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팬티 도난 사건의 범인은, 누구?
[꺄아아아앗~~~~!]
교내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비명소리의 주인은...
[바...방금 누구야!! 내 팬티 훔쳐간 사람~~!]
바로 학교의 아이돌 여나링.
근데 패..팬티?!
아무리 그래도 팬티라니, 대체 어떻게 훔쳐간거야?!
[볼일을 보는 도중, 누군가의 손이 칸막이 밑으로 들어와 팬티를 잡아채간거야...!]
여나링이 바로 정황을 설명한다.
[그 다음에는 오른편 복도로 달려서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어...]
하지만 그쪽으로 뛰어간 사람은 계단 아래로 이미 사라진지 오래일테니,
쫓아가도 잡는건 무리일거다.
[과연...그런 일이 있었던거군요.
근데 중붕쿤, 방금 전에 화장실 앞에 서있지 않았나요?]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카리스마 학생회장 실 성?!
나, 나를 의심하는거냐...!!
[비명소리 때문이라기보단,
누가 자꾸 신문고를 띵동~ 띵동~
하고 두 시간째 울려대길래 나와봤죠...]
뭐, 어쨋든...
안되겠다, 의심을 풀기 위해서는 내가 진실을 가려내야만 하겠어!
그런고로, 전교생들의 알리바이를 추적합니다!!
[끼리릭... 끼리릭.... 저 밤마조, 범인 찾기를 돕겠습니다!]
조력자 밤마조.
해킹이나 삭제 파일 복구 등
지금은 별 쓸모 없는 기능을 탑재한 끼리릭 친구다.
하지만 논리적으로도 잔머리적으로도 뛰어난
그녀의 도움이 있다면 범인 찾기는 순식간일 것이다.
[논리를 전개합니다...끼리릭, 끼리릭....]
어디어디, 첫 번째 용의자는...
[나, 날 의심하는거야?!]
학교에 상주하는 방순이, 그녀라면 범인일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
[너무하네 중붕쿤... 조금 마음 상했어. 뭐, 알리바이는 말해줄게.]
[나는 그때 악타입관장김마리랑 1층 식당 옆의 매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어.]
김마리와 함께... 그럼 김마리도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인건가?
[뭐, 악타입관장김마리는 먹는 내내계속 핸드폰을 만지고있었고...
그 다음에 몰래 둘이서
문 닫은 식당을 지나는 지름길로 돌아왔어.
그건 확실히 기억나.]
그런가... 그럼 최소 둘의 확실한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셈이네.
그럼 다음 용의자는...
[뭐, 뭐라고...?!]
조금 모자라보일 때가 있는 톨죽마시쩡.
덜떨어져서 이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같은걸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 나는 그 시간에 김치에 쌀밥을 먹으면서 철권을 하고 있었다고!]
애써 변명하는 톨죽.
[증거나 목격자는?]
[아, 확실히 이미 밥은 먹어버렸고 철권은 랜뽑해버려서
증거같은건 없지만서도...
봐!]
그가 내보인건 그의 동그랗고 두툼한 주먹이었다.
[네 말대로라면 내가 가져가려는 순간 누군지 밝혀졌을거라고!!]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역시 톨죽은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기로 할까.
[내가? 범인이라고? 하아... 내가 이 중갤고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데...]
평소에 기행을 일삼던 오사카만박.
4차원의 그녀라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아... 말해줘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말해주지. 내 알리바이.]
[이 몸은 자랑스럽게 건의함에 의견을 넣었다가
그대로 사흘 정학을 먹었단 말이지.]
[사흘 정학? 그럼 지금 왜 여깄어?]
[그딴 식으로 정학을 당하고 가만 있겠냐?!
당연히 행정실에 있는 신문고에
당장 정학을 풀라고 띵동 띵동을 반복했다고!]
바보같지만 저건 분명 사실이다...
아까 전에 실 성이 말한 벨소리의 정체가 저거였을게 분명하니까...
오사카만박도 용의선상에서 제외인가.
[볼일 끝났어? 그럼 이 몸은 간다.]
[엑, 간다니 어딜?]
[자퇴할거야.]
그래주면 좋겠지만..
이번에도 분명 24시간 안에 돌아올 것이다...
그럼 다음 용의자는...
[저요?! 으엑... 제가 그런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중갤고 최고 아웃풋, :Poin7less.
평소에 스케줄로 자주 학교를 빠지는 그녀라면
의심을 피하고 사건현장을 빠져나가는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나무위키에 :Poin7less/논란으로 박제된다고요... 하아.]
[하지만 알리바이는?]
[알리바이야 있죠.
전 그때 음악실에서
게임보이를 좀 만지고 있었거든요. 봐봐요.]
그녀가 보여준 게임보이에서 칩튠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한데...
[하아...게다가 음악실은 탈의실 쪽하고
완전 반대잖아요? 말이 안된다고요...]
확실히 그렇다...
그렇다면 어쩌면 사건 발생장소에 가까이 있던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후엣...?! 저, 저요...?]
왜소하고 조용하지만 일처리는 굉장히 빠른 Link.
그녀가 범죄를 저지를거라고 상상할 수는 없지만,
만약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리는 없을 것이다.
[제, 제가 학생회실에 있었던건 확실히 사실이지만요...
저는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들어가서 끝나고야 나왔다고요.]
[거기서 뭘 하고 있었지?]
Link가 수줍은 듯이 건넨 사진들은...
[그...내일 '링크 보고 가세요'에 쓸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중갤고 게시판에 매일 게시되는 링크 사진들이다....
매일 그 사진들을 봐온 중갤고 학생들은 확실히 그 사진이 Link의 것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Link도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고...
다음은..
[으엑...아무리 장난이라도 그건 좀...]
얘기를 듣자마자 완두콩이 질겁을 한다...
짖궂은 완두콩이라면
이런 짓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뭐, 난 그때 여기 오른편 계단에서 중붕쿤 너를 곯려주려고 트랩을 설치하고 있었거든.]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
[트랩...?]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계단에 설치된
작은 줄에 걸려넘어져,
밑으로 굴러떨어져버렸다.
아파라.....!
[푸흡...아하하하하핫...]
이쪽을 처다보며 짖궃게도 웃어댄다...
잠깐, 그런데 혹시 이쪽 계단에 있었다면!
[이쪽 계단으로 급하게 뛰어내려오던 사람! 혹시 얼굴 봤어?!]
내가 다급히 물어봤지만, 그녀는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이쪽...? 아니, 이쪽으로 누가 내려왔다면
너처럼 걸려넘어졌을걸.]
범인은 계단을 내려가지 않았다는건가?!
..일단 완두콩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고, 다음 용의자를 찾아 나섰다.
[흐흐... 생각해보니 그런 짓을 하면 관심을 한몸에 받을 수 있겠는걸...]
교내의 관심종자로 악명높은 꿀호박이다.
눈에 띌 만한 짓이라면 뭐든 하는 그녀라면 이런 짓을 벌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난 아니야... 나는 샤워실에 있었거든.....]
[엑, 샤워실에서 도대체 뭘...?]
그때 샤워실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꿀호박.]
누군가가 샤워실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는,
[소 난다....]
[아, 미안. 마저 해야돼서...]
꿀호박은 그 말을 끝으로 샤워실로 들어가버렸다...
...꿀호박도 용의선상에서 제거.
다음은...
[헤... 병신 TV 소재감으로 딱일거같은데.]
교내 학생회의 임원으로, 방송부를 맡고 있는 담당일진연가냄.
그녀의 병신 TV는 교내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인기 만점이다.
일부러 이런 사건을 일으켜 병신 TV에 담으려 하는걸지도...?
[뭐, 그랬으면 재밌겠지만. 난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난 급식 조리실에서
학교 홍보 영상 찍을 준비를 하고있었다고?]
그녀가 보여준 영상에는 배식을 몇시간 앞두고
한창 바쁜 조리실이 찍혀있었다...
[3층 조리실에서
철저한 위생관리 하에 만들어진 급식은,
오른편의 음식용 리프트를 통해
1층의 식당으로 전달됩니다...]
조작의 흔적은 없이, 확실히 오늘 찍은 영상이다...
일단 담당일진연가냄도 용의선상에서 제외인가.
다음은...
[뭐냐... 바쁜데...]
학교의 트러블메이커 소닉좌.
마침 도서실에 있었고, 지금으로선 유력한 용의자다.
[나는 돈콜 X 톨죽 야설을 쓰느라
바쁘단 말이다... 좀 나중에 얘기하면 안될까...]
[1시간 전에 뭘 하고 있었는지만 말해줘요.]
[하아... 당연히 학교 게시판에서
게임 개발을 후원해줄 호구새끼를 모집하고 있었지.]
그녀가 컨셉아트라고 보여준 사진은
뭔가 난잡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알았으면 저리 가.
소설은 내 블로그에 올려놓을건데
구글에 소닉좌 블로그 검색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아직도 의심스럽다...
[에...내가.....? 아니...난.....]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 루리웹우수회원.
최근 아이들이 무시하자
이름을 좀 바꾸거나 하는 식으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던 그였다...
나머지 용의자들이 다 아니라면,
남은 이 녀석이 범인이 틀림없어....!
[아니...난 그때...
저기, 내 얘기 듣고있는거야?
..아니, 잠깐 들어보라니ㄲ..]
내가 그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패대기친 그 순간,
[논리, 잔머리....끼리릭, 범인을 찾았습니다!]
연신 끼리릭 소리를 내고 있던 밤마조가 갑자기 반응했다!
[중붕쿤, 용의자들을 모두 1층의 식당으로 모아주시겠습니까.
가능하면 선생님도 함께.]
엣...? 찾은거야?!
아, 알았어... 일단 모아볼게...
방순이,톨죽마시쩡, 오사카만박, Poin7less, Link, 완두콩, 꿀호박, 담당일진연가냄, 소닉좌, 루리웹우수회원.
10명의 용의자들, 그리고 피해자 여나링이 한 곳에 다 모였다.
.
[끼리릭, 끼리릭... 용의자들을 심문하면서?
사건의 전말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범인은 바로...]
[담당일진연가냄, 당신입니다!]
[뭐, 뭐엇....?!]
뭐라고?!
나 뿐만 아니라, 모여있던 모두가 예상 외의 답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담당일진연가냄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항변했다.
[말했잖아? 난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계속 조리실에서 촬영 준비를 했다고.
완전 용의자들부터 헛다리짚은거 아냐?]
하지만 밤마조는 확신에 찬 듯 했다.
[끼리릭...
범인은 코너를 돌아 도망갔지만,
계단은 사건 발생 후 아무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탈의실에 숨어있던 사람도 없었고요.
하지만 홍보 영상을 만들던 당신이라면...
통제구역인 조리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담당일진연가냄은 씩씩대며 반박했다.
[하지만 탈의실은 다 뒤져봤고,
용의자들 소지품 검사에서도
여나링의 팬티는 없었어!
내가 범인이라면, 팬티는 어디로 간 건데?!]
[바로 그게 핵심입니다!]
밤마조는 식당 한편의 음식용 리프트를 가리켰다.
[범인은 자기 몸에도,
탈의실에도
팬티를 숨겨놓을 수 없었습니다.
들키기 뻔한 장소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직접 찍은 영상에서도 언급한
저 리프트를 이용하면,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밑으로 팬티를 내려보낼 수 있습니다.]
[읏...!]
담당일진연가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식당에 내려온 팬티를 회수할 수 있었던 사람은....]
[문을 열지 않아 아무도 없는 식당을 지나온,
악타입관장김마리!
담당일진연가냄,
당신의 휴대전화에
누군가와의 문자메시지가 삭제된 기록이 있더군요.
제가 복구해봐도 되겠습니까?]
[꺄아아아아아아앗!!!!]
담당일진연가냄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졌다...
[....그래.. 여나링의 팬티를 훔친 건 나야..
학생회 자금을
병신 TV 운영에 빼돌리다가..
악타입관장김마리한테 약점을 잡혔어....
그래서...그래서 김마리가 세운 계획을 따라,
여나링의 팬티를 훔치고,
신호에 맞춰서 1층에 전달한거야.
...이제 속이 시원해?]
지켜보고 있던 처칠 선생님이 악타입관장김마리를 데리러 나가신다.
담당일진연가냄이 체념한 듯이 사건의 전모를 술술 불었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은걸까.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줬다.
[..담당일진연가냄....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거야.
다 털어내고 다시 시작해보자.]
[중붕쿤....!]
[아니, 내 팬티는 그럼 언제 돌려ㅈ...]
그 때, 처칠 선생님이 급히 식당으로 뛰어들어왔다.
[얘들아... 악타입관장김마리가
갑자기 사라졌어!]
에엑?!
식당에 모인 전원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깐, 저길 봐!]
식당의 창문에 무언가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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