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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남편, 아빠 그리고 아크다르-28

ㄱㅁㅅs(14.52) 2014.10.26 23:07:15
조회 431 추천 17 댓글 4

너무 양이 많아 개인통합링크를 만들었습니다.

개인통합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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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지 1주만에 게을러터져서 못 올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주에 막 쓰려했는데 이번 주는 올해 들어 손꼽힐 정도로 바빴어요.

ㅠㅠ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기 조심하세요 감기 제대로 걸림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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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시각은 10시였다. 아침 10시가 아니라 밤 10시. 당연하게도 옆에 이둔은 없었고, 대신 두꺼운 외투와 장갑 그리고 망토가 있었지만 아직 입지는 않았다. 방을 나선 뒤 안나가 평소에 하듯이 온 성 안을 돌아다녔다. 물론 안나처럼 심심해서가 아니라 확인하려고.

 

좋아, 아무도 없군

 

성 안에서 엘사의 방부터 밖으로 통하는 문까지 걸어가는 동안 경비를 서고 있는 시종을 빼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사고 때 밖으로 통하는 문 옆에서 졸던 시종이었다.

 

이제... 안나가 자고, 이둔이 엘사를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되네. 그때까지 뭐 하지? 서류... 아, 서류는 오랜만에 다 처리했구나. 그럼 오랜만에 서재에 갈까? 에이, 가서 얼마 안 있다가 올 텐데, 읽다가 중간에 끊으면 별로 기억이 잘 안나... 흠... 아, 이러지 말고 미리 옷이라도 챙겨 입어야겠다.

 

밖으로 통하는 문에서 시종의 경례를 받고 서성이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외투를 껴입었다가 바로 벗었다.

 

더워! 갑갑해!

 

불평하는 사이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둔이 들어왔다.

 

"안나 이제 자."

 

'드디어'

"먼저 나가서 준비 시켜 놓을게. 엘사 데리고 나와 줘."

외투와 망토를 입고 장갑을 끼며 말했다. 나는 물건들을 챙긴 뒤 밖으로 통하는 문으로 걸어갔고, 아내는 큰 딸의 방으로 걸어갔다.

 

"가서 내 말을 준비시키게." 아까 만났던 시종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시종은 군말 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시종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엘사가 이둔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이둔은 겨울철치고는 얇게 입었지만 엘사는 아주 두껍게 껴입었다.

 

파란 모자를 아주 두껍게 껴입어서 귀는 덮였고 엘사의 백금색 머리카락은 뒤에 묶은 부분만 보였다. 딸을 내려다 보는 내 입장에서는 딸의 푸른색 눈동자도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입과 목도 목도리에 칭칭 감겨서 귀엽게 삐죽 나온 코 말고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망토는 입지 않았지만 손목부터 무릎까지 덮는 짙은 파란색 외투를 입었고 손은 흰 장갑이 피부를 덮었다. 마지막으로 발은 검정색 부츠로 추위에 대비를 했다.

 발을 감싸는 부츠, 손을 덮은 흰 장갑, 톡 튀어나온 코, 뒤에 매달린 백금색 머리카락의 묶음과 목을 감싸는 목도리 말고는 전부 파란빛을 띄었다. 문득 엘사가 그 사건 이후 키가 자기 손 한 뼘만큼 자랐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발견했다.

 

"준비 됐니?" 내가 큰 딸에게 물었다.

 

"네" 목도리로 덮은 입에서 소리가 났다.

 

"그럼 가자."

 

문을 여니 찬 공기가 따뜻한 성 안으로 들어왔다. 말없이 시종이 미리 데려온 나의 백마에게 다가갔다. 뒤에는 4개의 발이 나를 따랐다.


"잘 갔다와. 몸 조심하고."

"네"

이둔의 말소리와 엘사의 대답이 들려 뒤를 보니 이둔이 허리를 숙여 엘사의 목도리를 다시 감겨주고 있었다. 그 뒤, 이둔은 엘사가 말에 오르도록 도와줬다.

 

"당신도, 잘 갔다 와." 이둔이 나에게 살짝 입을 맞춘 뒤 말했다.

 

"응" 말에 오른 엘사를 왼쪽에 두고 아내를 보며 대답했다.

 

"엘사 아직 말 잘 못 탄다고 했지?" 내가 묻자 입김이 하늘 높이 피워 올랐다.

 

"어, 곧 탈 줄 알긴 하겠지만, 아직은 일러, 그리고 내 말은 임신해서 당분간 못 타."

 

"진짜?" 내가 놀라서 물었다. 고개를 돌려가며 나의 백마와 이둔을 번갈아서 몇 번씩 보았다.

 

"어"

 

"짜식" 내가 백마의 안장을 툭 치며 말했다. 그 뒤, 나도 말의 안장에 올랐다.

 

회중시계... 지도... 혹시 몰라 대비한 검... 등불과 등불을 밝힐 성냥... 다 챙겼군

 

"갔다올게. 들어가서 자. 춥고 졸리겠다."

 

"어, 엘사, 아빠 등 꽉 잡아." 이둔이 나와 엘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딸아이가 내 외투를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망토를 딸아이 뒤로 넘겼다.

 

"망토 안에 있으렴." 내가 앞을 보며 뒤에 있는 딸에게 말했다.

 

그 뒤 말없이 말을 몰아 성문으로 다가가자 시종들이 알아서 문을 열었다. 나는 사건 이후에 삼백 번도 넘게 왔다갔다거렸던 문이지만 엘사는 1년이 훨씬 넘어서 처음으로 넘는 문이었다. 그 문이 닫힐 때에는 이미 성 앞의 다리를 지난 뒤였다.

 

"졸리니?"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전혀 다른 질문이 나왔다.

 

"아뇨" 엘사가 조그맣게 망토 안에서 말했다.

 

"속도 좀 낼게. 꽉 잡아." 고삐를 당겨서 빠르게 걸어가던 백마를 뛰게 했다.

 

도시는 조용했다. 이 시간에는 사람들이 밖에 나올 일이 없고, 어둠을 틈타 나쁜 일들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그동안 전부 체포했고 간혹 순찰을 다니는 경찰들이 있었지만, 내가 누군지를 확인할 수는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도 그들이 멀리 떨어져서 경찰이 맞나 눈으로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음? 경찰이 아니라면? 아 그냥 통금 조치를 해버릴까... 아니야, 그러면 혼자 새벽에 나다니는 게 오히려 더 눈에 띄니까 그냥 이렇게 하기로 했지... 뭐 어때,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순 없어도 거의 다 경찰일 텐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무가 별로 없는 언덕에 도착했다. 지도를 가져 왔긴 했지만 그닥 필요는 없었다.

 

수십 번도 넘게 늑대 사냥을 하러 북쪽산까지 가는 길목 하나하나 다 다녀봤고, 나 혼자서도 몇 번씩 와봤기 때문에 이제 길은 익숙해. 개리는 잘 지낼려나...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통나무 집도 지었던데, 이름이... 아, 기억이 안 나네. 뭐, 그쪽으로 가려는 건 아니지만, 가보고 싶긴 하네.

 

나무가 별로 없는 언덕에서 서북쪽으로 난 길을 택했다.

 

그러고 보니, 맨 처음에 이둔이 나를 가르친 곳은 여기 서북쪽 길이 아니라 북쪽 길로 가야 되는데, 역시 많이 와보길 잘했네. 더 나은 길도 알고.

 

더 깊숙이, 산으로 들어갔다. 길이 갈수록 좁아진 것은 아니지만 도시의 도로처럼 잘 닦이지 않아서 말을 타도 아주 빠르진 않았다.

 

"다 왔다." 딱히 어떤 특별한 곳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이쯤 왔으면 충분히 깊숙이 왔다 싶어서 멈췄다. 말발굽 소리가 멈추자 사방이 고요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뒤에 내가 온 길, 앞에 놓인 길, 그리고 양옆에 겨울에도 초록색 이파리들을 유지하는 나무들이 삐죽 솟아있었다.

 

'자나?'

"자니?"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아뇨" 딸아이가 조용하게 대답했다.


"웃차, 아빠가 내려줄게." 내가 먼저 내리고 딸아이가 말에서 내릴 수 있게 도와줬다.


"앞으로 여기서 마법을 어떻게 통제할지 연습하자."


딸아이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위를 살피다가 하늘 위를 보았다. 나도 따라서 하늘을 보니 달이 위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뭘 해요?" 엘사가 백마를 근처 나무에 묶던 나에게 물었다.


"그냥... 막 마법을 하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백마를 묶은 나무 밑에 등불을 올려놓을 만한 바위가 있어 그 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등불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등불을 올려놓았다. 그다음 뒤돌아 딸아이를 보았다. 달빛을 받아 빛날 얼굴이 모자와 목도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가만... 지금 몇 시지?


성냥을 꺼내 등불을 밝히다가 지금 시간이 궁금해서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12시 반... 오는 데만 2시간 정도 걸렸군. 사람들이 활동하기 전엔 성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대충 6시까지라고 치면, 4시에는 돌아가야 하고, 그때까지 3시간 반 정도 시간이 있군.


그 사이 딸아이는 흰 장갑을 벗으려하고 있었다.


"아빠가 들고 있을게."


내가 말하면서 엘사가 벗던 흰 장갑 한 쌍을 왼손으로 가져갔다. 딸아이의 손처럼 장갑도 작아서 왼손을 쥐면 장갑을 왼손 안에 완전히 품을 수 있었다.


"엄..." 엘사가 망설였다.

"그냥 마법을 하라고요?"


"어, 많이 하다 보면 익숙하겠지. 그러려고 겨울에 이런 곳까지 왔잖니?"내가 나무에 옆으로 기댄 채 서서 말했다.


"음..." 하더니 엘사가 1년이 훨씬 넘도록 참아왔던 마법을 다시 발산했다.


엘사의 손에서 푸른빛이 돌더니, 눈이 딸아이의 두 손에서 생겨났다. 눈이 점점 커지더니, 딸아이가 손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자 딸아이의 두 손 사이 허공에서 점점 커지던 눈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잘 된 거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딸아이가 이번에는 두 팔을 앞으로 뻗더니 푸른빛을 쏘아댔다. 푸른빛은 매우 빠르게 나아가다가 중간에 눈이 되어 길 옆에 나있는 나무들에 묻혀졌다.


"이것 좀 들고 있어 줘요." 엘사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모자와 목도리를 벗더니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려다가 왼쪽에 있던 나에게 다가와 건넸다.


"안 춥니?" 내가 놀라서 이빨이 덜덜 딱딱거리는 것을 숨긴 채 물었다.


외투를 하나 더 입고 올걸. 안에서는 그렇게 더웠는데, 산에서는 이렇게 추울 줄이야.


"별로요." 엘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엘사가 두 팔을 하늘로 뻗더니, 아까처럼 손을 움직여서 허공에서 눈을 키우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푸른빛이 화살처럼 하늘로 치솟으면서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예쁘다... 잘하네!" 감탄하다가, 딸아이를 북돋으려고 말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아니에요, 저렇게 올라가면 안 돼요. 올라가다가 폭죽처럼 아름답게 터졌어야 해요." 엘사가 아까보다도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런가..."

'뭐 마법을 부려봤어야 알지'


그 후에도 엘사는 계속 마법을 부렸고,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내 눈에는 분명히 잘 한 건데, 엘사는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너 근데 정말 안 춥니?" 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서 물었다.


이제 엘사는 외투도 벗어서 그냥 성 안에서 입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네, 정말 안 추워요." 딸아이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래..."

'아우, 추워!'

엘사가 벗은 외투를 망토처럼 등에 걸친 채 말했다. 속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엘사가 이번에는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마치 누군가에게 오라는 것처럼 손을 팔락거렸다. 그러자 땅에서 눈이 쌓이는 듯하더니 퍽! 하는 소리를 내면서 쌓이던 눈이 안에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이번엔 내가 봐도 무언가 잘못되었다.


눈이 묻지는 않았지만 엘사가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괜찮니?" 나도 놀라서 등불 옆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시끄러" 가장 놀랐다면서 나무에 묶인 채 히히힝 거리며 날뛰려던 백마의 옆 목을 주먹으로 약하게 치며 내가 조용히 말했다.


"..." 엘사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울먹거리진 않았지만 그럴까 봐 걱정되었다.


"... 갈래? 이제 곧 가야 할 시간이야."


"네" 딸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등불을 끄고, 길목 중간중간에 쌓인 눈들을 발로 툭툭 차거나 밟아 특별한 흔적이 나지 않도록 했다. 애초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다음, 엘사에게 다시 외투와 목도리 그리고 장갑을 입혔다.


"아빠..." 엘사를 말 위에 올려놓고, 나도 올라타려는데, 엘사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내가 고개를 들어 푸른 두 눈을 보며 말했다.


"할 수 있겠죠?" 딸아이가 좀 애매하게 물었다.


"그럼! 오늘도 벌써 큰 수확을 얻었잖니!" 내가 자신있게 말했다.


"뭔데요?" 엘사가 물었다.


"너가 추위에 방해받지 않는 것, 그동안 감기를 한 번도 걸리지 않아서 설마 했는데, 이제 너가 추위를 안 탄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잖니. 앞으로는 귀찮게 외투를 안 입어도 되고."


말을 마치고 말에 올라탄 뒤 망토를 뒤로 넘겨 엘사를 그 안에 숨겼다.


"아빠 등에 기대서 자."


말을 몰아 숲을 벗어나면서 말했다. 그러자 등을 잡던 딸아이의 손이 허리 부근까지 뻗어 허리를 잡고 등은 딸아이의 턱인지 뺨인지 이마인지 머리카락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딸아이의 몸 어딘가가 내 등 중간 부분에 기댔다.


왠지 추웠던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근데 과연 얼마나 이래야 할까?


성으로 돌아와 딸아이를 재우고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했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마법을 해봤어야 어떤지 알지... 어찌 되든, 앞으로는 외투를 두 개 입고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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