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소설입니다. 실존 지명/사건 등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본 글은 팬픽입니다. 실존 인물의 '이미지'만을 따왔음을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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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트와이스를 지켜주세요>

1화 - 필연.

"나연 언니! 일어나! 늦겠다!"

"으으으으음...5분만...지효야..."

"5분은 무슨? 빨리 일어나!"

지효는 오늘도 밍기적거리는 나연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는 미나가 졸린 듯

눈을 부비적거리면서 일어나다가 지효와 눈이 마주쳤다.

"어 미나야 일어났어?"

지효가 그 말을 하자마자 미나는 풀썩 쓰러져 다시 잠들었다.

"야...정남아...빨리 일어나...우리 늦었어..."

"으음? 몇시야?"

옆에서 사나가 일어나 지효에게 말했다.

"우리 늦었어 사나야...너라도 먼저 씻을래? 난 다 씻었어..."

"으응..."

사나가 침대에서 흐느적거리며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사나의 뒷모습을 본 지효는

다시 뒤로 돌아 나연에게로 향했다.

"야! 임나연!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라는 말을 하면 벌떡 일어날 것 같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연은 잠들어 있었다.

지효는 현실로 돌아왔다. 딴생각을 좀 전처럼 수없이 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멍한 얼굴로 휴대폰 스크롤을 내렸다. 트와이스 팬카페에 있는 글들을 시간 순서대로

보고 있었다. 트와이스의 사고 소식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속보로

보도되었다. 트와이스의 사고뿐 아니라, 그 도로에 있었던 10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그 중에는

트와이스의 매니저 두 명과 뒤를 따르던 트와이스의 스탭진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음주운전, 또는 졸음운전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사고였는데, 중앙선을 넘은 트럭 한 대가

지효가 타고 있던 밴을 들이받았고, 밴은 그 충격으로 가드레일을 뚫고 떨어졌다. 하지만 트럭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돌진했고, 뒤에 있던 트와이스의 밴 두 대를 더 들이받고 연쇄충돌이 일

어나며 사고는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어쩌면 살아남은 게 기적일 정도로.

하지만 지효에게는 이미 세상이 끝나 버려서, 기적이 일어나서 자신이 살았다는 게 오히려 하나의

형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생사를 넘나들며, 의식이 없는 트와이스 멤버들을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워서, 지효는 병원 로비에

무작정 나가 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평소에 느껴지던 시선이 아니었다. 연예인으로써의

선망의 시선은 어느새 사고 피해자에 대한 동정의 시선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 눈빛의 변화는 무섭

도록 잔인하게 느껴졌다. 

세상이 다 자신의 불행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효가 짊어져야 할 두 번째 고난이었다. 

"지효야."

누군가 지효를 불렀다. 지효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눈에는 눈물 자국이 얼룩져

있었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PD님..."

지효는 박진영 PD를 보자마자, 다시 그쳤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박진영은 그런 지효를 지켜보며,

눈가를 소매로 슥 닦았다.

얼마 후, 지효와 진영은 함께 병실로 올라갔다. 지효는 병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어렵겠지만 들어가자."

진영의 말에 지효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중환자실. 첫 번째 방에는 나연, 정연, 다현, 채영이 누워 있

었다. 옆 방은 외국인 멤버들의 방이었는데, 벌써 각국의 부모님들이 사고를 당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

었다. 첫 번째 방에 있는 한국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효는 그 자리에서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멤버들의 부모님들이 자신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넸을 때 그녀는 형식적으로 받아 넘겼다. 지금 이 공

간에 있는 그 누구도 슬픈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 순간들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고, 시간은

점점 느리게 흘러갔다.

그 속에서 지효는 조용히 기도를 했다. 어떤 특정한 신에게 하는 기도가 아니라, 그냥 하늘에 대고 올리는

지효의 마음이었다.

'멤버들이 깨어나게 해주세요. 트와이스 멤버들이 깨어나게 해주세요. 우리 멤버들이 깨어나게 해주세요...'

어느새 늦은 시간이 되고, 병실에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킬 진영과, 그 옆에 있는 지효만이 남았다.

"지효야. 이제 숙소로 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

진영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제서야 지효는 정신이 들었다.

"아니다. 많이 힘들 텐데...오늘은 집으로 데려다 줄게."

지효는 힘없이 끄덕였다. 오늘같은 날 숙소에 가서 자는 것은 최악의 선택일 테니까.

지효는 마지막으로 멤버들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녀들은 편안한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지효는 진영을 따라 문턱을 넘었다.

"야! 이윤기! 가라고!"

"?"

진영과 지효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지효가 맞다면,

이건 틀림없이 나연의 목소리였다.

"나연 언니?"

지효는 깜짝 놀라 다시 문턱을 넘어 나연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나연은 여전히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워 있었다.

"뭐야 이게! 살려주세요!"

나연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다. 하지만 나연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곧이어, 방 안이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박진영조차 놀라 병실에 들어왔지만, 소리만 들릴 뿐

멤버들은 미동도 없었다.

"뭐야?" 진영이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장난치는 것 같은데, 이런 장난은..."

쾅.

갑자기 지축이 뒤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빛이 병실을 가득 채웠다.

"아야..."

하얀 빛이 거치고 지효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나연, 정연, 다현, 채영이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나연, 정연, 다현, 채영이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뭐야 이게."

지효는 멍하니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박진영은 갑자기 병실을 뛰쳐나가 옆 방으로 향했다.

설마하는 마음에 지효는 진영을 따라갔다. 그곳에도 마찬가지로, 모모, 사나, 미나, 쯔위가 서 있었고 뒤쪽에는 

멤버들이 누워 있었다.

그 사이, 나연이 지효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뭐야...누구야...임나연이야?"

지효는 놀라 말을 더듬으면서 나연을 바라보았는데, 나연의 표정 역시 매우 당황해 보였다.

"여기가 어디에요? 누구세요?"

진영이 갑자기 지효의 어깨를 잡았다.

"PD님?"

"지효야. 이건 아무래도 하늘이 내려준 기회다."

"네...?"

"트와이스,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네???"

의미를 알 수 없는 진영의 말에 지효는 잠시 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