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삶과 죽음은 본시 하나라>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4.03.12 22:42:20
조회 182 추천 0 댓글 0
														
1ebec223e0dc2bae61abe9e74683706d29a04ef1d1d5c8b3b6c4c4751f54cdc7ae5670ef0b7d892dea7c978a9c1adcbb



밤 10시가 되면 목동고 앞은 야자가 끝난 여학생들을 데리러 오는 학부모들 차로 가득 차지만, 30분 정도가 지나면 그 일대는 다시 한산해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그래도 그날은 어느덧 4월 중순이였고,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봄날의 밤이어서 겨울이나 가을에나 있었을 법한 외롭고 쓸쓸한 정취는 거리에 사라지고 없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눈망울을 적시고 있었던 것이다.





난 그때도 한창 방황하고 있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취해 있기를 좋아했다. 그날도 쏘아다니며 밤의 향수에 짙게 빠져있을 때였을 것이다. 계남초등학교 앞의 어린왕자를 그린 벽화가 있는 작은 횡단보도였다. 그곳을 건너려는 찰나, 건너편에 서 있는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긴 생머리를 양 어깨로 늘어뜨린 그 소녀에게 나는 자연스레 눈이 갔고, 늘씬한 키에 짧게 줄여입은 교복치마에 이내 시선을 순식간에 빼앗겨버렸다. 너무 예뻤으니까.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마스카라와 고운 파운데이션을 바른 하얀 얼굴을 보며 몇 초간은 숨이 멎었던 것을.




몇 분간의 빨간불 동안 정적은 이어졌고 우리는 순간순간 눈이 마주치며 서로를 쳐다봤다.




이내 초록불이 되었고 그 여학생은 반대편 인도로, 나는 그 여학생이 있던 인도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동단지는 밤에도 안전했다. 근처의 공단이 많았던 구로구나, 빌라촌이 많았던 화곡동과는 달리, 목동 - 신정동은 목동 아파트 대단지를 위주로 잘 짜여진 공원이 많았고, 유흥시설, 골목길 같은 우범지대가 거의 없었으며, 넓게 펼쳐진 아파트들과 규칙적으로 늘어서있는 상가들, 그리고 깔끔하게 닦여진 일방통행로가 참으로 범죄에 대한 위협감 없이 그곳을 걷는 사람으로 하여금 순수히 야상에 젖게 하였던 것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보니 저 멀리 그 여고생은 계남초 정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알 수 없는 의욕에 휩싸인채 그 애 쪽으로 빠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발걸음 소리에 이내 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 때 남자답게, 용감하게,여자애한테 전화번호를 물었던 것이다.




여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나에게 그 고운 미소를 지어보였고, 나는 다시 한 번 더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고 어쩌면 어딘가에 홀리듯이 이름이 뭔지, 집은 이 근처인지도 물어보았다.






그때 거리에는 이상하리만치 아무도 없었다. 자동차도, 사람도. 고요히 밤을 노래하는 꽃들만이 하얀 가로등 아래서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그 여자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밤이 어두운데...위험해. 내가 같이 가줄게.'




'.... 그래, 좋아.'




그 소녀는 목동고를 지나쳐서 고척사거리 방면으로 향했고 이내 다시 정랑고개 정상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거리, 아주 가끔 쌩쌩거리며 지나가기만 하는 자동차들.




그 소녀는 걸음이 너무 빨라 세, 네발자국 정도 떨어져 내 앞을 유유히 걸어갔고 나는 따라가는데 애를 먹었다.



밤 열시가 넘으면 양천구에서는 근린 공원의 몇 개의 메인등산로에만 있는 가로등만 빼고 나머지의 가로등 불을 끈다. 그래서 그 근린공원에는 우리 둘, 그리고 몇 개의 운동기구들과 정자, 조그마한 잔디밭들과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구름에 가려졌다 나왔다 하는 그믐달 뿐이었다.  밑으로 쭉 늘어선 수풀과 덤불들이 저 멀리 밑에서 자동차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는 도로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때 우리가 잠깐 공원 옆 벤치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피곤하지?'  내가 그 여학생에게 물었다.


'응. 피곤해. 너 집이 어디야?'


'나는... 이 산 넘어가면 바로야.'


'그럼 고척동 사는구나?'


'....' 여고생은 답이 없었다.


'매일 이렇게 집 갈 때 산 넘어가?'


'매일은 아니야...' 여학생이 말끝을 흐렸다.


우리 둘 밖에 없던 그 곳에서 나는 자연스레 그 여자애의 손을 잡았고, 아이라이너가 참 예쁘다라고 생각하며 그녀 가슴을 내 몸에 가까이 가져댔다. 그리고는 그 애의 립 바른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내가 교복치마 아래 허벅지를 쓰다듬자 그 여자애도 곧 내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내 나의 몸은 뜨거워졌고 맞닿은 그 아이의 숨결도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여자애를 무릎 위에 앉혔고, 그 애의 교복 셔츠의 단추를 하나 하나 풀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을 나눈 후 우리는 헤어졌고, 집에 돌아와보니 새벽 1시가 다 되어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고, 나는 곧장 스마트폰을 켜 카카오톡에 그 여자 아이를 친구추가를 눌렀다.




그런데, 그 아이의 카톡은 뜨지 않았다.



당시는 이미 2015년이어서 카톡이 한국사람이라면 다 쓸텐데 카톡이 없다는게 이상했다.



내가 전화를 다음 날 아침에 걸어보자 나를 당혹스럽게 한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기계음이 들려왔고 충격을 받은 나는 그 여고의 하교 길에서도, 야자가 끝나고도 정문 앞에서 그 아가씨를 기다려 보았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날 그 애는 누구였을까.



입고 있던 교복은 근처에 있는 다른 고등학교 것도 아니었고 분명 목동고 것이었다.



그 애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계남초 어린왕자 벽화가 그려진 횡단보도를 몇 번이고 가보았으나 그 여학생은 찾을 수 없었다.



그 날 그 애는 어디로 간 것일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이제 아무도 없는 그 작은 횡단보도에는 초록불과 빨강불만이 예전처럼 깜빡이는구나.







1ebec223e0dc2bae61abe9e74683706d29a04ef1d1d5c8bab6c6c4751f54cdc70b8f35d636c3d02dede8eb3ede3a0cd3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 승리의 양천구 갤러리 공지입니다 ★★ [53] 코코슈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5.10 20966 10
공지 양천구 갤러리 이용 안내 [46] 운영자 08.05.07 9916 2
18014 신월동이 글캐 별로임?? [2] 양갤러(61.74) 04.25 39 0
18013 목1동이 분위기 좋은 탑급이고 목2,3,4신정동 여긴 할렘인듯 양갤러(211.210) 04.23 51 0
18012 배달 평점 높은 가게 절대 믿지 마셈 양갤러(58.226) 04.19 45 1
18011 세대수↑->민도↓ 목동의 수목을 지켜내자.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87 3
18010 목동단지가 재건축 들어가면 각연(39.7) 04.13 65 0
18009 목동아파트 재건축 각연(39.7) 04.13 65 0
18007 양천구에 있는 모든 나무 신, 하천의 신, 땅의 신, ㅇㅇ(118.235) 03.17 132 1
18005 119.71 친구 말대로 성범죄자 알림e 설치하고 실행하고 설정해봤는데 [1] Pola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6 163 0
<삶과 죽음은 본시 하나라> ㅇㅇ(118.235) 03.12 182 0
18001 1년하고도 몇 개월 전에 ㅇㅇ(39.7) 03.04 147 0
18000 야 옛날에는 왜 똥통학교일수록 학생들을 억압했을까 [1] 양갤러(112.121) 03.03 240 1
17998 양천고 영어 노ㅇㅇ쌤 [3] 얌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5 374 0
17997 서울 상경해서 신월7동 자취 예정인데 뭔 욕밖에없냐? [3] ㅇㅇ(120.142) 02.11 306 2
17996 파라곤 찜질방에서 ㅇㅇ(117.111) 02.10 205 3
17994 해운대구 중2동 다들 놀러와 ㅎㅎ [6] ■x(118.235) 02.02 196 2
17993 온수랑 난방안나와 시빨 ㅡㅡ [1] 배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8 234 2
17980 신월동 여기는 진짜 레전드 쓰레기동네구나 ㅇㅇ(119.71) 23.12.30 438 5
17979 신월동야노달린다 양갤러(118.37) 23.12.24 260 1
17977 부처님, 모든 양천구민의 괴로움이 없어지게 해주십시오 양갤러(112.167) 23.11.29 165 0
17976 강서고 운동장 가로 몇미터임? 양갤러(118.37) 23.11.26 160 0
17975 신원초-양서중 김인중 글 왜 지움? [2] 양갤러(118.235) 23.11.23 271 0
17972 신월동 광영여고 출신 임은혜양 어무니 ㅇㅇ(39.7) 23.11.20 301 0
17971 신정산 주변 지리 아는 분들한테 질문이 있습니다. [4] 양갤러(118.37) 23.11.20 263 0
17969 신월3동 살던 83년생 김기남 년 뭐하고 사는지 아시는 분? ㅇㅇ(39.7) 23.11.19 226 1
17968 약 20년 전 양천고의 추억..... [10] ㅇㅇㅇㅇ(220.87) 23.11.17 556 4
17967 아르테미스 여신이시여, 양갤러(112.167) 23.11.04 182 1
17966 달의 여신이시여, 부디 이 양천구 땅과 양천구민에게 축복을 주소서 양갤러(112.167) 23.11.04 187 1
17965 이제 나도 별천지로 가고 싶다 ㅇㅇ(39.7) 23.11.04 150 0
17963 학창시절 때가 순수했다.. ㅇㅇ(118.235) 23.10.27 201 4
17959 목운중 한반에 목동초에서 진학한 비율이 얼마나되나요? 양갤러(112.222) 23.10.18 202 0
17958 까치산 1번출구 쪽 바로 근처건물에 불난듯??? oo(106.101) 23.10.12 208 0
17957 대전으로 ㅂㅂ 양갤러(118.221) 23.10.12 169 0
17954 양천구도 한강변으로 ㅇㅇ(118.235) 23.10.08 238 2
17951 백암vs신목 [4] 양갤러(211.36) 23.09.30 492 0
17950 시스템 개량 기계 공사 한다고 한다 Pola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5 163 0
17948 과학 ㅈㅂㅈ쌤 아는 사람 있냐? 양갤러(124.53) 23.09.24 241 0
17947 GTX 역 유치한다고 뭐 공약걸지않음? 양갤러(153.163) 23.09.22 147 0
17946 담배 뚫리는 곳좀 ㅃㄹ [2] 양갤러(115.21) 23.09.15 451 0
17945 어떤 부산사람 왈 "요즘 광안리에 사람 왜 이리 많아" Dd(118.235) 23.09.11 174 0
17944 서울이 수도가 아니어야 서울 사람들이 행복하다 ㅇㅇ(39.7) 23.09.08 153 0
17941 이 나라 이대로 가다가는 망합니다 [1] ㅇㅇ(39.7) 23.09.04 293 2
17940 대통령실, 국방부, 국회, 각국 대사관 ㅇㅇ(118.235) 23.09.03 138 0
17939 수도 옮기자 ㅇㅇ(118.235) 23.09.03 150 0
17937 양천구에 인도인 장애인이 소리지르면서 돌아다니던데 [1] 양갤러(211.222) 23.08.20 351 1
17936 양천구 대전 생겼다는데 진짜네 [3] 양갤러(39.115) 23.08.18 653 0
17933 양천도서관 개노답이네 양갤러(118.221) 23.08.04 443 3
17932 교보문고 화장실 ㄸ치는새끼 누구냐 ㅇㅇ(223.38) 23.08.03 439 0
17931 여기 양정고등학교 재학생들도 있나요? ㅇㅇ(59.10) 23.08.02 348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