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도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어그로를 끄는 일을 하였다. 저열한 도발에 쉽게 끓어오르는 순진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을 지배하는듯한 기분과 함께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그러다 그는 월드오브탱크 갤러리에 올라온 새 글을 보았다.

\'이지연 병신새끼야 지금 너네집 가고있다. 현피뜰 준비해라\'

그는 글쓴이가 아키노스임을 확인하고 박수를 치며 웃었다. 저놈은 저번에도 낚여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왕복을 한 병신중에 상병신이다. 낚여서 징징대는 그자식한테 알려준 집의 위치도 낚시주소이니 이번에도 허탕치고 분에겨워 할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더운날에 목이 아프도록 웃어서 갈증이 난 그는 잠시 냉장고에 가서 컵에 물을 담아 마셧다. 물마시는 도중에도 이 더위에 밖에서 허덕이며 자신을 찾고있을 아키노스에 대한 생각에 사래들릴뻔 했다.

초인종이 울린것은 그때였다.

"누구세요?"
"네, 택배입니다."

기다리던 물건이 도착한듯 하다. 주문한게 어제 저녁인데 벌써 도착한걸 보니 세상이 좋아지긴 좋아졌다. 어느 쇼핑사이트에서 발견한 그 물건들은 그의 은밀한 욕구를 채워주는 요긴한 도구들이다. 비록 남들눈에는 플라스틱과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외설적인 생김새이지만...

그는 물컵을 들고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어느 택배회사의 마크가 새겨진 조끼와 모자를 쓴 배달원이 문앞에 상자를 들고 있다. 약간 창백해 보이는 안색에 멍청해보이는 얼굴이다. 왠지 그는 기분이 좀 찝찝해졌다.

"네, 성함이 이지연씨 맞나요?"
"네?"
"니 이름이 이지연 맞냐고."

순간 그는 더위속에서도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멍청해보이던 배달부의 얼굴에 섬뜩한 기운이 서렸다. 그의 심장은 갑작스레 달음박질 치고 떨리는 손에서 물컵이 떨어져 현관을 적셧다.

"너 설마 아키노..."

그 순간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하던 그는 떨어트린 물컵에서 흘러나온 물에 미끄러졌다. 시야가 뒤집히더니 뒷통수부터 현관턱에 부딧히며 넘어졌다. 잠시 시야가 깜빡이는 순간 배달부는 현관으로 뛰어들어와 넘어진 그의 양팔을 무릎으로 누르고 올라타 공포에 질린 그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말했다.

"찾았다아- 이지연. 내가 너한테 가고있다고 말했지?"
"자... 잠깐!"

비명이 입에서 나오려는 찰나 아키노스는 주머니에서 목공용 커터칼을 꺼내 그의 기도와 성대를 찌르며 코와 입을 다른 한손으로 막아버렸다. 찔린 목에서는 피가 튀어나왔지만 동맥은 잘리지 않아 큰 출혈이 생기지는 않았다. 물론 그것은 그에겐 불행이었다.

"쉬~잇. 이렇게 힘들게 만나러 왔는데, 빨리 헤어질순 없지. 우리 차분히 이야기좀 해보자고. 차분히..."

코와 입이 막혔지만 구멍난 기도로  가쁘게 숨을 쉬며 씩씩대는 소리를 냈다. 기도를 타고 역류한 핏물에 온통 피냄새와 피맛이 진동하고 있다. 공포로 부릅뜬 눈을 내려 현관문을 바라보니 천천히 닫혀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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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만나보고싶다는데 가서 악수라도 한번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