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럽고 치욕을 모르는 다빈치는 오늘도 지저분한 반지하 단칸방의

컴퓨터 앞에 앉으려고 하고 있었다. 모니터 앞에는 식당에서 훔쳐온 듯 한 검은색

플라스틱 재떨이가 놓여 있었고, 그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키보드는 그가 일명 독수리 타법으로 급히 글을 적었을 때 자판위에 담배를 놓았던 흔적으로
 
군데군데 플라스틱이 노랗게 녹아 있었다.

곧 그가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디리릭거리는 하드소리가 한참 들렸다.

부팅이 늦어지자, 그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했다.

윈도우가 시작된 후 설정을 잘 못한 듯 무료 악성코드 제거 프로그램이 20개쯤 떴다.

그가 말했다. "아이 씻파.. 내 컴퓨터는 150만원주고 산지 7년 밖에 안됐는데

왜 이렇게 바이러스가 잘 걸리는거야?" 그는 20여개의 악성코드 제거 프로그램을

차례대로 하나씩 활성화시켜 유료치료를 누르고, 핸드폰 소액결재를 했다.
 
"이 컴퓨터는 한달 유지비가 30만원씩 드는데 왜 이 모양인거야?"

얼굴을 찌뿌리며 그가 말했다. 악성코드 제거를 20여회 반복 한 뒤, 인터넷 접속을 시도 했으나,

인터넷이 될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1년 전 3개월 요금미납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연체금이 있었지만,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한국 신용등급평가원에서 여러차례

보낸 신용등급 하향 경고장을 주인집 아줌마가 귀찮아서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플라스틱 3단 서랍장을 열었다.

곧이어 1미터 가량 되는 폰투컴 케이블을 찾아내어 컴퓨터에 연결 시키고

자신의 imt-2000 기능이 지원되는 준1 폰을 꺼내들었다.

핸드폰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네트워크 설정을 하자, 아주 느린속도로 sexwal.com.

싸이트가 떴다. "휴 시파.. 이제야 좀 살겠군."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담배는 불이 붙지 않았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불티나 발화휠을 돌려도
 
가스 없는 라이타는 불이 켜지지 않았으며, 가끔씩 타오르는 불에 담배를 대고 빨아도

역시 담배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담배를 거꾸로 물었기 때문이다. 필터가 까맣게 타버렸다. 

"에이 씨파 돗댄데!! 돈도 없는데 에이!!" 그가 죽을 상이 되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좋은 기분으로 돌아왔다. 못피울 뻔 한 담배를 피울 대안이 생각난 것이다.

"논필터 담배도 있는데 논필터로 피우면 되겠지?" 그는 히죽거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에게는 큰 재앙이 닥쳐 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네이트프리에 가입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다빈치 스플릿의 이번달 정보이용료는 정확히 1억 3천 8백 6십 5원이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