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야기 하지만, 나는 연아가 트리플 악셀을 익히느니, 교복 광고
를 찍느니, 마오를 이겼느니, 세계 선수권 몇 위를 하느니 어쩌고 저쩌
고에 대해 관심이 없어. 내 모든 관심사는, 연아가 이제까지 힘들고 고
생했던 만큼, 이제부터는 조금은 더 많은 관심과, 조금은 더 많은 뒷받
침 속에서, 조금은 더 편하고 행복하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으면 하
고, 그렇게 그저 바랄 뿐이거든.

나는 저터걸이 내 취향이 전혀 아니었지만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
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자, 딴지걸기 없기) 그 속에의 연아를 좋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미소 때문이야. 나는, 정말이지 그 연기를 보
면서, 연아의 표현도 점프도 무엇도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정말
이지 연아가 스케이트를 타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다는 그 자체로
나는 충분했거든. 아,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거야. 어떻게, 연아가 스
케이트를 타면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거지? 우아 정말 말을 제대
로 이을 수가 없다. 왜냐구? 저 미소를 보면 느껴지지 않냔 말이야. 저
렇게 행복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연아를 본 적 있느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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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나 같을 수는 없겠지. 그런걸 바라는 것도 아니야. 다만, 자신
이 연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 비슷할꺼라 생각해. 진정한 팬심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연아가 빛나 보이는 이유는 비슷할꺼
라 생각해. 뭐 아닐수도 있어. 소유욕에 질투가 날 수도 있고, 먼저 하
는것이나 기득권이니 뭐니 말들 많겠지. 하나하나 따지자면 개인개인
알음알음 따지고 들려는 것 같아서 그만두겠지만, 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해.

세상은 생각보다 엄청시리 넓다는거.
그러니까 마음의 폭을 좀 더 열고 세상을 보자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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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미대생이야. 휴학했으니 미대생인척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미대생이
야. 나 아는 사람 없으니 그렇다 치자. 나 디자인 공부하려고 했어. 디
자인 해놓은것도 몇 개 있어. 가끔 혼자서 끙끙거리며 미친듯이 디자인
해. 그리고 엄청시리 뿌듯해하지. 주변에서도 가끔 칭찬해줘. 그럼 오
오 나 좀 먹히는거야? 이러면서 좋아해. 그러면서 꽁꽁 숨기지. 왜? 이
건 내 오리지날이니까. 내가 생각한 나만의 것이니까. 다른 누구가 쓰
는건 싫으니까!

그거 정말 속좁은 생각이야. 내 디자인이나, 거기에 들어간 내 생각같
은거, 이미 몇십년전에 이미 다 나왔고, 몇십년전부터 이미 다 다뤄온
이야기들이야. 디자인 책 아무거나 펼치면 비슷한거 쌔고 쌨고,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자아 정체성 이딴거 쌔고 쌨어. 그거, 억지로 끙끙거
리며 혼자 쥐고 있어봤자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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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아침부터 왜 이런 뻘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로근횽 탓이
라고 해볼래. 왜? 그냥. 정리해서 써보고 싶은데 어차피 디씨고, 며칠
지나면 묻일꺼니까 대강 갈겨본다. 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거
야. 어차피 그런거 별거 아니라고.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그거 아무
리 혼자서 마이 프레셔스 하고 가지고 있어봤자, 그닥 알흠답지 않다
규. 함께 나누고 같이 즐기면, 자기 개인의 위대함은 조금 줄어들지
몰라도, 주위 사람들이 조금씩 행복해 진다고. 그리고, 그런 나눔이
조금 조금 커지고 많아지면, 주위 사람들이 알아준다고. 그럼 그(녀)
의 위대함이 알려진다고 그럴꺼라고.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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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이야기 : 내가 연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들 대인배 대인배 하
는것이 정말이기 때문이야.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
니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난 대화를 나눠보면 그 사람의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러기에 인터뷰를 좋아하기도 하
고 말이지. 나는, 연아의 단어와 표정과 말투에서, 그런 진실함을 느
꼈어. 그게 아닐지도 몰라. 뭐 내 착각일 수도 있지. 단지, 나는 연아
가 정말로 그런 위대한 아이라고 생각해. 덜 신경쓰고, 덜 화내고, 덜
뻐기고, 덜 끙끙거리고 뭐 아무튼,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나누고 이해
하고 배려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정말로 대인배라고 생각해. 아닌
것 같다고? 뭐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