 그 음양연합인가 하는 녀석들……두 번? 교통사고 때까지 합하면 세 번 정도……?"

 "에, 그게 끝?"

 "그게 끝이라니, 너 임마……."


 어이없다는 듯이 료야 씨가 말을 흐렸다.

 하긴, 누군가의 죽음을 가지고 그게 끝이라.


 뭘 했던 걸까. 나는.


 "뭐야, 바깥세계에서 대우가 훨씬 좋은 거 아냐?"

 "음……그러려나. 돈도 꽤 벌고 있고, 안 죽고……어라, 그렇네?"

 "뭐가 그렇네야."


 웃었다.

 얼빠진 모습이 재밌었다.


 "정말, 잘도 여기 오고 있잖아, 료야 씨."

 "……그래, 귀찮게 해서 미안했수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매번 죽고, 취급도 험하잖아. 기분 안 나쁜 거야?"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조금 찡그린 얼굴이었다.

 약간, 무서웠다.


 "나쁘지, 그야. 안 나쁜 사람이 어딨어? 죽는 건 누구나 싫어할텐데. 너희, 손대중을 너무 안 한다니까."

 "근데 료야 씨, 그런 걸로 화 낸 적 없잖아. 왜 참는 거야?"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그야……"


 료야 씨는 대수롭지 않게 금방 대답하려다 말을 멈췄다.

 그리고 대뜸 술을 마셨다.


 "그, 뭐시냐. 거."

 "……?"

 "……그냥. 그냥으로 해둬, 그런 거. 응. 그래. 그걸로 됐어."


 둘러대는 게 너무 잘 보여서 웃고말았다.


 "뭐야, 료야 씨가 부끄러워해봤자 안 귀여워."

 "알거든! 남자가 이래봤자 수요가 없다는 건!"

 "아니."


 무심코 대꾸하고 말았다.


 "있을지도 모르잖아? 한 번 찾아보는 게 어때?"

 "……어디를."

 "글쎄."

 "……어쩌라는거냐?"


 료야 씨는 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얼른 일어섰다.

 딱히 놀리는 건 아니었는데─굳이 더 말해줄 생각은 들지 않아서 가만히 그 모습을 보았다.


 "나, 나 간다, 레이무! 내일은 수업있으니까! 뭐, 다음에 사올 거 없지?"

 "응, 뭐어……."

 "일찍 자. 밤 늦게까지 술 마시지 말고!"


 애 취급하지마.

 그런 말을 하려다 멈췄다.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료야 씨."

 "응?"

 "다음에 봐."

 

 그래─대답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평범한 대화여서,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그 날의 일.

 



 꿈은 거기서 끝났다.




*





 "레이무."



 유카리는 툇마루에 앉은 레이무를 보았다. 

 평소의 무표정한, 어딘가 나른한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생기가 없다.


 "……레이무."


 그제서야 레이무가 돌아봤다.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 수 없는 눈이었다.


 그 화제를 꺼내야할까.

 오히려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좋을까.


 "유카리."


 레이무가 그녀를 불렀다.

 유카리가 순간 놀랐다. 먼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는데.



 "할게."

 "뭐?"

 

 그 말을 원했을까.

 원하지 않았을까.


 레이무마저 인정해버린다면 그야말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에.

 모든 게 자신의 착각이었기를 바랐기에.




 "장례식."





-----


7화 좀 걸린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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