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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멘탈 붕괴 좀 하고 오겠습니다 ─ 01화

뉴파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3.12 1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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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멘탈 붕괴 좀 하고 오겠습니다



 ─ 01화


고서적을 뒤져보다가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해 냈다. 2015년에는 각종 스마트폰과 지하철, 그리고 버스와 포털 사이트라는

이상한 것들이 잔뜩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내가 과연 언제 보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이것들과 마주한 시점에는

결코 내가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만일에 2015년의 그 날 내가 그런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면 나는

도무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했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하더군."


약간 파란 빛이 들어 찬 머리카락을 한 조수가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자기도 어지간히도 어이 없었던 모양이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나도 분명히 어이가 없는 것 이상으로 깜짝 놀랐기 때문에 반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직업을 구하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가? 대체 어째서 그런 짓을 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그런 이상하고도 기이한 발상이 2015년도에는 실제로 벌어졌다는 사실에

한탄해야만 했다.

먼지가 그득이 엉켜 있는 고서를 털고 그 중에 하나를 집어서 읽어보도록 했다.


자신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에 조심스레 그런 것들을 엮어놓았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짝 긴장감을 동반하면서 찬찬히 그것을

살펴 보았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 자살을 하기 위해 노끈을 산 한 학생의 이야기였다.


여기 그대로 그 이야기를 실어보도록 하자.


2015년 3월 12일. 새벽5시 30분.

모두가 자는 시각. 아무도 없다. 그래서 여긴 나밖에 없다. 이 방 안에 나 혼자 뿐이 없다는 사실에 아주 경쾌한 기분이 든다. 이것들이

결코 우리가 아는 것의 가장 커다란 고통이 아닐지라도 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내게 주어진 확실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럽지만, 아니, 곧 죽게 될 몸뚱아리로 조심스럽다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정말 내게 있어서 자살을 종용했었던 사람들

에게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고하고 싶다. 당신들은 미쳤어. 당신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어째서 차별을 하지? 당신들의 차별에

나는 지쳤어. 당신들이 죽기 이전에 내가 죽어줘서 이 세상에는 당신들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 시킬 거야. 물론 당신들이 없어

진다고 하더라도 나는 전혀 상관 없어. 결국 낸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당신들도 사라지겠지. 내가 사라져 있는 동안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흐를 것이고, 빠르게 흐른 시간 동안 당신들이 죽어 없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신나는 거야. 지금의 이

과정이 너무나도 신이 나서 미칠 지경이라고. 하...... 과음을 했다. 술을 잔뜩 마셔서 죽기 직전의 고통을 잠깐 동안이나마 경감시키기

위해서다. 이 고통은 찰나의 순간이므로 결국 소중한 사람이 하나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노릇이겠지. 조심... 또 조심

하자.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잖아? 그렇지. 이제 죽으러 간다. 세상이여 안녕. 이 세상이 싫다. 공부도 하기 싫다. 세상이 자신을

위해 틀을 만들어 놓았고, 그 틀에 처박히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다. 존재 가치가 없다. 이제 끝이다.

여기서 끝이다.



자, 학생의 이야기가 거기에서 끝이 났다.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 이야기가 거기에 펼쳐져 있었다. 자살이란 이제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사람이 행복한 이 시점에서는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음... 조수야 이 고서에 나온 바로는 학생이 자살을 했대. 정말 놀랍지 않니?"


나는 조수에게 이 사실을 꼭 알리고 싶어했다. 정말 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도무지 믿겨지지 않을 이 이야기를 해서 아무리

단단한 성격의 조수랄지라도 놀랄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자살을 했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하아. 어떻게 됐다니. 자살을 했다니깐?"


"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어떻게 되긴 죽었어!!"


"하아."


나는 말을 걸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사실에 한탄했다. 이런 사실에 입각해서 도무지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도무지 말이다.

이제는 움직일 시간이다.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 시간은 우리들을 매달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었다. 그러니까 서서히 시간은

움직이지만, 그 시간을 되돌릴 수는 있다.


"불쌍하잖아. 도우러 가자."


"고작 자살한 학생 한 명 구하자고 시간 역행을 사용하자는 말씀인가요?"


"이게!!! 불쌍하지도 않니? 니가 자살했다고 생각해 봐. 넌 죽어버릴 것이고,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야. 얼마나 허무해?"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구나. 이 녀석은. 도무지 어떻게 납득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움직이는 것은 나고, 거기에 따라야

하는 건 조수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가 만든다. 이제 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간다.

가야만 한다.


"죽으면 그만인 거죠. 안 그런가요?"


"아아. 너 때문에 멘탈이 나가려고 하고 있어!!!"


"저 때문에 멘탈이 나가다니 미안해요."


나는 조수의 손을 이끌고 시간 역행의 장치 앞에 섰다. 여느 SF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생긴 그 장치에 들어가서 시간을 역행 시키는

역할을 맡게 되는 나는 일단 조수를 먼저 보내기로 했다.


"니가 먼저 가."


"흠. 알겠습니다."


조수는 시간 역행 장치에 들어가서 얌전히 있었다.


"아, 네가 좋아하는 마카롱 여기 있어."


그리고 얌전하게 계속 있으라고 과자를 하나 던져 주었다. 조수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임에 들림 없었다.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마카롱이다. 지금의 한국은 그 이전의 한국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마카롱이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마카롱이 언제나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큼은 나는 잘 알고 있다. 마카롱은 어디에나 있다. 과거에도 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과거의 음식을 먹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마카롱은 정말 맛있단 말이에요. 만약 마카롱이 아니었으면

쓰레기통에 당장 처박았을 거예요."


"잔말 말고 과거로 돌아가랏."


장치를 켰다.

그리고 조수는 사라졌다.

나도 장치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사라졌다. 시간을 역행해서 그 학생의 곁으로 좌표를 설정하는 일은 무척이나

쉬웠다.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서 하급 노동자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고, 그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허나 시간의 파라독스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서 도무지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일은 나는 인간적으로 도무지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들 자신을 위해서 과거를 바꾸는 일들 말이다. 이런 일이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것을 확실하게 법적으로 막아야만 밸런스가

딱 맞아떨어질 것 같지만, 이 시대에는 법이 없다. 그렇기에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한도 끝도 없이 부정적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아아. 정말로. 그 시절이 좋았다니깐."


언어가 있었던 그 시절. 2015년이 좋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이다. 다만,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자살을 하는 학생의

에피소드에서 드러났다시피 그런 이상한 짓들만 없었다면 말이다. 언어라는 편의적인 관점, 또 자연의 살아 움직이는 그 시절의 풋풋함이

좋았다는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있는 자신도 2015년에 가서 여자친구를 사귀거나 그런 짓거리를 저지른 적이 있기에 시간 역행을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것들이 있기에 우리들이 존재한다는 것. 뭐 그렇다는 거다.


"간다아아앗!!!"


시간 역행 장치가 저절로 움직여서 나를 2015년으로 데려다 주었다. 시간 역행 장치에 의해서 어느 교실의 복도에 서 있었다. 교실의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움울한 황혼 빛만이 창으로 침투해 들어와 바닥을 휩쓸고 반대편 벽에 노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

주의해야 할 부분은 어떤 부작용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부작용을 예를 들면...


"조수가 없다."


파란빛으로 물든 머리의 조수가 없다는 사실. 얌전히 마카롱을 씹고 있을 그 조수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2015년인 건 확실하다. 굳이 달력을 볼

필요도 없이 그것들은 확정된 사항이므로 나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복도를 걸어서 용기 있게 나아가 보았지만, 인간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어서 묘했다. 보통 2015년의 한국 교실의 이 시간에는 사람이 있어야 할

터인데 인기척도 보이지 않다니 의외였다.

학생이 생활하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들어가 보았다. 3학년 4반 교실이었다. 그곳은 학생의 교실이 틀림 없었다. 왜냐하면 시간 역행에 의하면

그곳이 학생의 교실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제시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사람이 있다. 학생이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조수였다.


조수는 학생에 먹히고 있었다.


"대체 무슨..."


기분 나쁜 '우적우적' 하는 소리가 교실 내에 흘러 퍼졌다.

학생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 안녕하세요. 당신도 먹히러 온 것? 아니면 나를 구하러 온 것? 둘 중 뭔가요?"


상황의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말이지 멘탈이 나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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