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를 대략 30번 정도는 봤는데

언제는 중반부까지의 서브미션 공방에서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그냥 잠이 쏟아져서 그대로 보던 중에 자버린 적도 있었는데

언제는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순간도 미동도 못하고 몰입해서 보기도 하고

이번에 다시 봤을때 느낌은 후자더라고. 처음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눈도 못 떼고 그대로 봄.

펑크는 제껴두고라도 

난다긴다 하는 선수랑 붙었던 존 시나 경기 중에 이것보다 훨씬 화려하게 서로 공방을 펼치는 경기들도 많이 있는데

이 경기는 거기에 비하면 중후반부의 막판에나 잠깐 요즘 나오는 존시나표 명경기 스타일의 공방을 살짝 맛만 보여주고 마는 수준인데

그 대신에 뭔가, 가장 적절한 표현이 뭘지 잘 모르겠다만

어느 경기에서도 느끼기 힘든 현장감이 있는것 같더라.

짜고 치는 프로레슬링이니 좋아, 너희들 어디 한번 막 뛰어다녀서 눈을 즐겁게 해봐라 같은 느낌이 아니라

뭔가 무슨 생생한 복싱 경기, 이런걸 보는 기분이 듬.

공방도 요즘 레슬링 기준으로는 엄청 화려한 것도 아니었고 중간중간 엉성한 실수들도 없지 않았는데

그것들조차 경기의 열기, 현장감, 이런걸 느끼게 해주더라고. 

이런 의미에서 경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두 사람이 시도하는, 그래서 종종 "경기 자체만 놓고 보면 별로 아니었냐?" 라고 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헤드락-친락으로 서로 유리한 포지션에 서려고 하는 공방도, 그런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 중에 하나인것 같고. 

요즘 WWE에서 레슬링 보면서 저런 장면 잘 못 본것 같은데. 관중들이 "음, 이 경기는 별점이 몇개 나올 멋진 경기군. 이 장면에서 챈트를 하면 되겠군." 같은 식으로 보는게 아니라

진짜 국대 축구 경기를 보는것처럼 벌떡 일어나서 응원하고, 안달복달하고, 그런 느낌.

지금은 자주 나오는 존 시나 시그니쳐 무브 카운터 공방들도 저때 처음에 나온게 많다고 기억하는데

그래서 전체적으로 여러 장면이 정교하게 느껴지진 않더라도,

날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