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고 후기 中 발췌 -


- 이 글은 중립적이지 않다 -

- 이 글은 그리 통쾌하지도 않다 -

- 이 글은 문장이 존나게 길다 -


최근 네이버가 늘 그랬듯, 논란이 되는 작화 수준+@로 아주 짧은 시간 지탄을 받은 뒤 조회수가 사그라들고 결국 광신도와 저연령자의 아지트가 된 웹툰 \'만화고\'

오늘부로 그 웹툰이 완결되었다.


노이즈마케킹 의혹을 비롯한 브랜드 악명에 한 축을 담당했던 이 웹툰이 요일별 웹툰에서 내려간다는 것은 만화고 안티에게 있어 실로 기뻐할 일일 것이다. 웹툰의 표면적인 질적 저하를 하나 숨긴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업계에 있어서도 희극인가? 아니면 중도하차가 끝내 일어나지 않고 원고료를 온전히 지급하며 끝내 완결을 보았다는 점에서 웹툰시장 최저한도를 낮추는 비극인가?

그것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자기 웹툰에 대한 작가 개인의 태도는 유추해 볼 수 있다.


상단의 이미지는 만화고 후기에서 나온 실제 장면이다.

내용의 요지는 작가의 원래 계획은 \'개성적인\' 만화 캐릭터들이 전원 주인공이 되어 옴니버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담당자가 제지하고 주인공 설정 및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식으로 회유했다는 것. 해당 컷의 코믹(하려고 노력)한 그림체 탓에 단순히 작가가 실망을 했지만 이를 따랐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담당자의 작화가 몹시 흑막처럼 그려져있다.

이는 작가가 담당자를 \'내 만화를 망친 원흉\'으로 지목하되,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의향은 없기에 간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은밀한 비난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댓글의 전반은 담당자를 비난하고 작가를 피해자로 상정하고 있다. 작가가 욕먹으면 날뛰던 독자들이 앞장서서 담당자를 욕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단순히 비난이 싫어서 자기방어를 위해 화살을 돌리는 정치를 시전한 것인가?
허나 작가의 심상은 그것보다 더 비극적일 수 있다.

후기에 당당히 적힌 작가의 대사를 살펴보자. 위 이미지에서 작가는 자신들의 캐릭터가 모두 개성이 넘치며, 자신의 초기 콘티는 독창적이었다고 어필하고 있다.(해당 콘티는 조금 뒤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그런데 그 캐릭터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지정하자는 권유에, 작가는 개성넘치는 캐릭터 중 주인공을 정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며 초조해하고 있다. 정말 그랬을까? 놀랍게도 주인공을 정하기 힘든 진짜 이유를 바로 다음 대사에서 작가가 술술 불고 있다.
순정만화 캐릭터는 \'너무 무난하기에\' 주인공으로 미달이라고 한다. 모든 캐릭터가 개성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를 고려해봤으나 섬네일에 졸라맨을 내세울 순 없다고 한다. 결국 선정된 주인공이 공부벌레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작품 내에서도 무개성으로 표출되며, 행동양식또한 입체감이 없는 보편적인 책벌레 이미지로 나타난다.(오타쿠 비하 논란은 영양가가 없는 사안이기에 다루지 않기로 한다) 또한 소재거리가 나오지 않는 얕은 자아를 갖고 있다.
작가가 실제로 개성적인 인물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면, 그중 하나를 지정하고 주인공으로 넘기면 해결되기에 고민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오직 개성넘치는 캐릭터 뿐인 병맛 웹툰 중에서 호평을 받은 선례는 많다. 작가는 왜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인가? 바로 자신이 개성적이라고 주장하던 캐릭터들이 다양하기만하고 개성, 자아, 소재가 없는 평면적인 인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성적인 캐릭터 주장\'또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된 변명일까? 유감스럽게도 이는 작가 스스로에게만큼은 진실된 해명일 가능성이 높다.

후기 하단에는 담당자에게 수정권고를 받기 전 콘티가 게시되어 있다. 대략 섹시(하려고 노력)한 여학생이 한본어를 남발하기를 반복하다가 "나니?"를 외치고 바로 끝나버리는 내용이다. 잘 활용한다면 만화속에서 양산되어온 인위적인 인물상을 비트는 내용으로 전개할 수 있다. 하지만 고찰, 흥미, 캐릭터의 매력, 작화, (적어도 작품에서 드러나는)작가의 기반지식, 플롯의 일관성, 주제전달, 분량 등이 결여된 기념비적인 결과물을 통해 독자와 담당자는 작가의 역량이 이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임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게시하면서 추가로 \'지금과는 다르죠?\'라는, 담당자만 아니었어도 그토록 멋진 결과물이 나왔을 거라는 주장을 은밀히 내비치고 있다.

정리하자면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역량에 확실한 믿음이 있으며, 만화고에 잔류한 독자들은 이 믿음을 떠받들어 마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를 고찰하면서 아직 우리가 그리 광기에 빠지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안도감을 누릴 수 있다.
허나 그 우두머리가 이익을 챙기며 영원히 자기믿음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은 이 업계에서 씁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