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감상평]초식남의 판타지를 처참히 짓밟는 드라마

Arsenal(59.31) 2018.03.23 07:03:32
조회 4536 추천 54 댓글 12

일본드라마 '니게하지'를 너무나 재밌게 봤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드라마가 있다고 한다. '이번생은 처음이라'

(결국 기본 소재나 설정 몇개만 똑같고 나머지는 너무 다르지만)


이름부터 강렬하게 끌리는 이 드라마를 요즘 남는 시간에 보기로 했다. 



이민기가 연기하는 초식남 캐릭터.. 현실에서 본인 성격과 너무 비슷해서 좋았다.

본인이 일본 드라마를 찾아 보는 까닭은 이러한 성격의 캐릭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여자캐릭터 3인방... 솔직히 여주 빼고 보고싶지 않았다.

상처가 많은 수지는 그렇다 쳐도 호랑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호랑과 사귀는 그 친구 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건 폭력이다.

작가는 저런 여성캐릭터도 정상이라고 어필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데이트 폭력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정신적 폭력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건지...

대체 저런 캐릭터를 왜 설정한 것인가?


차라리 마대표와 수지의 연애가 정상적인 커플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여튼 드라마 초반에는 주변인물들은 조금 불편하지만

여주 남주의 스토리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좋았다.(사실 여기까지가 '니게하지'와 비슷함)


남주의 성격은 현실에서의 본인과 너무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주는 본인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캐릭터였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사람에게 항상 조심스럽다. 

그래서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서 상처 받고 싶지는 않지만

서로 상처 주지 않고 만나 줄 사람은 필요하다.''



이런 사람에게 누가 다가갈 수 있을까...

드라마니까 여주 같은 인물과 만날 수 있는 것이고

이렇게 본인과 같은 성격의 사람이라야 백번 공감할만한 판타지 일 것이다.


일본 드라마 처럼, 초식남 판타지의 드라마인 줄 알았다.


 

중반부가 지나서 '19호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나만을 위한 나만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를들면

자취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만의 자취방'

누군가와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차 안' 같은 것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너무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남주와 고대표의 과거 이야기가 나왔다.

남주가 고백하려는 순간

여주는 이혼을 이야기한다.

남주는 하려던 말을 하지 못했다.

남주가 과거 이야기를 숨겼다고 생각해서 여주가 이혼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주의 성격이 변했다.

남주가 고백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듣고도 기쁘지 않다.

과거를 숨겼다는 배신감에 그런 것 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남주의 의도를 의심한다.

'정말 진심으로 고백하려 했던게 맞기나 한지'

여주에게는 사실 '그동안 남주가 보여준 성격이 너무 답답했나?' 싶었다.

그래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화날만도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혼하자고 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이지?

결혼이라는 제도를 타파하고 진정한 사랑을 완성시키고 싶다  이건가?


그러면서 친구와 찜질방에서 너무나도 행복해한다.

여주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완성'이 되어가고 있어서 기쁜 것인가?

'특이한 입체적 캐릭터'구나... 싶었다.


이제 겨우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다시 열어본 남주는

다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충격에 집을 팔고

'어디든 가겠지요' 라며 회사를 나가고 있지 않은데....

내가 저랬었는데... 하며 슬펐다.

''역시 마음은 함부로 주는게 아닌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슬퍼하던 그에게 꿈처럼 여주가 나타났다.

아무렇지 않게.

웃는 모습으로.........................................

'오늘 부터 1일'이라는 케이크와 함께...........


꿈이었으니까 반갑고 기쁘다.

하지만 남주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웃는 모습으로 찾아온 것이다.



여주가 돌아오기 전까지 남주는 아마 이런 상태 였을 것이다.


'겨우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 왔는데 그 사람에게 또 상처를 줘버렸다.'

'감정이 없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이렇게 다시 폐인이 되었는데'

'마음을 준 사람마다 날 떠나간다.. 복귀 한다면 다시는 누군가에게 마음주지 않을 것이다.'

(남주의 성격과 너무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본인이 저런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심한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으나 드라마가 그럴리 없겠다고 생각은 했다....


그 상태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로 찾아온 여주의 모습이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사악한 '악마'와 같았다.


저렇게 마음을 다잡아가며 힘들어 했을 남주의 마음을 다시 무너뜨리면서

그 곳에 여주는 자신을 각인시켜버렸다.


저건 대놓고 '분리 불안 장애'를 유발하는 공격이다.

나같은 사람은 안그래도 누군가에게 마음주고 받기 힘든데

저렇게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의 경험을 시키면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를 완벽히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남주는 앞으로 여주에 대해 분리 불안증세에 의한 의존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엄마가 사라지면 우는 아이처럼...


돌아온 여주에게 '나쁘다'라는 소극적인 반항 밖에 못하며 우는 남주를 보면서

너무나도 슬퍼서 울었다.

그러면서 여주가 너무나도 미워서 나도모르게 욕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다음 날 깨어나 현실임을 자각한 남주가 여주에게 조심스럽게 화를 냈다.

그러자 여주는 '그럼 다시 돌아갈까요?' 라고 한다..........

진심으로 혐오스러웠다. 남주에게 또 분리 불안을  유발하여

완벽히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본인이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아마 나도 남주처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주가 아무리 미워도 나는 이미 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게 바로 진정한 '팜므 파탈'이 아닐까?



초식남의 상처 극복 판타지를 기대하며 봤던 나는

뒤통수를 너무나도 강하게 맞았다.

이 결말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상처였다.

현실은 커녕 드라마에서조차 기대는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한국 드라마를 함부로 보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초식남 판타지?

이딴 것을 꿈꾸는 너희들은 여주 같은 '팜므 파탈'에게 길들여지고 '펫'따위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초식남 판타지'를 비판하며

이들은 결국 '육식녀'에게 치유받는 것이 아니라 잡아먹힐 것이라는 저주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식남은 가부장제에서 요구되는 남성성과, 여성의 판타지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해도

적어도 작중 비판하는 '개저씨'들이 될 가능성이 전무한 사람들인데

이렇게 까지 저주할 필요가 있는가....






드라마 홈페이지에 기획 의도는 이렇게 쓰여있다.

하우스푸어 홈리스 N포세대

적나라한 청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참고로 초식남 현상은 N포세대의 결과이다.)



작중 여주는 고대표에게 이혼이 사랑의 끝이라고 생각하냐며 비꼰다.

이후 이 부분에 대한 말이 더이상 없다.

작중 계속 언급되는 책'19호실로 가다' 또한

찾아보니 결혼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책이다.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결혼제도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적나라한 청춘을 이야기 한다면서

그러한 현실을 만든 요인을 비판하는게 아니라

결혼제도 비판에 힘이 실려 있다.


이것이 드라마의 목적이라면 여주인공이 이해될 수도 있겠다.

여주인공이 결혼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어

사랑과 결혼의 양립을 거부하며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


그런데 그러한 사고방식을 남주에게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었는가?

남주가 결혼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맞아도

'이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여주에게 동의한 적은 없다.

남주에게 '이혼'은 어쨌든 이별을 의미했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여주가 솔직히 소름끼친다.



중간에 작가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여주의 성격이 바뀌었으며

동시에 드라마에서 역설하는 내용이 바뀌었다.


작가는 드라마에 청춘실태고발과 결혼제도 비판 두 가지를 모두 담아내려다

캐릭터를 망치고 내용을 망쳤으며 어느 의도도 효과적으로 역설하지 못한 것 같다.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할 것이면 한 가지만 하던가...



이 드라마는 나에게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에 칼을 꽂는 드라마 였다.











 




 










추천 비추천

54

고정닉 3

2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이번 생은 처음이라 종방연 서포트 후기@@@ [59] 이생첨종방스탭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29 8102 146
공지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갤러리 가이드 [12] ㅇㅇ(211.227) 17.11.01 5830 58
19896 세희 지호 수지 같은시기에 새작품하네ㅋㅋㅋ [3] ㅇㅇ(223.39) 18.10.10 5535 19
19793 여전히 케미갑인 우리커플.gif [9] ㅇㅇ(223.39) 18.07.06 9197 90
19773 오랜만에 우리커플 뭉쳤네ㅋㅋㅋ [5] ㅇㅇ(223.63) 18.07.03 7443 52
19687 ★코멘터리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3] 블딥카페관리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24 3195 15
[감상평]초식남의 판타지를 처참히 짓밟는 드라마 [12] Arsenal(59.31) 18.03.23 4536 54
19668 우리커플 뉴사 뜸 [5] ㅇㅇ(14.42) 18.03.02 6145 40
19623 @@@ 코멘터리 서포트 정산 @@@ [8] 이생첨블딥디쟌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2.01 1677 15
19618 코멘중인듯..!! [4] ㅇㅇ(14.42) 18.01.29 3673 31
19600 ★코멘터리 서폿 스티커 확인바랍니다★ [9] 블딥카페관리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23 1733 14
19580 귀로듣는 이생첨 명대사 1~16화 총정리 [5] ㅇㅇ(1.233) 18.01.18 4338 37
19578 후유증 장난 아니네요.. [4] ㅇㅇ(121.139) 18.01.17 2868 22
19567 랑이 어제 보미님 공연에 갔었네 ㅋㅋㅋ [3] ㅇㅇ(124.254) 18.01.14 4779 28
19543 ★찻집공지가 업로드되었습니다.★ [7] 블딥카페관리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09 985 11
19531 ⛤찻집공지가 업로드되었습니다⛤ [11] 블딥카페관리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08 1003 10
19523 리로드 이생첨3화 명대사 음원 (2개) [5] ㅇㅇ(1.233) 18.01.07 787 10
19516 리로드 이생첨1화 명대사 음원 [7] ㅇㅇ(1.233) 18.01.06 1477 14
19491 지호인텁 [3] ㅇㅇ(203.226) 18.01.02 3273 20
19487 솔까..문제는 "지호본체"란 캐릭터붕괴--덕질집사들 멘붕 [12] OO(115.139) 18.01.02 5519 32
19479 솔직히 지호본체 세희본체랑 더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4] ㅇㅇ(112.187) 18.01.01 5118 26
19449 지호맘 편지 다시 한번더 읽어보자 [6] ㅇㅇ(1.233) 17.12.29 3103 31
19422 폰배눔나 [6] 블딥카페관리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27 2131 15
19371 19호실 이야기 잠깐 (스압주의) [18] ㅇㅇ(61.255) 17.12.22 4017 43
19370 남수석과 보미님 ㅋ [1] ㅇㅇ(118.217) 17.12.21 3713 31
19364 종방당첨-스티커, 대형배너 인증 [4] ㅇㅇ(223.39) 17.12.21 1388 19
19349 복습하면서 본 여러 번의 '우리' (미친듯한 스압 주의) [9] ㅇㅇ(61.255) 17.12.20 4284 48
19334 ★☆우수회원 공지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8] 이생첨블딥디쟌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19 852 10
19332 부부는 닮는다더니.jpg [4] ㅇㅇ(61.255) 17.12.19 5775 25
19331 좌세희 우지호 [6] ㅇㅇ(118.217) 17.12.19 4474 19
19329 (15금 명장면) ㅅㅅ씬보다 아름다운 키스씬 [10] ㅇㅇ(1.233) 17.12.19 7821 25
19323 복습하면서 느낀 초반 세희 [7] ㅇㅇ(61.255) 17.12.18 4855 44
19321 ☆☆☆이번생은 처음이라 DVD 선입금 오픈!!☆☆☆ [20] 블딥홍보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18 2059 30
19304 내맘대로 시상식 [5] ㅇㅇ(182.161) 17.12.17 1712 23
19299 ★코멘터리관련 영상수집★ [6] 블딥카페관리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17 1107 11
19297 세희는 복남이 맘에 안들긴 했어 [10] ㅇㅇ(118.217) 17.12.17 6039 11
19293 두번째 보니까 다르게 보인다 [10] ㅇㅇ(59.5) 17.12.17 3721 25
19261 ★☆★☆찻집 선입금 공지 확인해주세요!★☆★☆ [15] 이생첨블딥디쟌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15 1061 16
19259 (명장면) 그냥 단순 개그코드 장면인 줄 알았는데... [8] ㅇㅇ(1.233) 17.12.15 4903 30
19255 ★☆★☆코멘터리관련 의견 수집합니다★☆★☆ [13] 이생첨블딥디쟌집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2.15 743 20
19253 이생첨 드라마는 3無라서 좋다! [8] ㅇㅇ(1.233) 17.12.14 4121 29
19242 (명장면) 갤주와 지호의 명품콜라보 [8] ㅇㅇ(1.233) 17.12.14 3805 24
19239 좋았던 짤털.gif [5] ㅇㅇ(110.70) 17.12.14 3860 24
19238 카메라 앵글이 한씬에서 장난 아님 [8] ㅇㅇ(118.217) 17.12.14 5321 44
19237 아 정말 여러번 정주행해도 안질려 [4] ㅇㅇ(118.217) 17.12.14 1878 16
19216 이 사진 참 좋네 [7] 00(219.251) 17.12.13 4653 35
19215 흠 마음 추스리고 마지막화 감상 후 이생첨 내 생각 쓴다. [18] ㅋㅋ(116.36) 17.12.12 3615 29
19206 지호가 촬영하면서 웃음참기힘들었던 순간 [5] ㅇㅇ(111.171) 17.12.12 4662 15
19203 애정결핍 남? [5] ㅇㅇ(182.161) 17.12.12 2818 15
19198 윤지호, "'이번 생은' 시즌2 소망..지금 팀 그대로요" [5] ㅇㅇ(112.162) 17.12.12 3979 5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