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군단의 베테랑 채플린 쿠르타 세드는 대성전의 최전선에서 싸워왔다. 그는 신앙심을 영웅적 행위로 보이고자 하는 끝없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었다. 로가는 채플린에게 황제께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었고 쿠르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기에 그를 높은 지위까지 끌어올린 모든 행동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오크의 위협에 맞서 울트라마린과 함께 분투할 때, 쿠르타는 흠잡을 데 없는 임무 수행으로 울트라마린 19중대의 캡틴 스텔록 아이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세드가 대성전의 진척에 강박에 가까운 확신을 지닌 전사란 점만 제외한다면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았다.

모나키아에서의 사건 이후, 경애하는 프라이마크의 굴욕은 쿠르타 세드를 한계까지 몰아갔다. 황제의 로가에 대한 경질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채플린의 절망과 분노는 사원을 시체가 나뒹구는 도살장으로 만들었다. 정신을 차린 쿠르타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전지전능하신 황제께서 이 모든 것을 지켜봤을테고 쿠르타는 신의 앞에서 참담한 행동으로 수치를 범해버렸으니 말이다. 심판이 머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심판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건'은 쿠르타 세드의 동료 장교들이 덮어버렸고 전쟁에 의해 완전히 잊혀졌다. 황제가 신성하고 전지전능하다는 신앙은 그 뿌리까지 완벽히 산산조각났다. 몇 주가 지나자 채플린은 오히려 거짓 황제의 파멸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로가가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믿음은 쿠르타 세드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코르 파에론에게 칼스의 지상 강습을 이끌도록 선택받았다. 캡틴 아이손 근처에 배치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쿠르타 세드는 애석한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그 아픔은 영혼에서부터 타오르는 증오의 불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