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군대 규모는 거의 세계구급이었으나 문제는 광대한 러시아 영토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어서 만주와 연해주에 있는 러시아군은 일본군보다 열세였음.

전쟁 발발 직후 일본군은 약 25만의 병력을 만주로 보냈으나 당시 러시아군은 고작 10만이 채 못 되었던데다가 당시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아직 바이칼호 부근까지만 깔린 미완성이었으며 그마저도 지금과는 달리 죄다 단선이었음.

일본은 바로 이 점을 간파하고 일 년 안에 전쟁을 끝내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기습도발을 했고 결국 전쟁에 승리했음.

문제는 일본이 미국 진주만을 때릴 때 바로 이 점을 떠올리며 똑같이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음. 맛탱이 간 일본 군부에서 비교적 상식인이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도 단기결전으로 가면 승산이 있을 수 있다고 할 정도였으니.....

러일전쟁 당시 막장이었던 로마노프 왕조와 진주만 기습 당시 미국의 경제 및 기타 여러 전쟁요소를 완전히 동일하게 판단해서 러시아도 선빵 날려서 이겼으니 미국도 선빵 날리면 단기결전으로 미국 아작낼 수 있다는 병신같은 망상을 하게 되었음. 제정 러시아는 전쟁을 장기적으로 지속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미국은 얼마든지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서 물량공세로 일본을 즈려밟아버릴 수 있는데 일본군부의 눈에는 이러한 차이점이 보이지 않았음. 볼 줄도 몰랐고......

러일전쟁의 승리가 오히려 일본에게는 독이 된 케이스임.

(더 웃긴 건 러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사이에 노몬한에서 러시아의 후예인 소련에게 거꾸로 관광당했는데 그건 금새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포맷해 버리고 미국에게 싸움을 걸었다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